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살리려는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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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살리려는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3.0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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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천주교 사제 1104명, 4대강 사업 관련 '당선운동' 선언

▲ 천주교 사제들과 농민들이 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주최로 열린 '4대강 사업 반대 전국 사제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우리 사제들은 올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들을 지지할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생명에 대한 사제적 양심의 선택입니다. 4대 강과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애쓰는 지역의 일꾼들을 지지하고 선택할 것입니다."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이하 천주교연대)가 오는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운동'을 선언했다. 교계 인사들이 지방선거의 투표 참여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연대는 8일 오후 2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대강 각 권역에서 사업저지 활동을 보고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한 뒤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날 선언문에 서명한 인사는 이용훈 수원교구장 주교, 최덕기 주교, 김운회 춘천교구장 주교, 유흥식 대전교구장 주교, 최기산 인천교구장 주교 등 5명의 주교를 비롯한 전국 1104명의 사제다.

전국 16개 교구 중 13개 참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도한 용산참사 때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사제들이 참석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전국 16개 교구 중 13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 공식 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전 교회적 차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천주교연대 상임대표인 조해붕 신부는 "4대강 사업의 왜곡된 진실을 국민들께 바로 알리기 위해 선언에 나섰다"면서 "이 선언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관심했던 사제들의 양심적 소명의 자리"라고 강조했다.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건설업자를 대통령으로 뽑아놓으니 땅만 보면 파헤치고, 집만 보면 무너뜨리고, 산만 보면 깎아버리고 있다"며 "이제 생명의 젓줄인 강마저 끊어 버리려 한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낙동강 권역의 박창균 신부는 "낙동강 함안보에서 발견한 오니토의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20배가 넘게 나왔다"(기사참조)면서 "제대로 된 환경조사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듣지 않고 도지사(김태호 경남지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낙동강 권역에서는 4개 종단(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이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합동기도회를 개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지난단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목포에서 담양까지 영산강 유역을 순례한 김재학 신부는 "열흘 동안 영산강을 따라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 공사를 해야 하는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름다운 영산강이 파헤쳐져 속살을 들어 낸 모습을 보고 여성신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22일 승촌보 지역에서 신도들과 함께 생명평화미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팔당 유기농업지역 농민들과 함께 참석한 서상진 신부도 "27일 신도들과 함께 남한강을 순례하고 3000여 명이 모이는 '생명평화미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3월 말까지 제작해 전국의 교구로 배포하고 생명을 살리자는 내용의 공익광고도 제작할 것"이라 말했다.

한강권역의 천주교연대는 매일 오후 3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양평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를 열고 있다. 팔당지역 농민들의 농성장에서는 프란치스코성회의 신부들이 돌아가며 단식기도를 59일째 이어가는 중이다.

금강권역의 임상교 신부는 "금강과 함께한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금강보는 수심만 7m로 수많은 문화제가 사라질 위기에 있고 1500여 가구가 터전을 잃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전교구는 4월 19일부터 금강유역 순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이 아닌 정의 실현위해 사업반대후보 지지

▲ 천주교 사제들과 농민들이 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주최로 열린 '4대강 사업 반대 전국 사제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천주교연대는 '4대강사업 반대 전국 사제 선언문'에서 '개발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4대강에서 전국의 천주교 신자들과 사제들이 모여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4대강사업은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관리법을 위반하는 불법사업'이라며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한 '국민서명운동'에 함께할 것'이라 선언했다.

