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무자격자를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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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자가 무자격자를 임명한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9.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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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사무총장 내정자 김옥신 변호사 무자격 논란 불거져
▲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14일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옥신 변호사는 현병철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나 업적이 전무한 '인권 문외한'"이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민중의소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무자격자가 무자격자를 뽑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이 신임 사무총장으로 김옥신 변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위원장에 이어 김 변호사의 '인권 문외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14일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옥신 변호사는 현병철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된 활동이나 업적이 전무한 '인권 문외한'"이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고려대에서 상법을 전공한 뒤 99년까지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인천에서 변호사를 개업해 기업을 변호한 사람(새사회연대 신수경 정책기획국장)"으로 인권위 사무총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판단이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현병철 위원장을 '민법 전문 위원장', 김옥신 신임 사무총장을 '상법 전문 사무총장'이라며 "법률가 중심주의는 자칫 인권을 법의 테두리에 가두고 인권의 사각지대를 향한 인권의 상상력을 무디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사회곳곳에서 인권에 대한 호소가 이명박 정부의 소위 '법치' 강조 하에서 억압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인권 길들이기, 법의 잣대로 인권을 판단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기자회견ⓒ 민중의소리


김옥신 변호사는 인권문외한 논란에 더해 99년 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 시절 '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 회원 7명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이적 단체 구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려 자격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은 유엔과 국제인권단체 등 국제인권사회에서 수차례 폐지를 권고한 대표적인 인권악법이고,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며 "김 변호사의 사무총장 임명은 이런 국내외 조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로 그 자체가 인권을 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이 김 변호사의 신임 사무총장 내정에 크게 반발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인선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11일 김 변호사가 사무총장에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인권위 홍보협력과에서조차 내정 소식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밀실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인권 단체들은 "현병철 위원장에 이어 김옥신 변호사도 깜짝 인사, 뒤통수치기 인사"라며 "언제까지 이런 일을 되풀이하려는가, 국제인권기준에 걸맞는 인선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 열린 전원회의에서 김옥신 변호사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제청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의 비공개 방침을 정해 인권단체들이 반발했다. 명숙 활동가는 "인권위가 (사무총장 내정 과정과 관련해) 비민주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 감수성도 떨어지는데 민주적 감수성도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심의자료를 추가해 오는 18일 전원회의를 다시 열어 김옥신 변호사에 대한 사무총장 제청건을 다루기로 했다. 김옥신 변호사는 신임 사무총장으로 제청되면 전원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이명박 대통령이 최종 임명할 예정이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기사입력 : 2009-09-14 17:11:32 ·최종업데이트 : 2009-09-14 18:52:55
http://www.vop.co.kr/2009/09/14/A000002669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