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와 인권] 촛불정국에도 계속되는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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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인권] 촛불정국에도 계속되는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 김대권(<아시아의 친구들> 사무국장)
  • 승인 2008.07.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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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국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와중에도 이명박 정부의 법무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주노조 지도부를 표적단속하면서 시작된 소위 ‘관계기관 합동단속’은 촛불이 활활 타오른 5월과 6월을 지나 7월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론이 촛불에 쏠리자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 출입국 단속반원들은 활개를 치며 공장과 기숙사, 길거리 등지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각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별로 단속 할당제를 실시하여 과잉단속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 5월에 <한겨레>가 폭로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단속은 말 그대로 ‘인간사냥’이다. 출입국단속반들은 흔히 공장주나 집주인의 동의 없이 공장이나 기숙사 등에 무단으로 침입한다. 심지어 한 밤중에 기숙사 문을 뜯어내고 들어와 잡아가는 경우도 있다. 단속반이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들이닥치면 이주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도망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운 좋게 근처 야산 같은 곳으로 도망갔다 하더라도 토끼몰이식 매복에 걸려 붙잡히는 경우도 있다.
비자가 있는 노동자들이 단속반에 의해 강제로 단속차량에 태워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무조건 단속차량에 감금시킨 상태에서 그때서야 신분증 등을 확인해 비자가 있으면 풀어 주는 식이다. 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단속차량은 보통 12인승 승합차인데 15명에서 17명, 많게는 20명 넘게 태우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짐짝처럼 구겨 넣어진 단속차량 안에서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10시간 넘게 갇혀 있는 경우도 있다. 양 손을 수갑으로 서로 연결해놓기 때문에 수갑을 채웠던 자리가 벌겋게 부어오르기도 한다. 심지어 부상을 입은 노동자가 병원에 데려가 달라는 요구도 묵살되기 십상이고 용변조차 참도록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경찰이 직접 단속활동을 벌이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경찰은 외모가 이국적이면 무조건 세워서 검문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피부색이나 외모만으로 의심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대개는 오토바이 헬멧 단속 등을 하다가 체류자격 여부까지 확인하기 위해 임의동행식으로 연행하는 경우가 많다.

단속이 심해지면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7월 7일 서울출입국 앞에서는 이주공동행동과 외노협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는 임신 8개월 된 임산부까지 단속한 사례가 폭로되었다. 단속된 여성의 증언에 따르면, 출입국직원들에게 임신 중이고 산모수첩도 보여주었으나 막무가내였다고 했다. 더욱이 출입국관리소 담당자는 뻔뻔스럽게도 미국으로 원정출산가는 한국인 임산부를 예로 들며 강제출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법무부는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면, 언제나 법질서확립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론스타와 같은 해외투기자본이나 삼성재벌 이건희 같은 자들에 대해서는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면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엄정한 법 잣대를 드리우는 법무부가 법질서 확립을 외치는 것은 어쩐지 낯 뜨거움을 느끼게 한다. 정말 법과 정의를 세우고자 한다면 그것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이 아니라 이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혜택받고 있는 자들에게 먼저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민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합동단속과 강제추방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지난 7월 7일부터 11일까지 이주공동행동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단속추방에 항의하는 릴레이 항의농성을 벌였다. 대구경북이주공대위는 5월부터 7월말까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구출입국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 부산에서도 합동단속에 항의하는 캠페인이 있었다.

외국인고용허가제 시행 4년이 되는 오는 8월에는 작업장이동 등을 제한하는 현행 고용허가제를 규탄하는 투쟁이 있을 예정이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이명박 정부의 소위 ‘법질서강화’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더욱 억누르기 위함 임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강화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