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터넷 게시물 실시간 감시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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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터넷 게시물 실시간 감시 시스템 구축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9.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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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입력하면 인터넷 게시물 자동 수집 시스템 발주
기무사 민간사찰과 국정원의 ‘패킷 감청’에 이어 경찰이 인터넷 사이트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검색,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드러나 사찰 의혹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보안과는 지난 7월 ‘보안사이버 검색․수집 시스템 업그레이드 사업’이란 이름으로 관련 업체와 계약을 하기 위해 조달청에 계약 내용이 포함된 과업지시서를 내려보냈다.

과업지시서에는 시스템 구성, 검색․수집 대상, 사용자환경, 보안성 검토 등으로 나눠 경찰청이 업체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찰이 지정한 특정 사이트를 대상으로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자동적으로 수집되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요구사항이다. 예를 들어 ‘불법 사찰’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경찰이 지정한 사이트 상에서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물 내용이 자동적으로 수집되는 형식이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경찰은 검색 수집 대상으로 “주요 포털사이트와 대상사이트, 카페․블로그는 발주기관(경찰청 보안과)이 지정하며, 3~4개 분야별 20개 내외의 사이트를 모니터링․수집”한다고 나와 있다.

경찰은 특히 특정 사이트의 게시물 뿐 아니라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자료실로 분류된 글을 포함해 댓글과 첨부물까지 수집하는 시스템을 요구했다.

또한 경찰은 제목, 글쓴이, 닉네임, ID, 게시일시, 번호, 조회수, 내용, URL 등 게시 정보를 함께 저장하도록 했다.

더욱이 경찰은 이 같은 자동 수집 시스템을 대상사이트 서버에 네트워크 정보(IP 주소 포함)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형사상의 문제를 업체가 지도록 했다.

경찰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특정 사이트를 지정해 놓고 댓글과 첨부물까지 포함된 게시물을 검색하고 수집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공안기관이 검색 수집 과정을 비공개적 진행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찰 의혹과 같은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인터넷상의 행위는 범죄목적으로 실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광범위한 사찰 행위로 사상과 의견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불법성 논란도 예상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직무의 범위)에 따르면 경찰은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직무범위상 할 수 있다고 나오지만, 상시적인 감시 시스템를 구축해놓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경찰관 직무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은 범죄 예방을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인터넷상의 댓글이 범죄와 직접,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 상시적인 감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합리적인 정보 수집 행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불법성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위헌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인터넷상 공개된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감청이나 사찰행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기사입력 : 2009-09-03 11:17:58 ·최종업데이트 : 2009-09-03 12:35:21
http://www.vop.co.kr/2009/09/03/A000002660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