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일주일 만에 국보법 폐지에서 존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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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장 일주일 만에 국보법 폐지에서 존속으로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8.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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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보수화 신호탄?…사무총장 사의 표명, 후임에 보수인사 거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국가보안법 폐지에서 존속으로 며칠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현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인권위 보수화’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 위원장은 1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며 “나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인권위 전체 입장을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앞으로 인권위 안팎에 내 소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해 옳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공식 의견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과 인권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인권 전문가들의 대다수 의견으로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인권위 수장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인권위가 급격히 보수화되고 인권기구로서 역할도 의심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주일 만에 ‘소신’ 바꾼 현병철 위원장

특히 현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4일 인권단체들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 내용을 180도 바꾼 것으로 인권위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현 위원장은 “2004년 8월 인권위 권고 내용처럼 국보법에 대한 기본 입장은 인권침해법이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폐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보수단체들은 일제히 현병철 위원장에게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성명을 통해 “국보법은 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인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국가정통성과 관련해 사상적 문제점이 있는 만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보수진영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사상 검증이라는 칼끝이 현병철 위원장을 향하자 현 위원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국보법 폐지 반대는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현병철 위원장의 전향 아닌 전향에 인권단체들은 향후 인권위가 정부와 보수세력의 입김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전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난 4일 현 위원장에게 질의서를 보냈던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명숙 활동가는 현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인권위가 본격적으로 보수화의 길을 걷겠다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명숙 활동가는 “유엔은 권고 사항으로 개인의 사상을 침해하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했는데 현병철 위원장은 유엔 권고사항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향후 인권위가 반인권위가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보법 존속 의견은 신호탄...사무총장도 보수 인사로?

인권단체들은 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보며 향후 사무총장 후임인사에 보수적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걱정했다.

때마침 김칠준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인권위는 11일 김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화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통상 위원장이 바뀌면 사무총장이 일정기간 보좌를 하고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무총장 자리가 공석이 되거나 퇴임이 임박하면 위원장이 제청해 심의를 하게 된다. 김 사무총장은 다음달 4일까지 근무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통상적인 관례임을 강조하며 이번 사퇴 배경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인권단체들은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할 때부터 정치색 짙은 인물을 사무총장에 앉혀 인권위를 “변질시킬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색이 엷은 현병철 위원장을 인권위 수장으로 앉히고 실질적으로 인권위를 장악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사무총장의 자리에는 보수적 색채의 인사를 앉히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명숙 활동가는 “사무총장 자리에 보수 쪽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뉴라이트 계열인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를 유력한 사무총장 후보로 지목했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http://www.vop.co.kr/2009/08/11/A000002632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