김재욱 천주교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전국의 주교들이 모이는 '춘계주교회의'가 열리고 있다"며 "주교회의에서 4대강사업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 교회 차원으로 대응하는 결론이 난다면 더 많은 사제들이 선언에 동참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지역 일꾼을 뽑겠다고 선언한 것은 생명의 강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의 표현"이라면서 "교계가 직접적으로 지방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천주교연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 선언문 전문이다.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저희 사제들은 우리 시대의 죄를 뉘우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분명 저희 사제들이 느끼고 있는 오늘날 이 시대의 모습은 죄악의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걱정하고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자 젓줄인 4대강을 파헤치는 죄. 그 죄를 덮기 위해 실정법도 어겨가며 무리하게 진행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 그리고 그 사업에 동참 하고 있는 토건업자들의 죄. 국민들의 뜻은 외면하고 죽임의 사업을 마치 살림의 사업으로 이야기하고 동참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죄. 강을 죽이며 벌어지는 생태계, 문화재 등의 파괴 상황을 외면하고 오히려 돕고 있는 전문가들의 죄.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상황을 철저히 외면하고 보도하지 않고 있는 언론의 죄. 그리고 이 같은 죄의 상황을 느끼지 못하고, 마치 남의 일인 양 생각하고 무관심했던 우리 사제들의 죄를 고백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죄의 굴레를 끊기 위하여 전국 사제들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시대적 상황에 그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예언자의 소명이고, 스승 예수님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에제키엘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키엘 47,9) 구약의 에제키엘 예언자가 활동하던 시절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기였습니다. 참혹한 시기, 예언자 에제키엘의 메시지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자초한 이스라엘의 죄악에 초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에제키엘 예언자는 파멸이 아닌 이스라엘의 구원을 힘주어 선포했습니다.

오늘 저희 사제들도 에제키엘 예언자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역사 상 가장 참혹한 자연의 죽음 앞에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새삼 깨달으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며 젓줄인 강의 말 못하는 고통을 대신 말하고자 모였습니다. 강가의 계곡이 포클레인으로 벗김을 당하고 있습니다. 강변의 오솔길이 대형트럭으로 짓밟히고 있습니다. 수 천 년 우리 곁에서 흐르던 강물이 만신창이로 파헤쳐 흙탕물 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4대강의 죽어감이 바로 우리 모두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음을, 그리고 이것이 자연에 대한 우리 모두의 죄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생명임을 고백합니다. 이제 이 죽음의 상황을 끊어야 합니다. 그만두지 않는다면 이 강의 죽음은 결국 우리에게 대재앙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우리가 그 고통을 피하려면 지금 당장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강을 지키기 위하여 강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가 상처 입힌 강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강의 위로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다짐합니다.

첫째. 우리 사제들은 개발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4대강에서 전국의 천주교 신자들과 사제들이 모여 '생명ㆍ평화미사'를 봉헌할 것입니다. 사제 개개인도 신자들과 함께 강으로 나갈 것입니다. 지금도 저희 사제들은 팔당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지보전과 강 살림을 위해 매일 오후 세시, '생명ㆍ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4대강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저희 사제들은 강에 머무를 것입니다.

둘째. 4대강 사업은 국가 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 평가법, 문화재 관리법을 위반하는 불법사업이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이기에, 우리 사제들은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한 '국민서명운동'에 함께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사제들은 올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들을 지지 할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생명에 대한 사제적 양심의 선택입니다. 4대 강과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애쓰는 지역의 일꾼들을 지지하고 선택할 것입니다.

넷째. 오늘 우리 사제들의 선언과 다짐은 4대강 사업이 멈출 때 까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그만두는 그 때까지 전교구와 수도회의 사제들은 신자들과 한 마음으로 끝까지 생명을 살리는 길을 찾고, 행동으로 옮길 것입니다.


2010년 3월 8일

전국 사제 1,500인 선언 참여자 일동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참여단체: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서울대교구환경사목위원회,서울대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정부교구환경농촌사목위원회,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인천교구환경사목위원회,인천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인천교구가톨릭환경연대,수원교구정의평화위원회,수원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톨릭농민회수원교구연합회,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부산교구환경사목위원회,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대구교구평화연대,안동교구생명환경연대,천주교창조보전연대,수원교구공동선실현사제연대,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오마이뉴스> 최지용, 유성호 기자
10.03.08 19:07 ㅣ최종 업데이트 10.03.08 19:2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38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