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잡아가. 왜 우리는 안 잡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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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잡아가. 왜 우리는 안 잡아가"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0.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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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용산범대위 대표자 등 7명, 청와대 앞에서 연행
▲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이 연행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용산범대위 대표자 등 7명이 30일 오전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용산 재판 규탄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식농성을 이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됐다. 지난 26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자마자 연행된 데 이어 일주일이 채 안되는 사이 두 번이나 같은 일을 당한 것이다.

용산범대위 대표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용산참사 해결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11시50분께 유족들과 함께 인도에 연좌해 단식농성을 벌이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연행된 뒤 28일 석방돼 남일당 건물 앞에서 5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기자회견에 이은 단식농성이 불법집회라며 12시 5분께 대표자 4명과 연대단체 관계자 3명 등 총 7명을 강제 연행했다.

연행된 사람은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 등 용산범대위 공동대표 4명과 연대단체 관계자 3명이다.

경찰은 연행한 이들을 서울 도봉경찰서로 이송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용산참사 유가족 5명은 경찰의 강제연행에 항의하며 청운동 동사무소 앞 인도에 연좌해 있다가 12시30분께 해산했다.

용산범대위는 오후에 도봉경찰서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범대위 대표자들과 유족들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청와대로 통하는 길목에서부터 막아섰다. 당초 기자회견은 11시께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남일당 건물에서부터 유족들과 범대위가 탄 차량을 추적하던 경찰은 청운동 동사무소로 통하는 통인동길 차도 한가운데서 수십여명의 경찰력으로 차량을 막아서 20여분 지연되기도 했다.

실랑이 끝에 가까스로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이 끝나자 5명의 유족들과 단식농성 중인 범대위 대표자들은 그자리에 연좌하고 단식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장소 부근에는 이미 6대의 경찰 버스와 경찰 300여명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은 '단식농성도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불법집회'라며 세 차례 해산경고 이후 연행에 나섰다.

유족들과 철거민, 4명의 범대위 대표자, 연대단체 활동가 등 17명은 이내 100여명의 경찰 병력에 이중, 삼중으로 둘러쌌다. 이내 경찰은 대기하고 있던 경찰 버스에 범대위 대표자들과 활동가들을 차례로 연행하기 시작했다. 범대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연행되면서 "철거민은 무죄다. 이명박 정권이 유죄다"라고 외쳤다. 범대위 대표자들이 연행된 뒤에도 여경 50여명은 유족들과 함께 연좌하고 있던 연대단체 활동가 3명을 떼어내 경찰버스로 연행했다.

유족들은 연행하는 경찰들을 붙잡고 "왜 잡아가. 우리가 뭘 잘못했어"라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7명이 연행된 뒤 울분을 삭이지 못한 유족들은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는 경찰을 향해 "우리도 잡아가. 왜 우리는 안 잡아가"라고 외치며 "철거민들을 죽여 놓고 유가족들이 무섭냐"라고 소리쳤다. 고 이성수씨의 부인 권명숙씨는 "너희들이 죽일 놈들이야. 우리 중형 줬는데 뭐 때문에 또 잡아가"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 추모연대 김명운 의장이 연행되고 있다.ⓒ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 경찰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식농성을 시작하려는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 등 용산범대위 공동대표 등을 미신고 불법집회 혐의로 연행해 가기 위해 에워싸고 있다.ⓒ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 용산범대위는 30일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철거민 1심 판결에 대한 입장과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민중의소리> 조태근 기자
기사입력 : 2009-10-30 12:30:40 ·최종업데이트 : 2009-10-30 16:53:18
http://www.vop.co.kr/2009/10/30/A000002715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