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현병철 사퇴하라"... 시민단체들, 인권위 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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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현병철 사퇴하라"... 시민단체들, 인권위 점거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11.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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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위원장, 시민단체들의 면담 요청에도 사무실 문 잠그고 묵묵부답
▲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항의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해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이 지난 1일 사퇴한 이후 현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인권위가 우리 사회의 인권까지 깎아 먹고 있고 그 중심에 현병철 위원장이 있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며 인권위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단체들은 현 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인권위를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4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인권위 앞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연 직후 "현 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라며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했다.

10여 명의 활동가들은 현 위원장의 사무실이 있는 13층으로 올라가 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무실로 향하는 문이 굳게 잠겨 있어 활동가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활동가들은 "뭐가 무서워서 문까지 잠그고 있냐"며 "나와서 대화 좀 하자"고 요구했다. 한 활동가는 "현 위원장은 그동안 북한인권단체들과는 숱하게 대화를 나눴으면서 다른 인권단체들과는 대화 한 번을 안 했다"며 "문을 열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30여 분 동안 사무실 앞을 지키며 "인권위 독재자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현 위원장 퇴진은 우리 사회 인권 발전 가능성 증명하는 출발점"

▲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한 채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시민인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인권위원장 사무실 앞에서 현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활동가들은 점거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입을 모아 현 위원장과, 그를 위원장 자리에 앉힌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9년의 인권위 역사를 꺾은 것은 현병철 위원장이고 이명박 정권"이라며 "현 위원장의 퇴진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발전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다고 국가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인권이 얼마나 지켜지는지에 따라 품격이 좌우된다"며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현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만든 인권위가 정권의 이권위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인권은 해체된 무덤이 되어 시체 썩는 냄새만 난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인권위는 아시아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는데, 이 정부가 출범하며 현 위원장이 들어왔고 인권위의 생명인 독립성을 상실해 버렸다"며 "이 사태를 초래한 MB와 청와대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상임위 기능 약화시키는 '운영규칙 개정안' 통과되면 장향숙 위원도 사퇴할 것"

단체들은 1일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이 인권위의 파행적 운영에 반발해 사퇴한 것을 두고 "사퇴 배경에는 애초부터 인권위원장이 돼서는 안 되는 현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이 있다"며 "현 위원장은 용산참사 사건 재판부 의견 제출에 대해서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망언을 남기며 날치기 폐회 선언을 한 적이 있는데, 현 위원장은 본인이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러한 위원장의 소리 없는 지지에 힘입어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평가되었던 일부 비상임위원들이 상임위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현병철 위원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일부개정안' 안건을 상정하기에 이르렀다"며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가장 최근에 임명된 장향숙 상임위원도 사퇴할 의사가 있음이 확인되면서, 상임위 3명의 공백이라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현 위원장은 '왜 동반 사퇴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지방 강연 출장을 다니고 있다"며 "현 위원장이 두 상임위원이 떠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권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바로 현 위원장"이라며 "인권위를 살릴 수 있는 첫걸음은 현 위원장의 사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니라 국가이권위원회로 전락해버린 이 기구에 인권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며 "현 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마이뉴스>
10.11.04 14:39 ㅣ최종 업데이트 10.11.04 16:26 이주연 (ld84) / 유성호 (hoyah3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72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