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습니다.
차디찬 겨울 아침, 용산의 철거직전 빌딩 꼭대기에서 죽었습니다.
내 몸에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내 눈으로 보며
내 몸이 익어가는 냄새를 내 코로 맡으며
내 몸이 뚝뚝 녹아떨어지는 것을 내 발등으로 느끼며
나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그래도 불에 타 죽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뜨겁게 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차디찬 겨울 한 복판에서
길거리로 내몰려 얼어 죽었을지도 모르니까요.
…
나는 죽었습니다.
죽었는데, 모든 게 끝났는데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고 또 죽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나 하나로 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시출처-네이버 블로그 ‘뇌진탕’ blog.naver.com/cwjccwjc 사진출처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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