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천은주는 못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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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천은주는 못잡나
  • 황정유
  • 승인 199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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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집요한추적 박씨와 대조적“회피수사”비판일어
안기부·검찰·경찰등 수사당국이 주요 공안·시국사건 핵심인물에 대해선 끈질기게 추적,검거하는 반면 「전기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54·전 경기도경 공안분실장)과 한보그룹 「비자금열쇠」 천은주양(25)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사는 지명수배라는 형식만 취했을 뿐 사실상 검거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사당국이 6공 최대의 공안사건으로 규정,안기부에 의해 90년 10월 수배된 이후 도피행각을 벌여온 사노맹사건 중앙위원겸 편집책 박노해씨(33·본명 박기평)를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이번에 검거한데 비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이 전 경감의 경우 수배 2년2개월,천양은 1개월이 지나도록 붙잡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전 민청련의장 김근태씨등 시국·공안사건 관련자들을 전기고문한 혐의로 수배중인 이 전 경감이 잠적한지 2년2개월이 넘었으나 행적조차 파악하지 못해 사실상 수사를 포기한 상태.

「5공 3대 인권탄압」 사건중 하나인 김씨 고문 핵심 이 전 경감은 88년 12월 서울고법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고 고문피해자들에 의해 자신의 신원이 밝혀지자 잠적했었다.

검찰은 또 한보그룹 정회장의 여비서 천양이 지난달 11일 자취를 감춘지 1개월이 지났는데도 『수사관을 보내 행방을 쫓고 있다』고만 밝힐뿐 실질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수서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천양을 출국금지조치하고 수배했다고 밝혔다가 경찰에 수배를 의뢰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수배전담반을 자체적으로 구성하는 엉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야법조계는 이에 대해 『검찰이 천양을 검거할 경우 정치자금으로 뿌려진 수백억원 규모의 한보그룹 비자금 내용이 밝혀질 것을 우려,비자금 수사를 고의로 회피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199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