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총궐기 앞두고 "입지 약화 도모하라"
농식품부-국정원, '전농 죽이기' 합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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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총궐기 앞두고 "입지 약화 도모하라"
농식품부-국정원, '전농 죽이기' 합동작전?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0.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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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 문건 입수... 농식품부 "홍보대책 논의한 것"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쌀값 관련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 문건.


쌀값 폭락에 따른 전국 농민들의 '논 갈아엎기' 항의시위가 잇따르고 내달 중순 농민총궐기대회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장태평)가 국정원 등과 협조해 농민단체를 분열시키려는 공작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쌀값 관련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 문건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나락 적재투쟁, 논 갈아엎기 등 농민들의 쌀값 폭락 항의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국정원과 함께 강성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의장 한도숙)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온건 농민단체의 분리를 시도하고, 전농을 고립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에 전농의 시설 무단점유 불허 및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다. 문건은 특히 "국정원과의 유기적 협조"를 강조하고 이러한 계획이 BH(청와대-편집자주)까지 보고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국정원이 개입하고 최소한 청와대의 묵인 아래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쌀값 투쟁' 목적이 투쟁기금 확보하기 위한 의도?

농식품부는 이 문건에서 최근 쌀값 폭락과 관련해 "일부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벼 갈아엎기, 야적, RPC 봉쇄 및 농민총궐기 투쟁(11월 17일) 성공을 위한 각종 투쟁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농민단체 동향을 살피고 있다. 이어 농민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국정원 등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 농민단체의 시위가 "쌀값과 관련성이 적은 연례적, 계획적 행사"라면서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농정현안 해결보다는 대북지원과 투쟁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고 폄하했다. "농협과 지자체에 야적하는 하위등급 벼를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판매 및 별도의 자금을 지원받아 투쟁 자금화" 하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농정)에 협조정도에 따라 단체별 대응수위를 차별화"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강성 농민단체는 철저히 봉쇄하고 고립시키면서 정부 정책에 협조적인 온건단체는 지원하는 '채찍과 당근' 전략을 쓰겠다는 뜻이다.

강성 농민단체로는 '전농'이 지목됐다. 농식품부는 이 문건에서 "농민연합 단체장의 이해설득을 통해 전농과의 차별화를 추진한다"면서 "단체장들의 반정부 노선에 대한 부정적 성향을 감안, 전농의 설립배경, 성향 및 최근 가농(가톨릭농민회-편집자주)의 변신과정 등을 설명해 전농과의 차별화 필요성을 각인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전농이 주도하는 '논 갈아엎기, 야적 투쟁'의 허구성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언론플레이'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비이성적 논 갈아엎기 행태를 지적하는 전문가 언론기고 등을 추진"하고 "일부 단체의 떡 나눠주기 행사 등을 집중 부각해 강경단체(전농)의 입지 약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문건은 구체적으로 "설명회 8회, 간담회 11회, 언론보도 및 브리핑 30회, 홍보물 37만부"라고 적시해 여론조작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 '쌀값 관련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 문건 1쪽.


국정원, 4대강·광양둑 붕괴 일일보고 이어 농민단체 활동까지 개입

문건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러한 계획이 BH(청와대-편집자주)까지 보고됐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 문건에서 "BH에도 기보고" 됐다고 밝히고 있다.

"국정원과의 협조"를 유독 강조한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4대강 사업 개입, 광양 동호안 둑 붕괴 현황 일일보고 등 국내정치 개입 의혹이 밝혀지면서 궁지에 몰린 처지다. 또 시민단체 사찰 문제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과 소송을 벌여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문건에 따라 농식품부와 국정원이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했다면 "군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나 안기부로 되돌아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 항의시위까지 국정원이 일일이 간섭한다는 뜻이다.

전농 관계자는 "전농과 다른 농민단체를 분리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어왔다"면서 "하지만 국정원까지 동원돼 농민단체를 탄압하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문건대로라면 정부가 대대적인 탄압을 예고하고 있어 오는 17일 농민총궐기 투쟁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쌀값 관련 농민단체 동향 및 대응방안' 문건 2쪽.


농식품부 "정책 왜곡된 점 많아 홍보대책 논의한 것"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문건에 대해 "우리 부에서 만든 것이 맞다"고 확인해주면서도 문건 2쪽의 "국정원과 협조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은 문건에 없다"고 주장했다. 3장짜리 문건을 2장으로 요약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 같다는 아리송한 해명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필요에 따라 국정원과도 협력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논 갈아엎기 등) 농민단체가 벌이는 개별 항의시위를 일일이 다 체크할 수 없으니까, 경찰이나 국정원에 (정보)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농민단체가 논 갈아엎기를 하고 있는데 모든 농민들이 다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 항의와 정부 대책이 왜곡되게 언론에 비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왜곡된 점을 바로잡기 위한 홍보 방식을 논의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여러 농민단체 중 전농만 집어내 차별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농민단체별 특성에 따라 대응하는 수위도 차별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불법 강경단체는 대화를 지양하고,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김영균 기자
09.10.27 19:04 ㅣ최종 업데이트 09.10.27 19:0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47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