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대포 안전성 검사 보고서? 괴문서일 뿐
미국선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 무기'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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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대포 안전성 검사 보고서? 괴문서일 뿐
미국선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 무기'로 분류"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10.0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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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 음향·의학 전문가들 "인체에 치명적" 우려
▲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소음도를 측정하던 경찰이 귀를 막고 있다. ⓒ 유성호


경찰이 도입하려하는 지향성 음향장비(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국정감사가 진행된 지난 7일, 야당 의원은 "경찰이 지향성 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를 도입할 경우 '멧돼지 퇴치기'로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음향대포 도입과 다목적 발사기 확대 사용을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의학적, 법률적, 음향적 관점에서 음향대포의 문제점에 대해 꼼꼼히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8일 오전,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한 '경찰장비규정 개정안(지향성 음향장비, 다목적 발사기) 왜 문제인가?' 토론회에는 경찰측에서 음향대포 안전성 검사를 의뢰한 전문가라고 밝힌 성굉모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교수가 참석해 "안전성 검사는 없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당초 경찰은 음향대포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에서 실시했다는 안전성 실험결과를 발표하며 120dB 이하의 소음강도로 짧은 시간 노출하면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홍보한 바 있다.

성굉모 교수는 "서울대 뉴미디어 연구소에서 측정한 것은 미국 제품 LRAD와 한국 제품 간의 지향성 특성을 비교 측정 한 것"이라며 "이 측정은 안전성 검사가 아니었으며, 공식적인 절차에 의한 측정도 아니고 결과물 역시 공식적인 연구 보고서가 아닌, 일종의 괴문서"라고 밝혔다. 연구소에서 한 실험이 아닌 성 교수 개인의 이름으로 낸 측정이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성굉모 교수는 경찰 측이 지향성 음향장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인 지난 달 29일,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음을 밝힌 바 있다.

성 교수는 "공격 모드로 사용할 경우 무기에 준하는 장비인데 이러한 무기에 대한 안전성 검사라는 게 말이 되냐"며 경찰의 해명을 전면 반박했다.

경찰의 거짓해명이 논란이 되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7일 경찰청 국감자리에서 "총기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못하듯, 음향대포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며 "홍보실에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비싸고 공격성 뛰어난 미국의 음향장비 선택한 경찰

▲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이 시위진압에 도입하려는 '음향대포'의 안전성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성 교수는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 음향장비 측정 결과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전했다. 그는 지향성 측정 결과에 대해 "미국 제품과 한국 제품의 지향성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며 "원거리 음성 전달에는 한국제품이 더 적합했고, 공격용 톤 발생에는 미국 제품이 적합했다"고 밝혔다. 가격 면에서 비교하자면 한국 제품이 미국 제품보다 30%가량 싼 상황. 결국 경찰은 싼 국산 제품 대신 비싸고, 공격성이 뛰어난 미국 제품을 선택한 셈이다.

이 선택의 영향은 경찰 자신에게도 돌아갈 예정이다. 성 교수는 "현재 개발된 음향장비들은 '지향성'이 완벽하지 않아 소리가 분산 된다"며 "이 때문에 장비 뒤편에서 발사를 하는 경찰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음향대포 뒤편 1m 거리에서는 127dB의 소음에 노출될 수 있다. 음향대포를 맞는 시민뿐 아니라 쏘는 경찰의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미국방부에서는 음향장비를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 무기'로 분류한다"며 "근거리에서 큰 소리에 노출되면 대단히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을 향한 공격 장비 사용에 쓴다는 것"이라며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무기에 가까운 이 장비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총 4대의 음향대포를 들여오기 위해 2억 3000만 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다목적 발사기는 사실상 살상무기"

▲ '지향성 음향장비 왜 문제인가' 토론회가 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 이주연


토론회 자리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음향대포 외에 경찰이 사용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발사기에 대한 위험성도 제기됐다.

백남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2000년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사용해 다목적 발사기를 발사했을 때 200명 가량이 외상을 입었고 이 중 39%가 관통상을 입었다"며 "2명은 안구관통상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백 국장은 "다목적 발사기로 발사 가능한 고무탄, 압축스펀지탄, 최루탄 중 가장 안전하다는 고무탄조차 폐, 심장에 충격을 주고 관통상을 유발한다"며 "다목적 발사기는 살상무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다목적 발사기의 사용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경찰은 '대간첩·대테러 작전'에 쓰던 이 장비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건물·시설에서 무기·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사람들의 진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게 경찰장비규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위험한 물건',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라는 모호한 표현이 장비 사용의 남용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변호사는 "한 경찰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위험한 물건'에 케이크 절단용 칼도 포함된다고 한 바 있다"며 "비어있는 건물에 들어가 깜짝 파티를 하며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데 경찰이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면 다목적 발사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이주연 기자
10.10.08 18:30 ㅣ최종 업데이트 10.10.08 18:3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58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