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울 그 마지막 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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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울 그 마지막 밤의 노래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8.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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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슬픈 날에 대하여, 문정현 신부님께
송경동 시인이 문정현 신부의 마지막 미사 소식을 듣고 '신부님께 드리는 시' 한 편과 짧은 소회를 보내왔다. 송경동 시인은 인터넷 뉴스에서 소식을 접했다며 "아니 왠 마지막 미사, 다른 곳으로 옮기시나 하곤 열어 봤더니, 사제로서의 마지막 미사였다는…. 늘 청년이실 줄 알았더니. 우리들의 청춘일 줄 알았더니..."라며 시를 쓰게 된 배경 소감을 피력했다.
송경동 시인은 문정현 신부를 생각하며, 황새울에서 만났던 신부와 그때의 벗들을 떠올렸다. 덧붙인 글에는 "핑계 같지만 정말 슬펐다네. 어떤 고귀한 삶에 대하여. 그 어른께도 있었을 어떤 뼈아픔에 대하여. 눈물에 대하여. 거센 물결 터지는 가슴에 대하여. 마지막까지 대추초교 옥상에 올라 가 있던 그 소박한 청청한 지팡이 하나에 대하여. 그날 밤 선생이 앉아 계시던 그 낡은 흔들의자에 대하여. 신부님도 울고, 아이들도 울었다는 그 ‘작은 자매의 집’에 대하여..." 라고 쓰고 있다. - [편집자 주]


마지막 불길이 되겠다고 했던 들지킴이 하나 깨끗이 태워주지 못한 우리는
기차길 옆 공부방 아이들의 벽화 하나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파랑새 소녀를 평택호 쓸쓸한 공터에 내버려두고 온 우리는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는
고향을 잃어버린 우리는
만날 곳을 잃어버린 우리는

순대국밥집에서 켄터키 후라이드 집에서
철시의 시장 좌판에서 3차 4차로 서로의 속에 쓸쓸함을 더더하며 부어주던 우리는
낄낄거리며 서로를 못 골려먹여 안달이던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떠나지 못한 평택의 밤 뒷거리에서
지나간 회한의 청춘의 노래를 부르며
어깨 걸고 작대기춤를 추던 우리는

다시 대추리로 들어온 우리는
빛나는 눈동자들이 남아 지키던
캠프험프리 철책 옆 횃불의 노래 곁으로 돌아 온 우리는
저 먼 어느 섬나라 자마이카에라도 온 듯 흥겨운
아코디언의 노래에 맞춰 누구나 다 자신의 춤을 추던 우리는

고물상 할아버지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깡패신부님 곁에 무릎꿇고 앉아
키득키득거리며 불경스러운 농을 주고 받던 우리는
저 멀리 누구건 논둑에 앉아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던 우리는
다시 어깨걸고 몇 번이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는
빈 집에 든 도둑떼들처럼 한 시절의 빛바랜 사진들, 거울대, 찬장이며 농짝이며
다 타버리라고 불길 속에 던져넣던 우리는

누구라도 나의 외로움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불꽃처럼 불길처럼 몸부림치던 우리는
끝끝내 모두가 잠들어버린 마을을 돌며
노래도 불러보다 꺼이꺼이 울어도 보다
귀신처럼 마을을 돌던 우리는, 우리는

떠나왔네.

[민중언론 참세상] 송경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