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법무장관이라면 즉각 수사지휘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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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법무장관이라면 즉각 수사지휘했을 것"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9.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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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검찰총장, 대검 앞에서 짧은 만남
▲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을 만나 용산사태 수사 기록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 김도균


11일 오전 9시 5분, 출근 중이던 김준규 검찰총장이 승용차에서 내렸다. 김 총장은 한 시간 전부터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천정배 민주당 의원에게 다가갔다.

"취임을 축하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 받는 총장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손을 붙잡았다. 자신이 법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김 총장을 법무실장으로 가까이에 두었던 천 의원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오늘은 여기 한 시민으로서 왔습니다. 용산 참사는 그 자체로 비인도적 야만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 8개월에 이르도록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야만입니다. 이 문제를 생각하면 나도 견딜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총장께서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으시겠지만, 이 문제만큼은 실무자들에게만 맡기지 마시고 직접 검토해서 꼭 공개하도록 해주십시오."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김 총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잘 알겠습니다. 다시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천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서 대검청사로 향하는 김 총장을 향해 용산 참사 유가족들의 항변이 이어졌다.

"뭐가 두렵습니까? 수사기록 내놓으세요."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세요."

김 총장이 청사로 들어간 후 천 의원은 기자들에게 "수사기록은 어느 개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고 검찰 수사의 결과물로서,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진실들이 들어있게 마련이다"라며 "공안당국과 유가족 사이에 상당한 시각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천 의원은 "지난 4월에 법원도 공개를 명령했는데, 검찰은 지금까지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내가 법무장관이라면 즉각 수사지휘해서 공개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총장은 대검 출입 기자들에게 "법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한계가 있다. 용산참사가 그런 것 아닌가"라며 "사건관계 증거는 증거로 제출하지만 무관한 기록을 낼 수는 없다"며 사실상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김 총장은 "다시 보겠다는 말의 의미는 피고인 방어권 관련 증거는 제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재판관련 부분 증거는 이미 많이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용산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도균



<오마이뉴스> 김도균 (capa1954) 기자
09.09.11 11:26 ㅣ최종 업데이트 09.09.11 11:36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14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