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기관, 노래패 '우리나라' 일본 공연까지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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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기관, 노래패 '우리나라' 일본 공연까지 사찰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9.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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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교류해온 일본 민족학교 행사 동향 파악 지시해
공안기관이 일본 민족학교와 교류한 노래패 ‘우리나라’ 강아무개 대표를 내사 하라고 지시한 문건이 드러나 또다시 공안 탄압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민간단체 사찰, 국정원의 인터넷 회선을 통한 감청에 이어 문화예술단체 대표에 대한 내사 지시까지 이명박 정부 들어 공안기관의 전방위적인 수사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1999년 창단된 노래패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민중가요패로 꼽히며 최근 시청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공연 무대에서도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공안기관, 우리나라 대표 내사 지시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문건은 A4 크기의 공문서 양식으로 제목에는 ‘현지 채증 등 내사 지시(KJ09-0104-0826)'라고 쓰여 있어 'KJ'로 시작하는 공문서 번호를 쓰고 있는 공안기관의 공문으로 보인다.
또한 이 문서는 위 아래로 ‘Ⅲ급 비밀’이라고 쓰여져 있고, 발신란은 공란이지만 수신거점은 ‘고베’로 돼 있어 일본 현지에 지부를 둔 공안기관의 공문서로 추정된다.

문건 본문에는 ‘국보법 위반 혐의로 내사 중인 노래패 「우리나라」 대표 강○○(39) 및 조직원 7명의 訪日(방일)과 관련, 현지 채증 등 동향내사 후 결과 보고 바람’이라며 직접적으로 내사를 지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대상자 인적사항'에는 강 대표의 이름과 여권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가 차례로 담겨있고, 직업란에 ‘친북노래패 우리나라 대표’라고 명시한 대목이 눈에 띈다.

문건 중 ‘현지 채증 및 내사 필요사항’에는 강 대표 등 우리나라 노래패 일원 8명이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접촉할 대상과 시간, 장소 등을 미리 파악해 명시해 놓고 ‘접촉장면 채증 및 고베 체류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강 대표 일행의 동선을 철저히 그려놓고 채증 자료를 남겨 법적 처벌을 위한 증거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민족학교 교류 사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특히 문건에는 8월 3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120분 동안 고베에서 개최되는 ‘고베조고(고베조선고급학교) 창립 60돌 축하콘서트’에서 '협조자' 등을 활용해 우리나라 노래패가 친북 반정부 언동 및 불순가요 제창시 관련내용을 채증하도록 하는 등의 공연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고베조선고급학교는 재일동포들이 다니는 민족학교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계열의 학교다.

공안기관이 강 대표와의 민족학교 사이 교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앞서 기무사가 일본에 있는 민족학교 아이들에게 책보내기 운동 등의 교류사업을 벌여온 ‘뜨겁습니다’라는 단체와 회원들을 사찰한 것과 같이 이번 공안기관의 내사 지시 역시 총련과의 연계고리를 문제삼아 강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노래패 우리나라는 고베조선고급학교와 정기적으로 교류를 해왔고 이번 일본 방문 목적 역시 고베조선고급학교 창립 60돌을 축하하기 위한 노래공연이었다.

우리나라 노래패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고베조선고급학교와 수년동안 교류사업을 해왔다”면서 “이걸 가지고 3급비밀로 분류가 된 공문으로 내사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보고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총련계 인사를 접촉한 것을 두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내사를 벌이고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황희석 변호사는 “중국 북경에서 북한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북한국적의 사람들에게 주문도 하고 같이 노래도 부르는 데 그럼 그것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더욱이 일본은 반국가단체가 지배하는 지역도 아니다. 중국 북경의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은 북한 국적이지만 총련계 사람은 북한, 한국, 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일례로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 여행 중 국적도 분명치 않은 총련계 사람을 만나면 국가보안법 중 어떤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황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는 총련과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서로 교류를 장려하고 총련 계열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면서 “서로간의 반목과 적대감을 풀고 제일동포와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하는 마당에 만났다는 자체만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기사입력 : 2009-09-01 16:09:02 ·최종업데이트 : 2009-09-01 21:39:59
http://www.vop.co.kr/A000002658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