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김정일 홍위병, 총살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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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김정일 홍위병, 총살시켜라"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6.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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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우익 단체들, '천안함 유엔 서한'에 욕설·막말 ...김기식 정책위원장 폭행당해
▲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탈북자단체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앞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의문점을 담은 서신을 유엔에 보낸 것에 항의하며 "참여연대는 북으로 가라" "참여연대 건물에 불을 지르자" "이적행위를 처벌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여연대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건물앞에 깔아 놓은 뒤 줄지어 밟고 지나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앞 시위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16일은 참여연대 '수난의 날'이었다. 다수의 보수우익 단체가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문서를 유엔에 보낸 참여연대에 항의하며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앞에서 연속적으로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들의 '시간차 공격'으로 이날 참여연대 사람들은 험한 말을 많이 들어야 했다.

"저 안에 있는 XX들의 골을 다 빼버려야 한다. 총살시켜야 한다."
"반민주, 반인권, 반국가 단체인 참여연대 건물을 곡괭이로 파버려야 한다."
"김정일의 홍위병, 친북골수좌익집단 XX들."

참여연대 간부들에 대한 폭행 위협도 있었다. 일부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촬영하고 있는 참여연대 영상팀 여성 회원에게 끊임없이 욕을 했고, 이에 더해 이 여성을 폭행하려다 두 번이나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그 후 경찰은 참여연대 건물을 둘러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 했지만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충돌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기자회견 빙자해 1시간 동안 집회... 경찰, 제지 안 해

▲ ⓒ 권우성


오전 10시, '막말 기자회견'의 포문을 연 것은 서울시 재향군인회 회원 30여 명이었다. 이들은 흰색 모자에 조끼를 맞춰 입고 '북한을 대변하는 참여연대,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피켓을 들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의 돌발행동으로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막기 위해 소수의 경찰들이 주변에 배치됐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참가자들이 "참여연대는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자 서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불법집회 경고방송'을 하면서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경고를 받은 재향군인회 회원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마치고 해산했다.

상당히 시끄러운 기자회견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첫 번째 기자회견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한 방 날리기 전에 잽을 날리는 탐색전에 불과했다.

오전 11시에 진행된 기자회견은 기자회견이라기보다 집회에 가까웠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국민행동본부를 비롯해 탈북자단체 등이 결합한 기자회견에는 100여 명이 참가했다.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이들은 참여연대 건너편 인도를 사실상 점거한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다른 시민들의 통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그동안 기자회견장에 과도한 인원이 모이는 것과 구호를 외치는 것, 피켓을 사용하는 것,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살펴 불법집회 여부를 판단해 왔다. 그러나 이날 참가자들이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구호를 외치고 '참여연대 OUT'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었지만,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다. 1시간이 지나 사회자가 구호를 선창하자 그제야 경고방송을 했다.

막말· 폭행으로 얼룩진 기자회견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앞 시위에 참석한 한 보수단체 회원이 참여연대 건물로 물병을 던지고 있다. ⓒ 권우성


경찰의 배려(?)를 받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막말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참가자들 입에서는 "빨갱이"라는 말이 수도 없이 나왔으며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도 계속됐다. 이들은 "못생긴 참여연대 여자들은 김정일 품으로 가라"고 하는가 하면 "노무현 시체를 파내서 저 (참여연대) 건물과 함께 불태워야 한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기자회견 도중 참여연대 건물을 향해 투척할 목적으로 계란 10여 개를 준비했으나 경찰에 압수됐다. 하지만 분을 참지 못한 몇몇 참가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생수 페트병을 던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함께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사람들을 적대시했다. 기자들에게는 "사진을 왜 찍냐"며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경찰에게도 "빨갱이들을 보호하는 너네도 빨갱이다"라고 공격했다.

일부 회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참여연대가 없어질 때까지 농성을 해야 한다"며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근 상가 주인들이 "영업에 방해되니 그만 해라"는 불만을 회원들에게 전달했으나 이 역시 "영업에 방해되면 참여연대보고 이사 가라고 해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30분 즈음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 사무실을 나서던 길에 한 보수단체 회원에게 뺨을 맞는 폭행사고가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참여연대의 다른 간부들과 함께 사무실을 나와 길을 걸어가던 중 갑자기 달려든 보수단체 회원에게 뺨을 한 대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수단체 회원은 지난달 25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렸던 '서울선원' 개원식 때 스님들을 향해 "이 빨갱이들. 니들이 스님이냐"라는 막말을 하며 난입했던 사람으로 밝혀졌다.

참여연대 앞에서는 오후 3시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에 이어, 4시 30분 자유총연맹 등 보수우익 단체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지용, 권우성 기자
10.06.16 15:51 ㅣ최종 업데이트 10.06.16 18:4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01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