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정치사찰 파문..."군사정권 구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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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정치사찰 파문..."군사정권 구태 부활"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8.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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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당원 등 민간인 10여명 조직적 사찰
군사정권의 유물이었던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이명박 정권 들어 자행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12일 국회 브리핑에서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억눌러온 이명박 정부가 심지어 국군 기무사까지 동원하여 다수의 민간인을 사찰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정희 의원에 따르면, 기무사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민주노동당원을 포함한 시민 10여 명을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불법 사찰해왔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의 불법 민간인 사찰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기무사, 시민 10여명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불법 사찰 자행

앞서 민주노동당은 쌍용자동차 노조의 농성이 진행되던 지난 5일,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열린 평택역 집회에서 불법 사찰 중이던 S씨가 소지하고 있던 사찰자료를 입수했다. 당시 S씨는 사찰내용이 적힌 수첩과 함께 그의 신원을 알 수 있는 군 작전 차량증과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정희 의원은 "S씨가 소지한 4장의 군 작전 차량증은 국방부장관의 직인이 찍혀 있고 사용부서/부대가 국군기무사령부로 되어 있으며, 발행관은 중령 K씨로 적혀 있다. 또한 S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은 군복을 입고 찍은 증명사진이다"라며 "이런 사실로 미루어볼 때 S씨는 국군기무사 소속의 현직 군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입수한 S씨의 수첩에는 지난 1월과 7월 다수의 사찰 대상자들의 행적을 메모한 내용이 있다. 사찰 대상자들의 행적이 날짜별, 시간대별로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다. 또한, 수사활동 세미나 내용과 사찰을 위해 필요한 요구사항, 토의내용 등이 적혀 있다.

예를들면, '고급 아파트 출입 시 소형차로는 곤란하므로 중장기 예산을 반영하여 이를 교체해야 한다', '필요 장비가 탑재된 승합차가 필요하므로 중장기 예산 반영이 필요하고 이미 검토하고 있다', '거점 확보가 필요하므로 전세자금을 활용해야 한다', '유경험자의 사례를 반영한 활동 메뉴얼 작성', '외국 활동 협조자 구축 시 예산 필요', '일반 인터넷 설치 필요', '보고 문제' 등이 적혀 있다.

이에대해 이정희 의원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토의내용에는 경찰과 동행, CCTV 설치 건 등이 메모되어 있다"면서 "사찰활동을 경찰의 협조 아래 진행하고 있고, 사찰 대상지에 대한 실시간 거점 감시가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군사정권 시절 구태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살아나"

국군기무사는 군과 관련이 있는 첩보의 수집과 처리 등을 하는 군 수사기관으로, 민간인에 대한 첩보의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없다. 만약 군사보안 등과 관련 민간인 신상자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S씨가 소지하고 있던 사찰 자료를 보면 기무사가 민간인에 대해 무분별한 사찰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정희 의원은 더욱이 "사생활 보호 등의 차원에서 사찰 대상자들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찰 자료에 등장하는 민간인들은 군사보안, 군방첩, 군수사 등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군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 대해 기무사 요원들이 미행하고 촬영하는 행위는 군사법원법 제44조에 따른 군에 관련한 첩보 수집 및 수사에 한정된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군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은 군사정권 시절에나 자행됐던 일로,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0년 10월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소속 윤석양 이병이 노무현, 이강철 등 야당 정치인을 포함한 민간인 1300여명에 대한 사찰기록을 폭로해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가 연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파문이 인 바 있다. 이 일로 보안사는 수술대에 올라 이듬해 국군기무사령부로 개명하며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정치사찰 논란 등으로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도 노무현 정부 시절 폐지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초 부활되면서 정치사찰 우려 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정희 의원은 "역사책에서나 있어야 할 구시대적 행태가 이명박 정부에 의해 다시 살아난 것"이라며 "국방부와 국군기무사령부는 민간인을 왜 사찰했는지 그 목적을 밝히고 사찰 대상자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앞으로의 계획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의혹해소와 함께 당사자들에 대한 사죄와 불법 사찰과 관련된 책임자 엄중 문책 등도 요구했다.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기사입력 : 2009-08-12 10:51:40 ·최종업데이트 : 2009-08-12 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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