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평화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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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평화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8.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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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민주열사 33주기 추모문화제 열려
▲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이른바 '인혁당 사건' 민주열사 33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정현 신부가 헌화한 뒤 묵상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 나라가 점점 보수화되어 가고 있는 이 시기에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통일과 평화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른바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된 8명의 원통한 죽음이 지난해에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고 국가배상까지 결정됐지만 33주기 추모문화제에 유족을 대표해 인사한 고 이수병 선생의 미망인 이정숙씨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8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이른바 ‘인혁당 사건’ 민주열사 33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이 씨는 “저희 남편들이 인혁당 사건으로 희생되신 지도 벌써 33년이 되었다”며 “재심을 통하여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의 배상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아직도 이 사회가 가야할 길이 그만큼 멀다는 것이다.

사회자 김재욱 목사의 “이수병 선생은 어떤 분이셨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29살 때 3남매를 데리고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버지라는 따듯한 정도 모를 때 이런 일을 당했다”며 “그저 아이들과 집에 오면 가장 자상하고 착실한 남편이었다”고 추억을 더듬었다.

통일되기 전에는 결혼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을 정도였다는 이수병 선생에 대해 이 씨는 “오로지 평생을 통일을 위해 몸을 불사르는 분이었다”고 고인의 뜻을 기리고 지금이야말로 먼저 가신 분들의 통일과 평화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자녀를 대표해 ‘하늘에 띄우는 편지’를 낭독한 고 송상진 선생의 장녀 송명희 씨는 “언제나 호탕하시고 유머러스 하셨던 나의 아버지... 가족을 사랑하셨고 가족 보다 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셨던 아버지... 나람와 민족을 생각하며 우시던 아버지를 기억한다”며 “아버지께서 그렇게 염원하셨던 민주와 평화 통일! 그리고 결코 유린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의 확립! 아직도 요원한 이 현실을 아버지께서는 하늘에서 지켜보시겠지요?”라고 애절한 마음을 담았다.

송명희 씨 가족은 지난 33년간 모진 외면과 탄압을 받아오면서도 주변의 오해를 풀기 전에는 떠날 수 없다며 살던 집을 지켜 마침내 그 집에서 무죄판결과 국가배상을 받게됐단다.

이에 앞서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저희들은 박정희가 그분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75년 4월 8일 바로 33년 전 바로 오늘, 대법원에서 어처구니 없는 확정판결을 내리고 그 다음날 4월 9일 새벽에 돌아가시게 됐다”며 “부인들께서 저희들에게 막 원망도 하시면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했다”고 당시를 되돌아보고 “저희들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희생된 분들께 역사적으로 죄짓는 마음으로 보속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함 이사장은 “33년전 4월 9일 그날이 우리 국회의원을 뽑는 날과 겹쳐졌다”며 “아직은 미완이지만 돌아가신 분들의 희생, 그 기초로 국민들이 깨어나서 우리 역사를 바꿀 있는 기적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꿈을 꾸고 기도를 올렸다”고 말하고 “가족들은 물론 8천만 겨레 모두가 깨어나서 역사를 창조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생각하고 다짐하는 것이 오늘 추모제의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평화의 꽃으로 피어나다’라는 제목아래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33주기 추모행사에는 영상물 상영과 다음의 그림자 공연, 노래패 우리나라, 가수 이지상, 안치환의 노래공연, 김용신 아나운서의 시낭송 등이 이어졌다.

250여명의 참가자들은 당시 희생자 8명과 이후 사망한 8명의 영정이 놓여진 무대에서 헌화한 뒤 ‘우리의 소원’ 합창으로 행사를 마무하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김금수, 전창일, 황현승 선생 등 인혁당 관계자와 유가족, 고 전태일 열사 모친 이소선 여사,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노중선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이규재 범민련남측본부 의장을 비롯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편 이번 추모문화제는 사형 당한 8명의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손해배상액 일부를 출연해 만든 ‘4.9통일.평화재단’이 처음으로 주최했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을 맡은 문정현 신부는 “제일 큰 가치를 생명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역대 정권이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농민이 분신을 했다”며 “유신의 후예 이명박 정부에 와서 생명을 존중하리라곤 상상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문 신부는 “다시는 그런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생명 평화를 위한 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며 “이 대열에서 절대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4.9통일.평화재단’ 이사를 맡게 된 박중기 추모연대 의장은 “사람의 목숨이 과연 돈 몇 푼으로써 정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제는 무죄라는 것이 확인된 이상 그 생명을 앗을 수 있었던 공작, 책임자 규명이 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33주기는 망자들에 대한 올바른 진실을 밝혀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하재완 선생의 미망인 이영교 씨는 “그렇게 원하던 통일은 한발 한발 가까워오고 있는데 본인은 가고 없으니 저희들이나마 통일을 위해 앞장서서 뭐든지 해야겠다”며 “이 나라가 어서 보안법을 철폐하고 정부에서 앞장서서 국민들이 바라는 통일을 열망대로 이끌어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법사상 유례없는 사형집행으로 악명높은 이른바 ‘인혁당 사건’이 무죄판결과 국가배상을 받은 뒤 처음으로 33주기 추모행사를 맞았지만 유족들과 기념재단 관계자들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한결같은 ‘통일.평화’를 향한 애타는 심경이 담겨있었다.


2008년 04월 08일 (화) 23:53:12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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