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조계사 행사에 국정원 외압?
상태바
누리꾼 조계사 행사에 국정원 외압?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2.01 1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시민사회 반발…참여연대 "원세훈 국정원장 검찰 고발할 것"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기로 했던 행사가 국가정보원(원장 원세훈)과 한국방송(KBS)의 개입으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 등에게 '압력성 요청'을 받은 대한불교 조계종은 공식적인 유감의 뜻을 밝혔고, 시민·사회단체도 "국정원의 월권 행위"라며 비판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조계종 "심각한 유감…국정원 자숙 요청"

대한불교 조계종은 국가정보원의 압력 의혹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하고 해당 국정원 직원의 조계종 출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만취 경찰의 폭행 사건에 이어 조계종과 현 정부 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원담 스님은 30일 논평을 내 "국가 정보 기관이 경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보들 사랑을 쌓다' 행사에 개입한 것은 종교단체 고유의 활동을 저해한 일"이라며 "우리 종단은 심각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밝혔다.

이어 원담 스님은 "이번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기관 직원에 대해 조계종 중앙종무기관과 조계사 경내 출입을 일절 금지하고, 해당 기관의 자숙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직원 '반정부적 정치 집회가 조계사에서 열린다'"

국정원과 KBS의 개입 논란이 제기된 행사는 진실을 알리는 시민, 촛불 나누기, 소울드레서 등 누리꾼 모임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7일까지 조계사 앞마당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제2회 바보들 사랑을 쌓다'라는 행사였다.

이들은 라면 상자 1000개를 이용해 10미터 높이의 첨성대 조형물을 쌓은 뒤 이 라면을 불우 이웃에게 나눠줄 계획이었다. 행사 기간에는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 의료 민영화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4대강 사업 추진 중단 등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도 포함돼 있었다.

이 행사는 지난해 12월 조계사 종무회의의 허가까지 받았으나 지난 1월 28일 조계사는 이들에게 '장소 제공 불허' 통보를 했다. 이에 조계사 담당 국정원 직원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보신문> 등의 보도를 보면, 국정원 직원은 28일 조계사의 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반정부적인 정치 집회가 조계사에서 열린다, 총무원장 스님이 방북도 하는데 이런 정치 집회는 종단에 누가 되지 않겠느냐"며 행사 장소 제공에 부정적인 취지로 말을 했고 또 이날 오후 조계사에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진실을 알리는 시민'도 홈페이지에 "조계사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받은 명함까지 직접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진실을 알리는 시민 측은 또 "이 행사의 일부로 2월 1일에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가 계획돼 있다는 사실을 안 KBS가 조계사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행사를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를 전했다고 한다"며 "정황상 KBS 수신료 거부 퍼포먼스에 대한 압력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에 국정원 해당 직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계사에 전화를 건 적도 없고 수신료 반대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KBS도 "이번 행사와 조계사와의 관계를 알기 위해 건 전화였다"고 해명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해당 국정원 직원 검찰에 고발할 것"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과 KBS의 외압 논란을 규탄했다.

이들은 최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찰, 설치 미술 작품 '삽질 공화국' 철거 압박, 세종시 수정안 반대 주민에 대한 회유 의혹 등을 들어 "최근 국정원의 방종과 탈선 행태는 '중증'에 이르렀다"면서 "원세훈 국정원장은 잇따른 불법 행위와 인권 유린에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런 행태는 정권 안보를 위해 인권 유린을 서슴지 않았던 독재 정권 시절의 바로 그 모습"이라며 "그 배경에는 '권력만 잡으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정권의 반민주적 국정 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KBS에 대해서도 "행여 종교계가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동참할까봐 '엄청난 파장' 운운하며 압박한 모양"이라며 "KBS가 공영 방송으로서 본분을 다했고 국민 앞에 떳떳하다면 이런 무리수를 쓸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 진실을 알리는 시민 회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국정원 직원들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언론노보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원장·차장 및 기타 직원은 그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의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국정원법 제11조를 들어 원세훈 국정원장과 해당 국정원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
기사입력 2010-02-01 오후 6:25:51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0201174903&section=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