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과 인권] 우리의 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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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과 인권] 우리의 권리를 말한다
  • 최은아(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승인 2008.11.30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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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인권선언, 평등한 자들이 만드는 축제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1948년 인류는 세계인권선언을 만들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은 후에 같이 망하기 보다는 함께 잘 살아보자는 약속을 한 것이죠.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이 더 이상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고 노예처럼 착취하는 일을 그대로 두지 말자, 굶주림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국적이나 인종 등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지 말자, 사람을 멋대로 잡아가두지 말자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향유해야할 권리들이 ‘보편인권선언’으로 탄생합니다.
그러나 약속은 잊혔고, 어느덧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요. 약속이 잊힌 것은 인권 침해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이 인권을 무시했던 이유가 크답니다. 물론 말로는 국가들은 인권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인권을 책임지지 않으며 ‘배째라! 나몰라~’ 한 거죠. 국가들이 세계인권선언을 무시했다고 해서 이 문서의 존재와 역사적인 의미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큰 목소리로 인권을 지키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인류가 성취해야할 도덕적 기준으로 많은 국가들이 헌법을 만들 때, 인권옹호자들이 현장에서 싸울 때, 인권피해자들이 인권침해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많은 영감을 주었답니다.
세계인권선언이 문서에 갇히지 않도록, 세계인권선언을 재해석하고 국가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환갑을 맞이한 세계인권선언은 보물상자에 숨겨둔 그 무엇이 아니라, 새롭게 뜯어보고 녹슬지 않도록 닦아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2008년 현실에서 필요한 요구를 담은 우리의 인권을 만드는 운동을 인권활동가들은 9월부터 시작했답니다. 세계인권선언을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말로, 우리의 실천으로 만들어지는 인권선언을 만들려는 것이지요.

진정한 보편성을 향해

인권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이유는 ‘모든 사람은 ~ 인권이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어디에 살건, 돈이 있건 없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어른이건 아이이건 인간이라는 이유로 존엄함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것은 실제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이 세상에는 사람이지만 사람답게 살기 힘든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때문에 인권은 해방의 언어였죠. 그렇지만 권리가 동등하게 있다는 전제는 실제 권력의 역학을 고려하지 않아 현실에서는 종종 기만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인권은 보편적인 권리로 이야기되어 왔지만 인간의 권리란 성인, 백인, 남성, 비장애인의 경험에서 출발했어요. 이들이 보편성을 가진 사람들이고, 인간의 대표성을 가지도록 만들었던 것이죠. 때문에 이러한 기준에 맞지 않는 더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요구는 인권에서 다뤄지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었습니다. 가령, 가정 안에서 가장이라고 불리는 남성이 여성과 아동에게 가한 폭력은 집안 일로 취급되었죠. 그러다가 오랫동안 여성인권운동의 노력으로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은 집안일이 아니라 ‘비인도적인 처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혹은 ‘어느 누구도~’라는 주어로 시작하지만, 이러한 ‘보편’ 뒤에 숨겨진 현실 사회 권력 관계를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권이 강자의 논리로 환원되기도 합니다.

릴레이 인권선언, 다양한 우리의 경험을 담다!

이렇듯 과거 주류 인권담론이 ‘단일한 보편성’을 얘기했다면, 2008 인권선언은 ‘지금 여기!’ 구체적 삶의 실존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으려고 합니다. 릴레이 인권선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다양한 인권 침해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어요. 또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나의 권리가 어떻게 우리의 권리가 되고 너의 권리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11월 중 발표될 청소녀/년 인권선언과 성소수자 인권선언(11/22), 이주노동자 인권선언(11/30) 12월 중 발표될 HIV-AIDS 감염인 인권선언(12/1), 장애인 인권선언(12/3), 비정규직 인권선언(12/6), 환자 인권선언(12/6) 이주민 인권선언(12/14) 등 릴레이로 발표될 인권선언은 다양한 사람들의 차이에 기초한 경험을 인권의 언어로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나이가 다르다는 것, 여성이거나 혹은 남성이라는 것, 같은 성(동성)을 좋아하건 다른 성(이성)을 좋아하건, 한국 사람이건 필리핀 사람이건 이러한 차이가 서로를 가르는 조건이 되지 않고, 등 돌리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지 60주년이 되는 날 이러한 선언을 모아 서로의 차이를 다양성이라는 숲으로 만들어 평등한 자들의 축제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해방을 경험할 것입니다.

연대가 힘이다!

또한 2008 인권선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요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2008 인권선언은 불안정 노동과 빈곤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사회적인 고통에 연대하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존엄함이나 자유라는 보편 가치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실재로는 매우 편파적이고 이중적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시장과 무역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사유재산가, 회사, 다국적기업, 금융자본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어요. 이 가운데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그나마 향유하고 있는 권리를 빼앗기고, 전기․물 등과 같은 공공재가 사기업에게 집중되었습니다. 국정원, 경찰 등 국민을 억압하고 감시하는 국가 영역은 확대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사회복지 등을 담당하는 국가 영역은 후퇴국면을 맞고 있어요. 비정규직 노동이 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간주되고 노동자들끼리 계속 경쟁을 부추기면서 분열시키는 것이 지금 현실입니다.
이렇듯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2008 인권침해 현실 앞에서 2008 인권선언은 그저 선언만 하고 끝나지 않도록 하렵니다. 선언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고,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을 2008 인권선언 운동을 하며 내내 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권선언 운동이 ‘뽀다구’ 나는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 과정에서 서로에게 힘을 주는 연대의 기운을 만들고, 우리의 활동양식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가령, 비정규직 인권선언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는 선언자 행동수칙을 만들어 △선언자 조직하기 △비정규직의 문제를 알리는 주체 되기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비정규직법에 맞서 싸우기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2008 인권선언을 만들고 동의하는 사람들은 ‘불씨’가 되어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평등한 자들이 즐기는 투쟁과 축제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습니다(문의: 02-365-5363, 까페 http://cafe.daum.net/2008humanr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