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시민단체 공동의견서 발표, "관련업체 배불리기"
정부가 개인정보를 칩으로 저장해 리더기를 통해 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주민증 도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도입 초부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침해’, ‘예산낭비’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관련 업체 배불리기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이 법안은 지난달 14일 국무회의를 통과, 20일 국회에 제출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동안 처리해 2013년부터 발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14일 행정안전부 앞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함께하는시민행동, 인권운동사랑방 등 14개 인권시민단체들이 ‘전자주민증 반대 인권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주민증 도입은 단순히 플라스틱 신분증을 전자칩 신분증으로 대체하는 것 이상의 ‘통합신분증의 등장’을 의미한다”면서 공동 의견서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행정안전부의 법안을 보면 ‘지문’, ‘주민등록번호’, ‘성별’ 등만 전자칩에 수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지만 사실상 주민증 수록사항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넘겨버렸다”며 “결국 ‘공인인증서’,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등도 수록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장여경 활동가는 “정부는 전자주민증 제작과 자치단체의 판독 리더기 구입 등에 드는 비용을 2437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 1998년 전자주민증 도입이 논란됐을 당시 정부가 예산으로 2675억 원을 산정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총 6547억 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며 지나치게 예산을 낮게 책정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4대강 사업 추진 등으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굳이 전자주민증을 도입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윤현식 지문날인반대 활동가 역시 “정부의 전자주민증 도입 추진은 잊을 만하면 나온다”면서 “95년, 97년 추진되다가 무산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민증 하나에 많은 개인정보들이 모인다는 것은 범죄 이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자주민증 도입은 ‘관련업체 배불리기’…삼성 용역보고서 내용은?
그렇다면 무리한 사업을 정부는 왜 추진하는 걸까? 이들은 ‘관련업체의 배불리기’라고 설명했다.
윤현식 활동가는 “정부가 전자주민증 추진하는데 있어 삼성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면서 “실제 정부가 전자주민증 추진의사를 밝히자마자 관련업체의 주가가 급등했다. 누구를 위한 전자주민증 도입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주민증 도입의 문제점을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주민증의 구체적 내용이 아직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행정안전부가 2006년, 2007년 삼성이 작성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비롯해 전자주민증 도입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비공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4개 인권시민단체들이 작성한 공동 의견서는 1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전자주민증 토론회에서 발표된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오는 25일 오후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자주민증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아래는 14개 인권시민단체들이 작성한 공동 의견서의 요약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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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4일 (목) 15:31:34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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