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대상자 인터넷 회선 통째로 감청
상태바
국정원, 수사대상자 인터넷 회선 통째로 감청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9.01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정원대응모임, 국정원 '패킷감청' 증거자료 공개

국정원, 기무사 등의 불법 민간사찰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혐의자 등의 인터넷과 이메일 등을 실시간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집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감청하는 '패킷감청'까지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패킷감청은 인터넷 이메일은 물론 웹서핑 등 대상자가 쓰는 인터넷 이용 내용을 원격으로 똑같이 볼 수 있는 기술로, 사생활의 모든 영역이 제한 없이 파헤쳐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 국정원대응모임은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국정원, 직장·자택 인터넷 회선 통째로 감청

국정원 관련 법률 개악 저지를 위해 만들어진 국정원대응모임은 31일 오후 민주노총 1층 대회의실에서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해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 회원들에 대해 국정원이 패킷감청한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는 국정원이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2008년 6월12일부터 8월11일까지 실천연대 정책위원인 곽동기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및 대화녹음·청취 허가요청에 대한 허가서이다.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곽씨가 사용 중인 휴대폰의 음성사서함 감청·문자메세지 열람, 위치·착발신지 추적 및 국내·국제 통신사실을 확인했고, 곽씨의 자택과 사무실로 착발신된 우편물을 검열하고 복사해 갔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감청 방식이다.

▲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국정원이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2008년 6월12일부터 8월11일까지 실천연대 정책위원인 곽동기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및 대화녹음·청취 허가요청에 대한 허가서를 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특이한 건 곽씨의 직장과 자택의 초고속인터넷회선에 대한 감청이다.

국정원은 곽씨의 직장인 한국민권연구소와 자택에 설치된 H사와 K사의 초고속인터넷회선에 대한 전기통신내용을 수집하고 실시간 착발신 IP추적했다.

이를 통해 국정원은 네이버와 한메일 등에서 곽씨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은 물론 곽씨의 웹서핑 내용까지 실시간 감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패킷감청이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감청하기 때문에 곽씨와 같은 인터넷 회선을 쓰는 직장동료나 가족 등의 사생활까지 광범위하게 노출됐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곽씨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집에선 부인과 처형 등 가족 3명이 함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천연대 회원도 아닌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국정원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실천연대 회원 중 국정원의 패킷감청을 당한 이는 곽씨를 제외하고도 3명이나 된다.

민가협 한지연 간사는 "PD수첩 PD의 이메일이 압수수색당하면서 국내메일에서 외국에 서버를 둔 지메일 등으로 옮기는, 이른바 '인터넷망명'을 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졌는데 패킷감청 하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간사는 "법률에 따라 수사 목적의 감청을 허용한다하더라도 이번에 밝혀진 감청 실태는 충격적"이라며 "이런 저인망식 감청은 헌법상 통신비밀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무력함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감청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며 "아무런 제한 없이 패킷감청 등을 하는 게 맞는 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동기씨도 "시민사회, 운동단체들 모두가 패킷감청의 잠재적 대상자"라며 "오늘은 제가 당했지만 내일은 여러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인 곽동기씨가 피해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민중의소리> 배혜정 기자 bhj@vop.co.kr
기사입력 : 2009-08-31 15:51:46 ·최종업데이트 : 2009-08-31 17:23:49
http://www.vop.co.kr/2009/08/31/A000002657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