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갈수록 ‘빅브러더’ 치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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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갈수록 ‘빅브러더’ 치달아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0.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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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피해자·참고인 4417만명 개인정보 무한저장
5년간 1404만건 이상 조회 수사 활용…인권침해 우려
경찰이 우리 국민 수에 버금갈 정도의 피의자, 피해자, 참고인 수사기록 등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이 11일 경찰청에서 받은 ‘범죄정보관리 시스템’(CIMS·심스)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경찰이 피의자 2492만명과 피해자 1812만명, 참고인 1126만명 등 모두 4417만명의 수사기록 등 개인정보를 심스 안에 저장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의 피의자나 피해자 혹은 참고인으로 단 한 차례라도 경찰의 수사를 받은 이들의 모든 개인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경찰이 사실상 ‘빅브러더’가 되고 있는 셈이다. 또 경찰은 심스에 저장된 이런 방대한 개인정보를 2004년 이후 1404만건 이상이나 조회했다.

심스에는 경찰이 사건을 접수한 시점에서부터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담긴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물론, 피해자와 참고인에게서 받은 진술조서, 수사보고서,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 신청서, 의견서 등 심스에 담기는 문서의 서식만 301가지에 이른다. 객관적 자료 외에 수사 중 경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와 각종 조서 등 수사관의 ‘자의적’ 판단이 담긴 자료도 포함돼 있다. 이들 기록은 다른 수사관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고 유출 때 피해자의 인격과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방대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심스에 관한 정확한 관리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경찰은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경찰의 직무로 규정한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심스 운용의 근거 조항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심스에 저장될 구체적 내용과 범위는 물론 개인정보의 폐기나 삭제 관련 규정이 없다. 경찰 내부적으로 ‘심스 운영지침’을 두고 있으나 이 지침은 “입력된 자료는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의자가 무죄나 무혐의를 받을 경우에도 관련 내용이 삭제되지 않는다. 물론 “특별한 사유가 발생된 경우 시스템 관리자가 그 적정성을 심사해 이를 삭제·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피의자 등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사실상 삭제가 안 되는 상황이다. 이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지문을 채취하고 피의자의 인적사항과 죄명 등을 기재한 표인 ‘수사자료표’가 기재할 정보의 내용을 확정해 제한하고, 전과자의 정상적 사회 복귀를 위해 무죄가 확정되거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관련 내용을 삭제하도록 돼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소년범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에 대한 사건 조서 등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저장·관리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소년범에 대한 정보의 경우, 비행 기록은 물론 비행예측성 자료표 등 민감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또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이나 국가보안법 사범에 대한 피의자 조서까지 심스 안에 보관되고 있는데 이는 “사상·신조 등 개인적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현행법과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한겨레>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기사등록 : 2009-10-12 오전 07:41:19 기사수정 : 2009-10-12 오전 08:13:32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13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