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민법정 "이명박 대통령은 살인교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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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국민법정 "이명박 대통령은 살인교사죄"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0.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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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민 눈높이로 바라본 참사... 배심원단, 피고인들에 모두 유죄 선고
▲ 18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용산 국민법정의 재판부. ⓒ 권박효원


이명박 대통령 : '살인 및 상해 교사죄' 유죄 35명 무죄 8명 기권 2명, '강제퇴거죄' 유죄 44명, 기권 1명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 '공무원의 폭행 가혹행위죄' 유죄 44명 무죄 1명 '살인 및 상해죄' 유죄 43명 무죄 3명

천성관 전 서울지방검찰청장 : '증거은닉죄' 전원일치 45명


용산국민법정의 결과는 피고인들의 참패였다. 18일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열린 국민법정에서 배심원단(총 45명)은 각 혐의에 대해 압도적인 유죄 판결을 내렸다.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간부 6명은 살인죄 및 상해죄, 폭행·가혹행위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는 이에 대한 교사죄와 강제퇴거죄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제퇴거죄로 각각 유죄 선고를 받았다. 천성관 전 서울지방검찰청장도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지 않는 증거은닉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 주문에서 피고인들에 "강제진압에 대해 국민 앞에서 사과하고, 주거권을 보장하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도시테러범이 아닌 철거민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들이 원할 때 평온한 장례식을 치르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날 법정에서 새로운 사실 관계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시민들이 방청객과 시민들이 따져본 용산참사의 법적 책임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현 정권에게 있었다. 경찰은 쏙 빼고 철거민 농성자들만 기소된 실제 용산재판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날 재판에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일반 시민 등 약 600여 명이 참여했다. 방청객들은 강당 뒷자리나 통로에서 재판을 지켜봤고, 이 공간도 부족해 1층에서 생중계 화면으로 재판을 보는 방청객들도 많았다.

화재 당시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방송되자 유가족들은 물론 방청객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기소 대리단] "망루 뒤흔들고 강제진압한 경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이날 기소 대리단 소속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재 원인에 대해서 "경찰이 용접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불꽃이 튀고 망루를 뒤흔들어 내부 인화물질이 흘러내렸다, 용역업체 직원들도 건물에서 불을 피웠다"면서 화염병 이외의 발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위험한 망루 안에 있던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내부에 투척했다는 것은 비상식적 추론이고, 진압 경찰들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기소 대리단의 주장이다.

또한 "당시 농성자들은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들이 철거용역회사 직원들의 폭력을 묵인하면서 농성자 저항을 유발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찰특공대가 농성자들을 무차별 폭행했으며, 옥상으로 탈출한 농성자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취임 이후 계속 '떼법 청산'을 강조했고, (용산 참사는) 경찰청이 그에 따라 '떼잡이'인 농성자들을 응징한 것'이라면서 살인·상해·가혹행위에 대한 교사죄를 주장했다.

▲ 18일 열린 '용산 국민법정'에서 배심원단이 선서를 하고 있다. 2번 배심원인 청소년이 대표로 선서했다. ⓒ 권박효원


현장을 목격했던 증인 정아무개 흑석철거민대책위원장은 "농성자가 일반 시민에게는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고 건물 앞을 지나는 경찰에게 '돌 안 던질테니 지나가라'고 할 정도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망루 농성자 김아무개씨는 "세녹스는 무기가 아니라 난방용으로 가져갔다, 저는 도심테러집단도 게릴라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실제 법정과는 달리 검찰 간부들의 편파수사나 용산4구역 재개발정책도 재판 쟁점으로 다뤄졌다.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직무유기죄·증거은닉죄 등으로 기소됐다. 개발조합장과 시공사·용역업체 대표자들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장규 용산구청장 등도 '강제퇴거죄'로 기소됐다.

용산4구역에서 2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하다 지난해 11월 철거당한 증인 최아무개씨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가게에 혐오스러운 그림을 그리고 문 앞에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올리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유아무개씨는 "주민설명회에 세입자는 출입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피고 변호인단] "농성자 시너와 화염병 투척이 결합해 화재"

변호인단은 "참사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하지만, 법에 의해서 판단해달라"고 배심원들에게 당부하면서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날 변호인단은 주로 법 논리를 설명하면서 전원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을 내세우진 않았으며, 기소인 대리단 측 주장이나 심문에 대해 "특별한 할 말은 없다"고 반론을 포기하기도 했다.

피고 변호인단 소속 이재정 변호사는 참사 당시 동영상 캡처 화면을 보여주면서 "2차 진입 전 통째로 시너를 쏟아붓는 광경이 목격됐고, 그 뒤 연기가 포착된 뒤 화재가 났다"면서 "농성자의 시너 투기와 화염병 투척이 결합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소인 대리단이 주장한 '미필적 고의'에 대해서, 법적으로 경찰 측이 사망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작전을 펼쳤을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장비로 진압했으며 참사 결과 동료를 잃었던 경찰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 진압 필요성에 대해서도 "장소가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8차선 도로였는데 농성자들은 여기에 화염병을 투척했고, 경찰이 협상을 시도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형법상 교사범은 정범을 전제로 하는데 경찰들이 무죄이기 때문에 교사범도 무죄다, 또한 진압에 대한 구체적 보고와 지시가 입증되지 않은 이상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만으로 교사로 볼 수는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강제퇴거죄와 관련, 변호인단은 "용산4구역 재개발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사업이었으며, 절차에 따라 상가세입자도 참석 대상으로 포함하는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회 보고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 18일 오후 1시에 열린 '용산국민법정'에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상복을 입은 채 방청석 앞줄에 앉아있다. ⓒ 권박효원


제도권 법정의 용산재판도 조만간 선고... 재판부 판결은?

이날 재판부는 배심원단 의견을 전달받은 뒤 판결 주문을 발표했으며, 구체적 판결문은 빠른 시일 내에 작성하기로 했다. 국민법정 준비위는 오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판결문을 발표하고 정부·국회 등에 발송할 예정이다.

용산국민법정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다양한 성별·연령·계층으로 구성됐다. 박연철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이사)가 재판장을 맡았으며 비정규직 노동자, 청소년인권활동가, 장애인운동 활동가 등이 법복을 연상시키는 붉은 색의 조끼를 입고 판사석에 앉았다.

신청자 중 무작위로 선출된 배심원단에서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이 대표로 배심원 선서를 했다. 용산법정 준비위는 외부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심리 동안 배심원에 대해 언론 인터뷰는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금지했다. 이들은 심리가 끝난 뒤 비공개 장소에서 1시간 동안 평결에 대한 토론을 열었다.

한편, 실제 용산재판은 경찰특공대원 및 간부들에 대한 심문을 마치고 피고인 심문을 진행 중이다. 이후 재판부는 최후 변론과 구형을 진행하고 오는 29일 전까지 선고를 마칠 방침이다. 국민 배심원과 현실의 재판부는 어떻게 다른 판결을 내놓을지, 그 결과는 이달 중에 밝혀진다.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09.10.18 21:40 ㅣ최종 업데이트 09.10.18 21:4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4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