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저명인사 1300명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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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저명인사 1300명 사찰”
  • 황정유
  • 승인 199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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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탈영사병 양심선언
◎김영삼대표ㆍ김수환추기경등 포함/집구조ㆍ접촉인물까지 파악/“문동환 예상은신처는 김대중집” 상세기록/1인 1담당관이 월별활동 보고

국군보안사령부가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김대중 평민당총재,이기택 민주당총재 등 여 야 정치인과 김수환추기경 등 종교계인사,백기완씨를 비롯한 재야인사,언론계 학계 노동계인사,민간인 등 1천3백여명에 대해 사찰해온 사실이 폭로됐다.

군복무중 「혁노맹사건」과 관련,보안사로 연행돼 프락치로 수사에 협조해오다 최근 탈영한 윤석양이병(24ㆍ한국외국어대 노어과4년 제적)은 4일 오후6시40분쯤 서울시 연지동 기독교회관 7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양심선언」을 통해 탈영당시 보안사에서 갖고나온 동향파악대상자 개인색인표 신상철,이들 내용이 입력된 컴퓨터디스킷을 공개했다.

윤이병이 공개한 자료는 사찰대상자를 ABCD 4등급으로 나눠 개인마다 고유번호를 부여,가족사항 경력 해외여행 성격 집구조 차량번호 예상은신처 등을 수록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보안사는 담당관 1명이 주요인사를 1명씩 맡아 매월 한 차례 대상자의 활동상황을 파악,기록해왔음이 드러났다.

공개된 개인신상철중 평민당 문동환의원의 경우 「개인카드번호 294번 A급」으로 분류돼 출퇴근시간 및 차량번호와 함께 예상은신처로 「김대중집」이라고 적혀있었다.

개인카드번호 295번인 민주당의 노무현의원도 A급으로 분류,이도원상사가 매달 한 차례씩 지난 3월말까지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윤이병은 자신이 공개한 자료가 보안사분석반 캐비닛과 그 앞방의 컴퓨터실에 보관돼 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윤이병은 양심선언문에서 『보안사에 의한 혁노맹사건 조작은 파시즘적 정보통치하에서는 용공이든 아니든 아무도 자유롭지 못함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정보기구의 주민감시통제에 대한 완전한 진상규명 및 정보기구 분쇄를 위해 민중특별재판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양이병(24)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효수씨는 지난해 9월 국민대생 김정환군(당시 23ㆍ국문4)을 납치한 보안사 수사관임이 이번에 확인됐다.

당시 김군은 김씨의 승용차로 납치된 뒤 교지 「북악」편집장 김정덕군(당시 23)의 소재를 댈 것을 요구받았으나 불응하자 김씨가 자신을 생매장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양심선언했었다.
이에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김군의 양심선언이 국민과 군을 이간시키려는 음모라고 주장,김씨를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었다.

◎혁노맹사건연루 연행후 가족과 단절/프락치활동 「말」지에 게재되자 탈영/탈영 윤이병 주변

윤이병은 지난 5월1일 입대,육군 제3사단 22연대에 배속돼 복무하던중 7월3일 혁노맹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보안사 소속 김효수ㆍ이승섭씨 등 2명에 의해 연행된 뒤 가족들과 일체의 연락이 끊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이병은 혁노맹사건에 관해 조사를 받던중 회유종용을 받고 보안사분석반에서 혁노맹수사를 도와오다 「말」지 10월호에 게재된 「보안사의 혁노맹사건 조작진상」이라는 기사로 신분과 협조사실이 공개되자 지난달 23일 탈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이병은 외대 4학년 재학중이던 88년초 민학투련 핵심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제적된 뒤 본격적으로 운동권에 참여했다. 윤이병은 지난해 9월 혁노맹 전신인 「혁명의 불꽃」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다 조직개편된 혁노맹의 선동국장을 맡았다가 3월 탈퇴했다.

◎주요사찰대상자
△김대중 평민당총재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 △이기택 민주당총재 △김동영 민자당원내총무 △김덕룡 민자당의원 △김수환추기경 △윤공희대주교 △김관석목사 △박형규목사 △단병호 전전노협의장 △장명국 석탑노동연구원장 △조요한 숭실대총장 △강만길 고려대교수 △임헌영 문학평론가 △윤정모 소설가 △성유보 한겨레신문 편집위원장 △김중배 동아일보 편집국장 △유근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실장 △백기완씨 △이부영씨(통추회의) △김근태씨 △장기표씨 △박영숙 평민당부총재 △노승환 〃 △박석무 평민당의원 △박실 〃 △정웅 〃 △김동규 민자당의원 △노무현 민자당의원 △이철 〃 △박현채 조선대교수 △백낙청 서울대 〃 △염무웅 문학평론가 △김수행 서울대교수 △윤영규 전교조위원장 △이부영씨(전교조) △함세웅신부 △문규현 〃 △남국현 〃 △정윤광 전지하철 노조위원장 △김영대 서노협의장 △권용목 전현대정공 노조위원장 △이유린 전고추ㆍ수세공대위원장 △황석영 소설가 △신경림 시인 △고은 시인 △오충일목사 △이재오씨 △박계동씨 △계훈제씨 △제정구씨 △정태윤씨(민중당) △김부겸씨 △이강철씨 △신창균 전민련공동의장 △황인철변호사 △심재철 MBC기자 △김금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한완상 서울대교수 △이영희 한양대교수 △변형윤 서울대교수 △한상렬 전북대교수 △이문영 고려대교수 △김지하 시인 △박노해 시인 △양성우 평민당의원 △홍사덕 민주당부총재 △김명윤 민자당고문 △장기욱씨(민주당) △문동환 평민당고문 △김영진 평민당의원 △심완구 민자당의원 △이해학목사 △송건호 한겨레신문사장 △임재경 한겨레신문 편집인 △남정현 소설가<무순>

국민일보 199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