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인권] 이명박 정부의 호떡 뒤집기
- 대체복무제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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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 이명박 정부의 호떡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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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민(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 승인 2008.07.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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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강부자 정치, 어린쥐(orange) 몰입 정치, 민영화 아닌 선진화 정치 등 웃기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이명박 정부가 또 한 번 인권의 시계를 뒤로 돌리려 하고 있다. 7월 4일자 각종 신문과 뉴스에는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문제는 아직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 내용이 기사화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작년 9월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발표했을 때도 사실상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국민 여론이 수렴되지 않으면 대체복무 자체를 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내부 사정을 알 길이 없기에, 대운하랑 FTA에 바빠서 병역거부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어영부영 진척이 되고 있는가 보다고 씁쓸히 생각하면서도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세심함의 사나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언론 보도에 대해 관련 시민단체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였고, 이미 촛불로 달구어진 인터넷의 넷심도 이 문제를 곱게 보지 않았다. 심지어 자유선진당까지도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자 그날 오후 보도에서 국방부는 “해마다 수백 명씩의 젊은이를 종교적 이유로 감옥에 보내선 안 된다는 취지 자체는 변함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노무현 정부 때 임기 막판에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던져놓지만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사업을 진행시켰더라면…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인지 7월 15일 조달청에는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입영거부자 사회복무체계 편입방안 연구 용역’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2001년 초반만 하더라도 병역거부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는 생소한 주제였다. 이미 13,000여 명 정도의 전과자를 양산했고 지금도 한 해 700~800여 명의 젊은이가 ‘전과자’가 되어서 감옥을 나서게 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들을 없는 인물들로 반세기 넘도록 취급해 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문제가 제기되자 사회적 반응은 뜨거웠다. 그간 정권이 징병제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원칙하게 운용해와 ‘빈민개병제’라는 조롱을 받으며 시민적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가 양심을 이유로 젊은이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던 것이다. 물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체복무제도를 폄하해 마치 징병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와중에도 여론조사 결과에 부침이 있긴 했지만 감옥에 보내는 것은 좀 심했다는 시민들의 연민은 변함이 없었다. 8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병역거부와 대체복무는 논술이나 사법시험의 단골 주제로 출제되고 상업영화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널리 알려진 주제가 되었고 각종 조사기관에서 여론조사도 많이 되었다. 그랬기에 작년 참여정부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사회복무제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을 때 대체복무를 지지하는 국민여론이 증가했다는 근거를 들기도 했었던 것이다.

지난 5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에서 국방부는 대체복무 관련한 슬로베니아 대표의 질문에 “한국 정부는 작년 9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시민 대체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새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현 병역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한국 정부는 올해 국회에 개정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답변하였다. 5월과 7월, 불과 2달 사이에 국민의 여론이 얼마나 확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국민여론이 바뀐 게 아니라 정부의 시각이 바뀐 게 아닌가? 해주기 싫은 이유치고는 참으로 유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