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4대강 사업 저지' 천막 강제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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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4대강 사업 저지' 천막 강제 철거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4.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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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은 상업적인 용도"... 천주교연대 측 "기도하기 위한 것"
▲ 27일 4대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천막이 가톨릭회관 직원들에 의해 강제 철거되고 있다. ⓒ 이주연


[2신: 4월 27일 오후 4시 45분]

비 피하려 다시 친 천막 또 뺏어간 가톨릭 회관 직원들

신부와 신도들은 뺏겼던 천막을 다시 찾아와 내리는 비를 피했다. 천막을 친 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가톨릭 회관 직원들이 다시 나타났다.

직원들은 "빨리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요구가 먹히지 않자 직원들은 강제로 철거를 시작했다. 신부와 신도들이 모여 앉아 있기에 억지로 천막을 끌어낼 경우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지만 직원들은 막무가내였다.

▲ 27일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이 미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된 가운데, 천주교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나무 버팀목까지 뜯어내고 있다. ⓒ 이주연


신부들은 천막 기둥을 꼭 끌어안고 철거를 막으려 애썼다. 그러나 20여 명의 장정들이 달려들어 힘을 쓰자 천막은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천막은 비닐이 뜯겨져 나가 뼈대만 남았다. 신부들과 직원은 줄다리기를 하듯 비닐을 부여잡고 실랑이를 벌였다. 신부들은 "이건 우리 것이니 놓으라"며 "왜 빼앗아 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부들의 기세에 밀린 직원들은 비닐에 손을 떼고 천막을 지탱하던 철골 쪽으로 옮겨갔다. 신도들이 앉은 곳을 감싸고 있던 철골을 들어 주차장 쪽으로 옮긴 직원들은 지지대를 접기 시작했다. 단단해 보이던 천막 뼈대도 직원들의 손에 너무도 쉽게 구부러지고 부서졌다.

▲ 직원들이 천막을 또 다시 강제철거하려하자 신부들이 온 몸으로 이를 막고 있다. ⓒ 이주연
김일회 신부는 "신부가 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비참한 적은 처음"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신부도 "기도하겠다고 모인 사람들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며 "우리가 범죄자냐"고 비판했다.

반쯤 뜯겨져 나간 나무 지지대에 앉아있던 신도들은 "누구를 위한 회관인가요"라고 외쳤다.

철거 현장 내내 자리를 지킨 한세실씨는 "주차장은 교우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도) 주차장 영업 이익에 방해가 된다며 미사를 위한 천막을 철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씨는 "명동성당 재개발에 서울시가 관련되어서 4대강 공사 반대 미사를 막는 것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건 증권가 소문"이라고 못을 박으면서도 "저렇게 강제 철거를 하는 것을 보니 소문이 사실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천막은 구겨진 채 신도들이 앉아있는 곳 옆에 놓였다. 내리는 비를 온전히 맞을 수밖에 없는 신도들과 신부들은 국방색 우비를 사서 걸쳤다.

신도들은 "무슨 계엄령이 내린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1신: 4월 27일 오후 3시 38분]

▲ 27일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4대강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천막의 비닐을 떼어내자 신부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이주연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가 미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 명동성당 앞에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됐다.

천주교 가톨릭회관 소속 직원 20여 명은 27일 오후 2시경 명동성당 들머리 바로 옆 가톨릭회관 주차장에 설치돼 있던 천주교연대 천막을 강제로 들어내 해체했다. 천막 안에 모여있던 신부들과 신도 20여 명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직원들에게 항의조차 하지 못한 채 천막이 뜯겨나가는 장면을 지켜봤다.

가톨릭회관 소속 직원들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리과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작업에 나선 직원들은 "이곳은 주차장 등 상업적인 용도로 쓰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천막을 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은 "주교회의에서도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밝혔고, 정치적 목적이나 집회가 아니라 기도를 하기 위한 천막"이라고 반박했다.

▲ 27일 천주교연대 소속 신부와 신도들이 미사를 위해 설치한 천막이 강제 철거된 가운데, 천주교 가톨릭회관 직원들이 나무 버팀목까지 뜯어내고 있다. ⓒ 이주연


천막을 철거한 뒤에도 신부와 신자들이 해산하지 않고 바닥에 앉아있자, 가톨릭회관 직원들은 노루발못뽑이와 망치 등 장비를 동원해 바닥에 깔려있던 나무 지지대와 스티로폼 마저뜯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스티로폼 위에 앉아있던 신부와 신도 일부가 넘어지는 등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도들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리국장 신부가 사람을 쳐서라도 치우라고 했나보다"며 "아무리 위에서 시켰다지만 사람이 앉아 있는데, 이럴 수 있나. 용산 철거민들도 이렇게 당했겠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가톨릭회관 직원들은 나무 지지대 등이 거의 철거된 가운데, 빗방울이 떨어지자 현장을 떠났다. 비가 내리는 데다,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지만, 신부와 신도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플래카드를 둘러싸고 앉아 추위를 피하고 있다.

앞서 천주교연대는 지난 26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 앞에서 4대강 공사 저지를 위한 무기한 미사를 시작했다.

▲ 천막을 빼앗긴 신도와 신부들은 어쩔 수 없이 우비를 갖춰입고 앉았다. 그들 옆에 종잇장처럼 구겨진 천막이 놓여 있다. ⓒ 이주연


<오마이뉴스> 최경준, 이주연 기자
10.04.27 15:49 ㅣ최종 업데이트 10.04.27 18:0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72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