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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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3.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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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우, 『KAL858기 폭파사건 종합 분석 보고서』펴내
6월 민주항쟁의 결과, 16년 만에 부활한 직선제 대통령 선거 직전인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의 바그다드공항을 출발하여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858기가 공중에서 폭파됐다. 그리고 세계 항공사고사상 유례없는 속전속결의 사후처리가 사건발생 한 달 보름여 만에 이뤄졌다.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은 북한의 공작원인 김현희와 김승일이 저지른 희대의 테러라는 결론이었다.

민주진영을 누르고 선거에서 승리한 노태우 후보는 곧이어 제13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1991년 3월 사형이 확정된 김현희는 대통령특별사면 조치와 함께 안기부(현 국정원) 촉탁직원으로 채용될 것이라 발표되었다. 이후 김현희는 ‘이제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고백록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1997년 말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돌연 잠적하고 만다.

안기부의 거대 음모론이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이 사건의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수년간 집요한 추적을 계속해 온 이가 있다. ‘김현희KAL기사건’ 진상규명시민대책위 진상조사 팀장을 맡고 있는 작가 서현우가 그다. 이미 소설 ‘배후’를 통해 이 사건을 재조명한 바 있는 저자는 그간 <통일뉴스>에 연재해 온 ‘KAL858기 폭파사건 종합 분석 보고서’를 책으로 묶어 23년 전의 사건을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저자는 2007년 9월에 공개된 이 사건에 대한 안기부 및 검찰 수사 기록을 면밀하게 조사 분석하며 집요하게 진상을 파헤쳤다. 그 결과물인 이 보고서에는 모스크바-부다페스트-빈-베오그라드-바그다드-아부다비-바레인 등을 걸친 김현희.김승일의 행적을 따라, 사건이 일어난 1987년 11월 29일 전후로부터 1991년 김현희 사형 확정판결과 특별사면에 이르기까지 소상히 그 의문과 진실의 궤적을 쫓은 흔적들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사건이 일단락이 되고 그 이후까지 세세히 검토해 수많은 의혹들을 낱낱이 드러낸다.

△사건 후 김현희의 음독 진위 여부 △출생지 및 아버지의 김원석의 신상을 잘 기억하지 못했던 김현희 △입증되지 않은 해외실습여행 △출입국 과정에 대한 진술의 문제점 △김현희의 셀 수 없는 남한식 어휘 △마치 사건발생을 예감한 듯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 △출처 불명의 허위 보도들 △테러사건임을 확신했던 일본 언론과 한국 정부의 관계 △사면을 전제로 한 기소 및 공판과정 △정부 보고서에 드러난 최종 교신지점 조작의 흔적 △국과수 감정을 거치지 않은 잔해 수거물 △당시 안기부가 은폐한 의류에서의 폭발물 양성 반응 △당시 언론이 양산한 오보의 배후 △폭발 보도와 운항 시간에 대한 미스터리 △희생자 가족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 △한국 기자의 입국을 거부했던 버마 당국 △원문을 베껴 쓴 김현희 자필진술서 △희대의 거짓말, “언니 미안해” △김현희 진술서상 어휘의 문제 및 남한식 어휘에 대한 국정원의 변명 △안기부가 은폐한 숱한 증거들: 의문의 사체 2구, 최종교신 기록테이프, 제3의 인물들

보고서가 제기하는 이런 의혹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다보면 사건의 진상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2007년 10월, 국정원 과거사위가 이 사건을 재조사해 발표한 ‘국정원종합보고서’는 수사상의 착오, 김현희 진술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테러공작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저자는 자신의 보고서를 통해 국정원종합보고서가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보고서를 읽은 독자들 스스로가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의혹인지를 판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년에 걸친 저자의 땀이 서린 보고서에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는' 것처럼 사건의 실체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신념과 사건의 실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기를 바라는 작가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통일뉴스> 송병형 기자
2010년 03월 01일 (월) 12:12:22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8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