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인권] 팔레스타인, 끝나지 않는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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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인권] 팔레스타인, 끝나지 않는 참상
  • 미니(팔레스타인평화연대 www.pal.or.kr)
  • 승인 2009.01.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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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해 마무리를 할지 한창 생각하던 2008년 12월 27일, 우리는 또 한 번 학살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시작한 것입니다. 22일간 계속된 공격으로 400여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300여명이 사망했고, 1900여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5300여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 25000채 가량의 집이 부서져 많은 사람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폭격은 이슬람 사원, 학교, 병원 등 어느 곳도 가리지 않았고 의사들은 이스라엘 군인이 쏜 총탄을 맞아가며 환자를 치료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미국과 한국 정부, <조선일보> 등은 마치 이번 일이 팔레스타인인들이 문제를 일으켜서 벌어진 것처럼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의도적 왜곡이거나 또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해 12월 30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 [출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가자 학살의 배경

가자 학살을 이해하는 데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1948년으로 돌아갈 것도 없이 2006년 1월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총선 때부터 설명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2006년 총선에는 파타, 하마스, 인민전선, 인민당 등 여러 정당이 참여하였고, 누가 봐도 민주적으로 치러진 선거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발생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게서 발생했습니다. 선거 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라는 조직에 대해 테러리스트니 과격파니 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마스를 찍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하마스가 전체 132석 가운데 74석을 얻어 집권당이 됩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EU까지 나서서 경제봉쇄, 군사공격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하마스 정권 무너뜨리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노했습니다. 틈만 나면 민주주의와 민주적인 선거를 외치던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인이 치른 민주 선거는 부정하고 오히려 새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팔레스타인의 친미 세력에게 돈과 무기를 대서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내외부 세력의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하마스가 강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던 이유도 있지만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하마스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를 무너뜨리기 위한 시도 가운데 가장 심각했던 문제는 2006년 여름의 군사공격으로 그때도 가자지구에 폭탄을 퍼부어 수 백 명의 사상자가 발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6월부터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강화했습니다.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감옥이라고 불리어 왔습니다. 왜냐하면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허가 없이는 한 발짝도 걸어서 외부로 나갈 수 없었고, 군함이 바다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어민들은 가까운 앞바다 외에는 더 나갈 수 없었습니다. 1개 있던 국제공항은 이스라엘이 활주로를 부셔버렸습니다. 그러니까 2006년의 폭격 당시에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은 지금처럼 그 어느 곳으로도 피할 곳 없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야 했던 것입니다.
계속되는 봉쇄와 군사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 기반이 파괴되고 있던 2008년 말, 이스라엘은 다시 가자지구를 공격했습니다. 이번 학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백린탄이라는 화학무기를 사용했는데, 이것은 화학물질인 인을 뿌려대는 것으로 인은 사람 피부에 닿으면 피부를 태웁니다. 또 금속폭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폭탄이 터지면서 금속 파편이 몸 안을 파고들어 핏줄과 근육 등을 끊어 놓는 무기입니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조직을 파괴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온갖 최신 살상 무기를 동원한 살육 작전이었던 것입니다.

휴전 이후

1월 17일 이스라엘은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휴전을 선언한 이유는 간단한데 이미 죽일 만큼 죽였다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협상을 통해 휴전 선언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한 것은 팔레스타인인들과의 대화나 협상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태도입니다.
휴전이 선언 되었으니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생존을 향한 전쟁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식량이나 의약품 등 기초 생필품의 공급을 막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스라엘은 언제·무슨 핑계를 대면서 가자지구를 다시 공격할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2005년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에 했던 일은 가자지구 외부에서 탱크 등을 동원하여 포격을 퍼붓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선언했지만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는 문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모든 군사공격과 적대행위를 멈추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희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휴전을 선언했지만 저희는 이스라엘에게 가자지구에서 즉각 철수하라고,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학살 과정에서 군사적 측면에서는 우위를 지켰을지 모르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습니다. 제가 팔레스타인과 관련해서 활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6년째 되는데, 지난 6년 동안의 경험을 되돌려 보면 이번이 한국 시민사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나섰던 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6년에 팔레스타인의 제닌이라는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2002년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처럼 제닌을 공격하여 사람들을 죽이고 집들을 때려 부셨습니다. 그런데 몇 해 지나고 나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무너진 집터에 다시 집을 짓고 희망을 상징하는 벽화를 그렸습니다. 사람이 죽고, 집이 부서졌다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넋을 놓고만 있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자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많은 것들이 파괴 되었지만 과거 60여년의 세월 동안 그랬듯이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시 일어설 겁니다.
특히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지금 슬퍼만 하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당장에 다친 사람을 치료해야 하고,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머물 곳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살의 충격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돌봐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집니다. 이스라엘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인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집을 지으려고 하면 같이 집을 짓고, 다친 사람을 치료하려고 하면 의사와 의약품을 보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학살을 저지를 때는 어느 곳으로도 도망조차 갈 수 없었지만, 언제까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라는 감옥에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은 평화를 향한 용기와 실천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은 우리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가슴 깊이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