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법정 싸움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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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법정 싸움 본격 시작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09.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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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발생 원인 놓고 공방...검찰 수사기록 3천쪽 없이 재판 진행
15일 용산 참사 농성자 재판이 본격적인 법리 싸움에 들어갔다. 지난 1일 민변 변호인단이 사임계를 제출한 이후 새롭게 구성된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증인을 놓고 검찰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서울지방법원 311호에서 열린 공판(한양석 부장판사)에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변호인단은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박승진 변호사(법무법인 원) 등으로,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소송소위원회가 공인소송 차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변호인단은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쟁점 사항을 정리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공소장에는 농성자 중 1명이 화염병을 3층으로 던지고 농성자들이 8개 시너통을 옥상에 던져 폭발했다고 하는데 경찰 특공대원 중 (화염병)투척이 없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시너통을 던진 행위도 폭발 위험이 있어 밖으로 던진 것 뿐"이라면서 "공소장 내용은 추측일 뿐이고 원인을 확정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동영상 채증 자료 중 7시 20분 19초와 20초 사이에 망루의 창문이 환해지고 아래에서 화염이 휩싸이는 데 이 화면만을 가지고 특정인 농성자 1명이 화염병을 던졌다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또한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사람이 실수로 동료와 경찰을 죽였다고 해도 공동정범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적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변호인단은 공소장에 나온 피해자가 경찰 1명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사망한 5명의 철거민의 법적지위에 대해 캐물었다.

이에 대해 검찰의 대답은 단호했다. 검찰 측은 "사망한 5명의 철거민들은 용역과 경찰에게 화염병을 투척한 공동정범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돌아가셨기 때문에 기소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또한 용산 참사 당시 채증요원이었던 경찰관 6명을 증인대에 세우고 이들이 직접 찍었던 채증 영상 자료를 재판장에 설치된 TV 화면으로 직접 보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검찰은 채증 영상 자료를 분석해 화재 발생 원인이 농성자에게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지만, 변호인단은 경찰관들이 화재 발생 장면과 특공대의 진압 장면 등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의혹을 제기하는 등 채증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변호인단이 문제를 제기한 채증 자료에는 화재가 발생한 장면이 생략된 채 다른 화면으로 갑자기 건너뛰고 런닝타임 40분 중 4분을 뺀 나머지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김형태 변호사는 "제일 중요한 순간에 (영상에)찍히지 않았다"며 경위를 따져 물었고, 증인으로 나온 경찰관은 "녹화를 하면 빨간불이 들어오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아 눌렀다. 그 장면을 찍지 못해 아쉽다"고 해명했다.

변호인단이 의도적으로 영상을 찍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은 "이 시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해서 못 찍은 것 아니냐"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유도심문을 하지 말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화재발생 지점도 이번 법리 싸움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채증된 영상 자료를 정지시킨 뒤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빨간 불빛이 보이는 망루 3층 부분을 가리키며 농성자가 있는 망루 3층이 최초 화재 발화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망루 3층에서 불빛이 나고 2~3초 사이에 옥상 바닥에서 불이 났는데, 발화지점이 망루 3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용산 범대위는 "우리 역시 검찰의 수사기록 3천 쪽 없이 진행되는 재판의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결국 불공정한 재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법정에서 진실의 일단이라도 규명하여 억울한 피해자가 되어 있는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며 새 변호인단을 구성해 법정 싸움에 돌입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기사입력 : 2009-09-15 20:17:30 ·최종업데이트 : 2009-09-15 20:54:41
http://www.vop.co.kr/2009/09/15/A000002671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