안기부 퇴사자 열흘간 불법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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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퇴사자 열흘간 불법감금
  • 이창영
  • 승인 1997.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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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임의동행 때도 변호인접견 당연" 퇴직한 안기부 직원이 안기부에 불법감금되었다가 열흘만에 풀려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모호텔에서 안기부 직원들에 의해 강제연행됐던 김홍석 씨는 대통령선거일인 18일 안기부에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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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임의동행 때도 변호인접견 당연"

퇴직한 안기부 직원이 안기부에 불법감금되었다가 열흘만에 풀려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모호텔에서 안기부 직원들에 의해 강제연행됐던 김홍석 씨는 대통령선거일인 18일 안기부에서 풀려났다. 김 씨는 구속영장도 없이 열흘간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이 기간동안 변호인의 접견마저 불허당했다. 전직 안기부 직원인 김 씨는 지난 10월 사표를 제출했으며 한 정당에 입당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구금과정에서 어떠한 조사를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형태 변호사(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는 "안기부가 김 씨의 거동을 제한한 상태에서 설득·협박·회유를 벌여 김 씨가 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안기부장 등을 불법구금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으나, 아직 사건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안기부를 방문, 김 씨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던 김 변호사는 안기부측으로부터 접견을 거부당한 뒤, 서울지방법원에 '안기부의 접견불허에 대한 준항고'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17일 서울지법 형사9단독 오천석 판사는 "안기부는 접견불허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오 판사는 결정문에서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식으로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 뿐 아니라, 임의동행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 및 내사단계에 있는 피내사자에게도 접견교통권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와 피내사자에 대해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 첫 결정으로서, 국내 인권신장에 커다란 도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준항고>란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한 일정한 재판 또는 수사기관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경우에 그 법관소속의 법원 또는 그 직무집행지의 관할법원이나 검사의 소속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대하여 그 재판 또는 그 처분의 취지나 변경을 청구하는 것.

<자료: 결정문> 안기부의 변호인 접견불허에 대한 준항고
"변호인접견권 인권보장의 필수권리"

서울지방법원 결정
사건: 97보5 접견거부에 대한 준항고
신청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형태
상대방: 국가안전기획부장

주문: 국가안전기획부장이 97. 12. 12 신청인에 대하여 한 청구외 김홍식에 대한 변호인 접견불허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2. 피 신청인은, 첫째 신청인이 위 김홍석으로부터 적법하게 위임을 받은 대리인인가 여부가 불명호가하여 이 사건 신청을 할 자격이 없고, 둘째 국가안전기획부장(안기부장)을 상대로 하여 접견신청을 하였으나 안기부장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자의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 사법경찰관이 아니므로 이 사건 신청은 상대방을 잘못지정한 사건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나, 형사소송법 제34조에 의하면 변호인뿐 아니라 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자도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할 수 있는데 신청인은 위 김홍석의 아내인 청구외 최분실로부터 위 김홍석을 위한 변호인신임의뢰를 받고 이를 통보하였다 함이 위 제1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첫째 주장은 이유없고, 또한 안기부장이 안기부법 제3조 제1항, 제3호, 또는 제4호 소정의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이를 위 법 제16조 및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한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하여 안기부직원으로서 안기부장이 지명하는 자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하도록 되어 있음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안기부장을 상대방으로한 취지는 결국 안기부직원으로서 안기부장의 지명에 의하여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하는 자가 한 변호인접견금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지라고 봄이 상당한데 형사소송법 제417조 소정의 청구절차는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소송절차와는 달리 대립되는 양당사자의 관여를 필요로 하는 자가 아니므로 이 사건 신청이 형사소송법 제417조 소정의 사법경찰관 아닌 안기부장을 상대방으로 표시하더라도 이를 부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2. 3. 28일자 91보21 결정 참조) 위 둘째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나아가 살피건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같은 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0조 제1항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불구속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는바, 이와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 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인정이 당연한 전제가 된다고 할 것이어서 정식으로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뿐 아니라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 및 아직 피의자의 단계에 이르지 아니한 이른바 내사단계에 있는 피내사자에게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의 접견교통권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형사소송법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에게 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까지 접견교통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규정이어서 위 접견교통권을 위와 달리 해석할 법령상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이와같은 접견교통권을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할 것임(대법원 1996. 6. 3.자 53보18 결정 참조).

제1항에서 본 피신청인 대리인의 진술과 같이 안기부장의 명령에 따라 위 김홍식이 안기부 청사내의 감찰부서에서 그간의 위 김홍식의 행위가 징계 또는 형사처벌규정에 저촉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피의사실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라면 위 김홍석을 실질적으로 범죄의 혐의에 관한 이른바 피내사자임이 분명하다할 것이므로 그러한 위치에 있는 위 김홍석의 변호인인 신청인이 안기부 담당직원에게 위 김홍석에 대한 접견을 신청하고 이에 대해 접견불허의 통보를 한 것은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가 없는 처분으로서 위법함을 지닐 수 있다할 것이다.
신청인의 위 졉견불허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이유있다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12.17 판사 오천석

인권하루소식 1997년 12월 20일 토요일 제103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