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신자' 김문수 만들어낸 것 참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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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신자' 김문수 만들어낸 것 참회합니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6.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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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최재철·조해인 신부 경기도청 앞에서 4대강 중단 촉구 삭발·기도
▲ 4대강사업저지천주교연대 소속 수원·의정부교구 사제연대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사제 삭발식 및 기도회를 열었다. 수원교구 의왕 왕곡성당 주임신부인 최재철 신부가 삭발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희들을 용서하시고 유혹에 빠지게 않게 하시고…."

천주교 사제들과 신자들의 읊조림 같은 기도소리가 경기 수원 경기도청 앞에 낮게 퍼졌다. 어떤 이는 눈물을 훔쳤고, 어떤 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들의 손에는 '4대강 사업 중단', '강이 죽으면 사람도 죽습니다', '4대강을 그대로 흐르게 하라'라는 글이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기도 소리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퍼졌다.

이들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최재철 천주교 수원교구 의왕 왕곡성당 주임선부는 의자에 앉아 두 눈을 감았다. 두 손도 기도하듯 앞으로 모았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전동 기구가 최 신부의 머리 위를 지날 때마다 머리카락이 땅으로 떨어졌다. 삭발을 하기 전 그는 말했다.

"거짓이 판치는 시대가 됐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눈과 귀를 막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런 방법으로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게 한탄스럽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여러 주교님들이 우려를 나타내도 4대강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천주교 '괴물 신자' 김문수, 해선 안 될 일 하고 있어"

이어 최 신부는 "오늘의 기도와 삭발에는 천주교가 김문수라는 '괴물 신자'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참회의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신부는 "김문수 지사는 종교인들의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을 '진실을 몰라서 하는 일'이라는 말로 더럽히지 말라"고 충고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 릴레이 기도회·삭발·기자회견이 10일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 열렸다. '4대강 서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와 '천주교 수원교구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 등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최 신부와 조해인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사목담당 신부는 사제와 신자 50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삭발을 했다.

▲ 4대강사업저지천주교연대 소속 수원·의정부교구 사제연대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사제 삭발식을 열었다. 사제들의 삭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는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민심을 외면하고 여전히 4대강 사업을 밀고 나가야 한다며 대국민 협박과 거짓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6·2 지방선거 결과는 단순히 유권자들이 내린 심판의 차원을 벗어나 생명의 위기에 빠진 강물이 지르는 아우성이요, 파헤쳐지는 산천이 우리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라며 "민심의 폭풍 저 편에 깃든 생명의 소리를 이 대통령과 김 지사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천주교 신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팔당의 유기농민들과 함께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해 놓고 이제 와서 팔당 유기농지를 없애려는 4대강 사업에 발 벗고 나서는 등 개인의 정치적 치적을 위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거짓과 배신을 일삼고 있다. 그것은 천주교 신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죄악이다."

"스님은 소신공양, 신부는 삭발... MB정부 더 큰 파국 맞을 것"

유영훈 팔당유기농보존대책위 대표는 "우리 농민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팔당까지 찾아와 기도해준 신부님들이 삭발을 해 마음이 무겁다"며 "이명박 정부는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한 것도 모자라 천주교 사제들이 삭발까지 하게 만들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유 대표는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민심이 드러났는데도 계속 4대강 공사를 강행하면 이명박 정부는 더 큰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4대강사업저지천주교연대 소속 수원·의정부교구 사제연대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사제 삭발식 및 기도회를 열었다. 수원교구 의왕 왕곡성당 주임신부 최재철 신부와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사목담당 조해인 신부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삭발과 기도회를 마친 최재철·조해인 신부는 경기도청을 등지고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 신부는 어깨에 '4대강 사업 중단! 팔당 유기농지 보존!'이라고 적힌 피켓을 멨다. 그 피켓에는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한 뒤 팔당 농민들과 만세를 부르는 김 지사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조 신부 어깨에는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의 낙동강 모습이 새겨진 피켓이 걸렸다. 거기에는 '창조질서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은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거리에서 삭발, 기도에 이어 침묵 시위까지 벌인 두 신부 뒤로 '세계속의 경기도'라 적힌 경기도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

천주교 연대 측은 "4대강 사업 반대에 대한 민심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팔당 지역 등 경기도 내 4대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의 회개를 위해 앞으로 도청 앞에서 계속 기도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천주교 사제들과 신자들의 기도소리는 경기도청 앞에서 한동안 계속 울려퍼질 것으로 보인다.

▲ 4대강사업저지천주교연대 소속 수원·의정부교구 사제연대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사제 삭발식 및 기도회를 열었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을 한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사목담당 조해인 신부와 수원교구 의왕 왕곡성당 주임신부 최재철 신부가 경기도청앞에서 몸피켓을 메고 릴레이 기도회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오마이뉴스> 박상규 권우성 기자
10.06.10 15:32 ㅣ최종 업데이트 10.06.10 15:3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98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