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내 처음으로 '인종차별' 욕설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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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내 처음으로 '인종차별' 욕설에 '유죄'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1.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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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성공회대 교수 모욕한 박씨,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
보노짓 후세인(28)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는 지난 7월 10일 아침 부천시청쪽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정장 차림을 한 박아무개(31)씨로 부터 모욕적인 욕설을 들었다.

"더러워, 냄새나 이 XXX야!...Fuck you!"

박 씨는 후세인 교수와 함께 있던 여성 한아무개 씨에게도 "조선X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라고 말했다. 후세인 교수는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박 씨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지만 경찰도 "한국에 그런 인종 차별(을 처벌하는 법)은 없다"고 한 뒤 오히려 후세인 교수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 지난 7월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세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의 인종 차별적 발언과 태도는 자주 겪는 일이지만 이번은 너무 심했습니다. 이슬람교도는 열등하다는 말과 태도는 인종 차별적일뿐 아니라, 새로운 제국주의적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갈수록 늘어 가는데 이같은 인종차별적 태도는 이주민들보다 한국인들이 스스로 의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시점이야말로, 인종 차별 문제를 제기할 적기이다"라며 박씨를 검찰에 정식으로 고소했고, 검찰도 박씨를 형법상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인종차별 혐의로 국내 사법사상 처음으로 기소된 사례였다. 이에 대해 국내 인권시민단체는 물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 해외 언론들도 한국인의 인종차별 문제가 드디어 공론화 됐다고 관심을 가진 바 있다.

27일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이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고 밝혀 국내에서도 인종차별을 형사 범죄로 인정하게 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2단독 조찬영 판사는 약식명령에서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특정 종교나 국적의 외국인을 혐오하는 듯한 발언을 해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을 참작해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피고인인 박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할 의사를 밝히지 않아 이번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됐다.

한편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 심의에서 정부 대표단은 "차별금지법 보완 및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도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수치심, 모욕감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인종차별로 규정한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출을 앞두고 있다.


<민중의소리>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기사입력 : 2009-11-27 10:49:49 ·최종업데이트 : 2009-11-27 11:26:31
http://www.vop.co.kr/2009/11/27/A000002739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