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못 이룬 '사형폐지국'
헌재, 사형제도 5대4 합헌 결정
상태바
이번에도 못 이룬 '사형폐지국'
헌재, 사형제도 5대4 합헌 결정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2.25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신 대체 : 25일 오후 4시 27분]

▲ 헌법재판소는 25일 "사형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대심판정에 앉아 있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자료사진) ⓒ 유성호
헌법재판소는 현행 사형제도는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5일, 광주고법이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등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사형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5대4(합헌 5, 위헌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강국(소장)·이공현·민형기·이동흡·송두환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조대현·김희옥·김종대·목영준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민형기·송도환 재판관은 입법개선 취지로 보충의견을 냈다.

한법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사형제도는 우리의 현행 헌법이 스스로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라며 "범죄예방을 통한 국민의 생명보호, 정의실현 및 사회방위를 위한 공익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어 사형이 헌법 재37조 제2항에 의한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사형이 다수의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한정적으로 선고되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중 송두환 재판은 "사형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법정형에 사형이 규정된 형벌조항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사형이 선택될 수 있는 범죄의 종료를 반인륜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극악범죄의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며 "사형제도의 폐지 또는 유지의 문제는 위헌법률심사를 통해 해결되는 것보다는 내외의 의견수렴과 토론을 거쳐 국민의 선택과 결단을 통해 입법적으로 개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헌 의견을 낸 김종대 재판관은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최고의 자유형이 도입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옥 재판관은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는 그 도입이나 규정의 맥락으로 보아 법률상 존재하는 사형의 선고를 억제하여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규정이지 사형제도를 인정한 근거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목영준 재판관은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그 자체로 위헌일 뿐만 아니라 추구하는 공익보다 생명박탈로 인한 사익이 커서 비례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사형제는 실효성도 없으므로 절대적 종신형 제도가 사형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고법은 지난 2008년 9월,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어부 오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57명의 사형수가 있다. 하지만 1997년 말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12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1신 : 25일 오전 11시 24분]

한국, 사형제 폐지국가 될 수 있을까?
14년 만에 다시 도마 위... 오늘 오후 2시 헌재 위헌여부 결정

"죽이는 게 아니고, 법을 집행하는 겁니다."

영화 <집행자>에 등장하는 교도관 종호(조재현 분)는 사형집행을 망설이는 동료에게 이렇게 쏘아붙인다. 없어진 줄 알았던 사형 집행 명령이 12년 만에 상부로부터 떨어지자 교도소의 모든 사람들이 큰 혼란에 빠졌고, 종호는 자신이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주저없이 형 집행에 앞장선다.

대한민국 형법 제41조. 형의 종류를 밝히는 이 조문의 첫 항에 명기된 것이 바로 '사형'이다. '사형'이 법에 명기되어 있는 한, 영화와 같은 상황이 꼭 가정에 지나는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집행자>가 제작된 2009년은 한국에서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지 12년째가 되는 해였다. 국제앰네스티가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지정한 지 3년째 접어들었지만 사형제 폐지에 대한 법적인 논의는 오랫동안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14년 만에 다시 도마위 올라... 사형폐지국 될까

▲ 25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의 위헌 여부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사진은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첫 공개변론 모습. ⓒ 유성호


25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의 위헌 여부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1996년에 헌재에서 이 사안에 대해 7대 2로 합헌 판정을 내린 이후 14년 만에 다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사형제 합헌 결정 당시 헌재는 판결문에서 "우리 문화 수준이나 사회 현실에 비춰 당장 무효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단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작년부터 사형제 폐지를 두고 다시 논의해 왔으나 9명의 대법관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어 25일의 결과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25일 헌재의 최종적인 결정으로 한국이 법적인 사형폐지국이 될지 형법상 사형제도를 남겨놓은 사형존치국가가 될지 판가름나게 된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은 지난 2007년 8월 31일 여행객 4명을 살해한 오아무개씨의 재판 과정에서서 비롯되었다. 광주고등법원은 피고측 변호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사형제에 대한 위헌제청을 한 것이다.

광주고등법원이 제기한 사형제의 위법성은 △헌법에 군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범죄에 대한 사형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점 △사형수는 물론 법관, 집행에 관여하는 자들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점 △오판이 있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점 △범죄 예방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점 △반성의 기회조차 박탈해 범죄의 사회환경적 요인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견된다.

또 한국의 사회문화적 인식변화와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할 때 사형제 폐지가 적법하다는 것이 위헌제청을 한 법원의 입장이다.

법무부는 이에 반해 사형제 폐지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법률의 응보주의에 부합하는 점 △무기징역보다 범죄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 △사형에 대한 조항이 신중하게 규율되어 있다는 점 △사형제 존치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더 높다는 점 등을 들어 광주고등법원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에 따라 헌법에 나타난 사형제의 근거조항을 밝히는 작업과 생명권에 대한 이해, 비례의 원칙(국가가 기본권이나 절대권이 아닌 정당한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까지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원칙)에 대한 적법성, 범죄억제효과에 대한 검증 등이 이번 결정의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형제 폐지는 국제적인 추세... 미국-일본은 집행 계속

▲ 영화 <집행자>의 한 장면. ⓒ 영화사활동사진


59명.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의 숫자다. 13년째 한국에서는 실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형수'라는 이름으로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혜진·예슬 살해범 정성현도 포함돼 있다.

매년 평균적으로 3개국 이상의 국가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미 법적으로 완전히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전쟁범죄에 대한 예외를 둔 채 폐지한 국가는 총 102개국으로 최근에는 지난 2008년 아르헨티나와 우즈베키스탄이 사형제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1989년 UN상임위원회가 채택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제2선택의정서'를 비롯한 국제적인 주요 협약들도 사형제 폐지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사형제 폐지의 움직임은 국제적인 추세로 보인다.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된 36개국을 더해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모두 138개국. 세계 전체 국가의 3분의 2를 넘는 수치이지만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59개국에서는 여전히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 사형제도를 존치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 현재 사형제가 존치하는 주는 36개 주로 폐지한 14개 주보다 많은 상태이다. 사형제를 폐지한 주에서는 10년이나 15년 수감 후에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해 보완하고 있다.

일본은 '공동의 복지에 반하는 경우 생명도 입법상 제한과 박탈을 당할 수 있어 사형의 존치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판례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8년에 18명의 사형을 집행한데 이어 2009년에도 사형수 4명의 형을 집행하면서 대표적인 사형존치국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사형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도입한 종신형 제도를 두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독일은 사형폐지 이후 가석방의 기회가 없는 종신자유형을 시행했으나 생매장적 성격이 지적되어 1981년 상대적 종신형으로 전환했다. 프랑스 역시 15년 수감 이후 가석방의 기회를 부여하는 무기자유형을 시행 중이다.

국제적인 사례로 두고 볼 때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은 해당 국가가 인권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과 긴밀히 연관된다. 인간의 존엄과 국가의 사회질서 유지라는 가치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한국의 사형제도가 이번엔 어떤 종지부를 찍게 될지 25일 헌재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 박성규 기자
10.02.25 11:24 ㅣ최종 업데이트 10.02.25 16:3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30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