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를 둘러싼 북한인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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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를 둘러싼 북한인권 ①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1.2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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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선정성을 넘어 대안적 담론으로

  

한반도인권 뉴스레터
17호 | 2010년 1월 2O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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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를 다루기 위한 기본 전제들

“형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고문, 지시문 등을 통하여 사형 등의 형벌이 규정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좋은벗들,『오늘의 북한소식』, 107호, 2008.01.30),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위배하는 포고형태로 공개처형을 통해 생명권을 유린하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통일연구원,『북한인권백서 2009』),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15-20만 명의 정치범이 수용되어 있다”(미 국무부,『2003년 국가별 인권현황보고서』).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인권상황이 열악한 국가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등 자유권 영역에 있어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남한의 진보적 인권단체는 어떠한 입장과 관점을 가져야 하는가? 북한인권이 더 나아지기 위해 남한의 진보적 인권단체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여전히 전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북한과 남한의 인권문제는 각각의 개별적인 현상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냉전과 분단, 한국전쟁, 이념갈등에 대한 이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북한 또는 남한 각각의 분리된 문제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인권의 문제로 이해하고 접근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권개선도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인권의 불가분성과 상호의존성에 기초하여 북한과 남한의 인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려는 우리의 고민이다.


‘정치범수용소’의 정치성과 정보의 한계성

오늘날 역사의 시련과 모순을 딛고 살아남은 인권의 주요소들은 길게 보아 계급 차이와 경제적 불평등을 초월한 인류공통의 보편적 인권의식의 집합체가 된다(미셸린 이샤이 지음·조효제 옮김,『세계인권사상사』도서출판 길, 2005년). 즉, 재산권, 자유권, 노동권, 참정권 등 인권의 항목들이 시대의 제도적·사회적·이데올로기적 기반에 따라 변화·발전해온 역사적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개념에서 그 계급성과 정치성을 오롯하게 배제할 수 없을뿐더러, 그것을 배제하고서는 현대의 인권개념을 오롯하게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남북이 정치적·군사적·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문제는 일방적인 비난과 변화만으로는 그 해결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남북의 분단상황이 인권현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인권현실과 남한의 인권현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상황 속에서 양쪽 사회 모두 반인권적인 제도를 통해 사상·양심·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범과 양심수들을 양산해왔다. 군사 대치 상황에서 비롯한 군비경쟁은 양쪽 정부의 재정 구조를 왜곡했고, 두 사회 모두에서 군사주의가 강화되어 인권 현실의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북한과 남한의 인권현실을 연관해서 파악하고 북한과 남한의 공동의 노력을 통해 서로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한반도인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특히 ‘정치범수용소’ 문제의 경우, 용어의 의미에서부터 남한사회에서의 정치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 흔히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라는 용어는 옛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굴락)의 인권탄압 실태를 그려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작품 <수용소 군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겨울철 혹한의 시베리아 같은 곳에 위치한 ‘강제노동수용소’(굴락)는 스탈린 시대 반체제인사들을 수용하면서 왜곡된 재판, 고문, 대량 처형, 강제노동, 굶주림 등 대규모 인권유린이 자행되었던 곳이다.

이러한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가 남한사회에서는 ‘정치범수용소’로 변용되면서 ‘공산주의’, ‘반체제인사’, ‘강제노동’, ‘대량 처형’, ‘인권유린’ 등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동시에, ‘정치범수용소’는 ‘김정일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해 반체제인사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대체로 남한사회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인권유린의 상징일 뿐 아니라, ‘김정일 독재정권’을 무너뜨려 북한사회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 편입시키고 북한인민을 해방시켜야한다는 대북인권단체들의 정치적 의도가 현실화된 의제이기도 하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대북인권단체의 이러한 정치적 의도는 북한인권과 관련한 여러 증언과 보고서들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기도 한다. 실제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자강도 등 동북부 지역에 설치되어 있으며, 약 20만 명의 수감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증언은 말 그대로 “정치범수용소에 근무했거나 수감되었다가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에 근거”할 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자료가 없다. 또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이 국내의 각종 보고서 등에 의해 소개되면, 미국의 정부 또는 민간단체들이 이들을 초대하여 증언하게 하고, 미 국무부의 국가별 인권현황보고서에도 수록되게 된다. 이처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하나의 증언이 ‘국내에서 국외로’, ‘다시 국외에서 국내로’라는 ‘물타기’와 ‘정보세탁’을 거쳐 객관적인 증언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심층면접과 이중점검 등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범수용소'를 다루는 문제의 정치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존재한다면, 단지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고 하여 구금시설 등에 격리하여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하는 반인권적인 행위를 북한당국이 즉각 중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1990년 중반 이후 전사회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구금시설 내의 피구금자의 열악한 상황,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인 피구금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열악한 처우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보다 진전된 내용의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공정하고 임의적인 처벌이 행해진다는 정보가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구금시설이 사회에 공개되지 않고 폐쇄적일수록 인권침해가 일어나기 쉽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금시설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들에 대해 북한정부가 나서서 그간의 모든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기를 기대한다. (계속)


*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처형’ 문제를 둘러싼 북한인권>은 ①,② 2회로 나누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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