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인권위원, 현병철 위원장 사퇴 촉구..."이 자리가 마지막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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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인권위원, 현병철 위원장 사퇴 촉구..."이 자리가 마지막 메시지"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11.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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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중 15명 전직 인권위원 참석...인권위 추락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위기의식 깊어
국가인권위원회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동반 사퇴 파국을 맞아 전직 국가인권위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의견 표명은 무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인권위 출범부터 한국 사회의 인권 문제를 다뤄왔던 전직 국가인원들이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들을 인권위의 위기로 판단하고 이번 사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23명의 전직 인권위원 중 김창국, 최영도 전 위원장을 포함해 인권위 출범 1기부터 지난 10월 퇴임한 최경숙 인권위원까지 절반이 넘는 총 15명의 전직 인권위원들이 이름을 올린 것도 예사롭지 않다.

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직 인권위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온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의 사퇴 소식에 전직 인권위원들은 비통한 심정에 빠져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독립성과 합의제 운영은 인권위의 소명을 다하기 위한 침범되거나 훼손될 수 없는 인권위의 본질적 존재 양식"이라며 "두명의 상임위원이 위원장의 독선적 조직운영과 인권현안에 대한 의도적 외면을 질타하면서 위원직을 사퇴할 수 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으며 인권위는 그 존립이 위협받는 중차대한 국면에 처하게 되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직 인권위원들은 특히 현병철 위원장이 사무처의 안건상정을 사전에 차단한 점, 상임위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인권위 규칙 개정안 논란,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현 위원장의 발언 등을 거론하며 "이는 위원장의 인권의식과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현 위원장은 오늘의 만행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입장을 밝히고 책임있는 처신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최경애 전 인권위원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23명 중 15명 위원이 함께 했다는 것은 모든 전직 위원들이 뜻을 함께 한다고 봐도 좋다"며 "엄중하게 바라보고 책임을 촉구하면 그에 상응하는 위원장의 결단과 태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만흠 전 위원도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문제를 시정하라고 하고 있다. 임명권자가 아니면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윤기원 전 위원은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지금까지 인권위의 위상이 계속 추락해왔고, 급기야는 '인권위가 없는 것이 낫다'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평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현 위원장이 전직 위원들이 인권위가 잘 되길 바라는 뜻이 무엇인지 현 위위원장이 이제는 헤아릴 때가 됐다. 이것이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의 합의제를 부정한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비난이 빗발쳤다.

최경숙 전직 인권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용산참사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 제출 여부를 결정하려던 전원위에서 현 위원장은 "독재라도 할 수 없습니다"라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최경숙 전직 위원은 당시 일에 대해 "굉장히 열띄게 토론하는 가운데 현 위원장이 의사봉을 쳤다. 제가 가장 가까이 옆에 있어서 얼떨결에 막았는데 의사봉에 손을 맞았다"며 "많은 위원들이 일어나면 안되고,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서 당황해서 아무 말을 못하고 있는데, 위원장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하고 나가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현병철 위원장이 1년 임기를 넘기 데에 대해서 약간의 위기라고 생각을 하고 적당히 넘어가겠다고 생각이 할지 모른다는 예측을 한번 해본다"며 "하지만 전임 인권위원들은 한국 인권의 위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수장이 어떤가에 따라서 인권의 지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1년 3개월동안 지켜봤다. 더 이상 파국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기사입력 : 2010-11-08 12:23:05  최종업데이트 : 2010-11-08 12:23:42
http://www.vop.co.kr/2010/11/08/A000003348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