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항소심도 징역 4~6년 중형 선고…"법 부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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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항소심도 징역 4~6년 중형 선고…"법 부정 안 돼"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5.3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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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검찰 주장 모두 받아…결국 대법원서 최종 판단

항소심 법원에서도 용산 참사 철거민에게 징역 4~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이는 1심 재판이 5~7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에서 1년형을 감형한 것에 불과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김인욱)는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용산 참사 철거민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구속된 신계동 철거민연합회 위원장 김모 씨에 대해서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2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이 최선이 아니어도 이를 부정하는 태도 있어선 안 된다"

재판부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망루에서 버티는 걸 선택하고 순순히 내려오지 않았다"며 "또 누구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경찰에게 돌리고 있다"고 양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더구나 원심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고 법원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렸다"며 "현재 사회가 최선의 사회가 아니고 법이 최선이 아니라고 해서 이를 부정하는 태도는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견은 집회, 시위 등을 통해 알릴 수 있고 부당한 법은 헌법 소원, 입법 청원 등을 통해 제기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잘 되지도 않으리라 판단해 불법임을 알고도 망루 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로 인한 다수의 피해는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물론 농성 하루 만에 진압을 한 것에 절망감을 느끼고 우발적으로 화염병을 던졌을 거라는 판단은 든다"며 "또 재개발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것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것이 자신이 한 행동을 책임지지 않게 하는 건 아니다"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전체 진압 과정은 위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의 핵심 쟁점도 1심 때와 같은 △발화 원인 △경찰 투입의 적법성이었다. 철거민 변호인단은 발화 원인을 두고 전동기, 스파크 등 제3의 원인을 제시했고 검찰은 철거민의 화염병 투척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경찰 투입을 두고 변호인단은 과잉 진압이었음을 주장했으나 검찰은 사회 안전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음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의 주장을 모두 수용했다. 재판부는 "경찰 특공대는 망루 내 2차 진입 당시 자신에게 날아온 화염병을 목격했다고 한 진술이 있었다. 이는 1차 진입에서도 동일하다"며 "또 다른 진술에서는 떨어지는 불빛 등을 보았다고 진술한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단, 발화 원인은 당시 진압 경찰의 진술만으로는 화염병으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화재 현장 상황, 경찰 진술, 전문가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농성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발화 원인이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두고는 "화재 원인에 대해 입 다물기 쉬운 상황이기에 화재 원인을 안다고 하더라도 다른 동료에게 불리할 수 있기에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 1심 재판에서 어떤 게 쟁점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경찰 등 진술에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채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망루에 경찰 특공대를 투입한 것을 두고도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검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찰은 화염병을 던지는 농성자를 체포해 상황을 종료하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진압 과정에서 농성자들이 거센 저항을 했고 당시 상황을 냉철히 파악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화염병을 농성자가 던질 거라고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결론적으로 사회 공공의 안정을 위해 경찰 진압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 항소심이 끝난 뒤 김형태 변호사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이런 식이면 항소심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철거민 변호인단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철거민 변호인단 김형태 변호사는 재판 선고 이후 법원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과 바뀐 게 없다"며 "화재 원인, 공권력 투입 적법성 논란 등에서 법원이 모두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고 형량만 1년 감형됐다"고 설명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런 식이면 항소심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이번 항소심 결과는 최근 정치권의 법원 압박 결과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특공대 진술에서 상당수 대원이 화염병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책임을 철거민에게 떠넘기려는 특공대조차 그런 진술을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형태 변호사는 "결국 이번 항소심 선고는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의해 내려진 것"이라며 "결국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진실이 밝혀질 거 같다"고 주장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검사나 판사나 모두 똑같은 것 같다"며 "진실이 언제 밝혀질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용산 참사 진상 규명 및 재개발 제도개선위원회는 "사건 자체가 갖는 정치적 중압감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까 우려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재판부는 정의보다는 정치 권력의 힘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상고심을 통해 법정에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기사입력 2010-05-31 오후 3:12:56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531141727&section=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