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정권 아닌 국민 안전 위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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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정권 아닌 국민 안전 위해 존재"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4.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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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높아지는 군 기밀주의 비판... 절단면 비공개 등 기밀 적용 원칙 자의적으로 행사
▲ 참여연대가 주최한 긴급좌담회 '천안함 침몰과 군사기밀'이 6일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공개하지 않는다는 천안함 절단면은 아직 기밀로 지정되지 않은 정보다. 기밀은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국민과 유리된 정권이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방패로 사용해 왔다. 현재 여론에 밀려 조금씩 정보가 나오곤 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핵심사항은 영원히 묻힐 수 있다." - 김형태 변호사

"몇 년간 군 당국에선 작전이 정보에 개입하는, 정보를 윤색할 수 있는 형태로 개편이 이뤄졌다. 현재 상황을 볼 때 미국의 이라크·아프간 전 때 발생했던 정보 왜곡 사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당시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이 군사정보를 (자의로) 컨트롤하다가 미국의 국력 전체가 소진되는 일이 발생했다." -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

"대형 의문사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국방부가 아직도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전후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파악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현재 대다수가 국가기밀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국가기밀은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군 당국이 지난 5일 침몰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천안함 절단면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사고발생시각 등 천안함 침몰 관련 정보에 대한 군 당국의 설명이 여러 차례 번복되면서 국민의 불신이 높아져 '은폐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 군의 과도한 기밀주의가 국민적 의혹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민관군 합동조사단'을 내세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현저히 낮다.

6일 오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주최로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과 군사 기밀> 긴급좌담회에 참여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원 중 민간 전문가가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국방과학연구소·국방기술품원·현대조선·대우조선 등 군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해가 상충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충분한 조사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다른 이들도 그와 같은 입장이었다. 모두 입을 모아 군 당국의 과잉기밀주의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가기밀 적용 원칙 오락가락... 절단면처럼 선실 내부도 공개 안 하나?"

▲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인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 ⓒ 권우성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지낸 김종대 편집장은 "군사기밀이라는 장막에 천안함 침몰 사건이 갇혀 있다"며 "이 사건을 둘러싸고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기밀이 무엇이며 그 판단이 적절한지 분석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편집장은 "정보는 정보를 생산하는 그룹이 아닌 정보를 필요로 하는 정치 권력에 의해 주로 왜곡된다"며 현재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관련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에 대해 몇 가지 이의를 제기했다.

우선 그는 "군사상황도 우리의 정보 능력이 드러나는 몇몇 부분만 '세탁'하면 얼마든지 공개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2년 연평해전 당시 정보사령관을 역임한 한철용 예비역 소장이 자신의 인사조치에 반발하며 펴낸 <제2 연평해전 비망록>이 그 예였다. 한 소장은 해전 당시 방대한 분량의 첩보사항을 공개하고도 "국가안보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군사비밀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편집장은 또 ▲ 천안함 침몰 당시 군 지휘부의 동향 ▲ 작전일지 등 상황기록 공개 상황 ▲ 북한 개입설로 쏠리는 언론 보도 등을 따져볼 때 적절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편집장은 속초함 새떼 사격, 구조활동 과정 등에서 합참의장이 아닌 국방장관이 해군의 작전을 통제하는 것은 군 군령체계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천안함 침몰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작전일지 등 관련 정보 공개도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천안함과 2함대 사령부 사이에 민간 상선 회선을 사용해 교신한 사실이 노출된 것도 군사기밀의 원칙상 맞지 않는다"며 "결국 핵심적인 교신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정작 공개해서는 안 될 사항은 공개하는 등 (군 당국의) 군사기밀 적용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이어, "함미·함수의 절단면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데 실종자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격실 내부를 공개할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며 "군사기밀도 아니고, 북에 노출해선 안 될 정보도 아니지만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선실내부 공개 여부는 인양 전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의혹 해소의 핵심이)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인양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기밀보호법, 국민에게 알릴 필요 있을 때 공개토록 돼 있어"

▲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 권우성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지난 2005년 국회에서 벌어졌던 군 기밀 논란을 다시 상기시키며 군사기밀 공개에 대한 여권의 태도 변화를 비판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참여정부가 군사·외교 관계 기밀자료의 국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 방침을 밝히자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

전 사무국장은 특히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발이 심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여론에 밀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야당·시민사회의 정보 공개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는 등 현저한 인식 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사무국장은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당시 '기밀이란 이유로 입법부에 자료제출을 거부한다면 3권 분립의 민주주의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안보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릴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군사기밀보호법 자체가 절대적 법이 아니다"며 "군사기밀보호법 제7조에서는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은 ▲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때 ▲ 공개함으로서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는 때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의혹이 대두되고 있는 천안함 사고의 경우,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법규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3월 31일 사고 관련 일지, 기록 등 관련 정보 공개 청구를 요청한 바 있다.

전 사무국장은 이어, "군사기밀 체계가 공개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그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볼 때 그런 비용지출은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당연히 비용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10.04.06 14:36 ㅣ최종 업데이트 10.04.06 16:36 이경태 (sneercool) / 권우성 (kws2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59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