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1967년 유럽간첩단 사건은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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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1967년 유럽간첩단 사건은 조작"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0.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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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족들에게 결정문 통보
지난 1967년 발생한 일명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사형 등 유죄판결을 받은 박노수, 김규남, 김판수씨 등이 증거 불충분 상태에서 기소됐으며 조사과정에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 수사기관의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유럽 간첩단 사건을 재조사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가 간첩으로 몰려 지난 1972년 처형된 박노수씨의 큰 누나 박경자(89)씨에게 결정문을 통보하면서 알려졌다.

'유럽간첩단사건'은 1960년 후반 '동백림사건' 이후 터진 대규모 공안사건으로 해외 유학을 하면서 동베를린(동백림)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대거 간첩 혐의로 기소돼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당시 박노수씨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였고 김규남씨는 박 교수의 대학 동창이자 현역 민주공화당 의원이었다.

진실화해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는 박노수씨 등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일주일가량 불법으로 감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구타하거나 잠을 안 재우는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해 자백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은 직접 박씨를 권총으로 위협하며 진술 등을 강요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중정이 가혹행위 등으로 수사한 사실을 알면서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으로 이들을 기소했다. 법원은 박씨와 김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즉각 재심을 청구했지만 1972년 7월 갑자기 형이 집행되어 목숨을 잃었다.

진실화해위는 결정문에서 "북한 사람을 만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해 극형인 사형을 선고하고 재심 개시 심리 중에서 형을 집행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권 및 생명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이들 범죄 사실 역시 자백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을 뿐더러 자백 역시 가혹행위 등에 따라 나온 만큼 임의성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또 국가에 대해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민중의소리> 김도균 기자
09.10.27 10:44 ㅣ최종 업데이트 09.10.27 10:4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4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