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위원장,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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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위원장,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11.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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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인권위, 주요 행사인 '사회권 심포지엄'마저 불발 위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기다.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에 이어 조국 비상임위원까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비민주적 인권위 운영에 반발하며 인권위를 떠나 내부의 주축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인권위에서 주최하는 주요 행사인 '사회권 심포지엄' 발제자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심포지엄 발표를 거부하고 나섰다. 상임위원 두 명이 나가 상임위를 제대로 열 수 없는데 연례적으로 하던 내부 행사마저 제대로 치러내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총 10명으로 예정되었던 심포지엄 발표자들 중 6명(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성형평연구센터장,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교 교수, 이진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교수, 임준 가천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10일 서면을 통해 심포지엄 불참 의사를 인권위에 통보했다. 오는 24일 열릴 예정인 심포지엄은 인권위 위원장은 물론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이 참석하는 인권위의 주요 행사 중 하나다.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해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이 임기 중 사퇴하는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내홍을 겪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현병철 위원장. ⓒ 유성호


발표자들의 거부로 '사회권 심포지엄' 불발 위기

심포지엄 발표를 거부한 이들은 "이번 심포지엄은 건강권을 둘러싼 주요 이슈들을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관련 분야 연구자로서 이런 소중한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하지만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는 인권위원회 공간에서 사회권, 건강권을 운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건강권은 통상적인 자유권에 비해 훨씬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국가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권의 핵심 권리 중 하나"라며 "그런데 지금과 같은 인권위원회의 모습으로는 적극적인 사회권은커녕 최소한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조차 옹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일 내·외부의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저 맡은 발표를 성실하게 완수하는 것만이 연구자의 도리는 아닌 것 같다"는 설명이다.

▲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10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현병철 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연


이들은 "인권위는 국가기구 내 파수꾼이자 보루로서 할 수 있는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며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 그리고 그 선결과제로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이 교수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권위원장이 반인권적인 짓을 해서 인권위가 엉망으로 퇴행하는데 인권위가 사회권을 세우는 데 앞장설 수 있겠냐"며 "잘못하면 우리가 들러리 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강권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이 발표에서 다 빠졌는데 심포지엄을 열기는 힘들 것"이라며 "현 위원장이 사퇴하고 인권위가 진정되고 나면 심포지엄이 다시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식물기구가 된 인권위...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

이처럼 내부 행사가 불발될 위기에 처할 만큼 인권위는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 내부의 위기 못지않게 인권위를 향해 불어오는 외부의 바람도 만만치 않다. 매일같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김칠준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18명의 국·과장급 전직 인권위 직원들은 10일 성명을 내고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 전담 기관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인권기구의 생명인 위원회의 독립성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며 "인권위 전직 직원들은 현 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124명의 법학자와 210명의 변호사가 함께한 '현병철 위원장 사퇴 촉구 법학자 및 변호사 공동선언 준비단'은 10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년 된 인권위가 현 위원장이 취임한 후 1년 4개월 만에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현 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학자와 변호사들이 모여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0일 인권위 앞에서 열었다. ⓒ 이주연


36개의 여성 단체들이 모인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여성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도 이날 오전 인권위 앞에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현 위원장이 취임 직후 '인권을 잘 모른다'고 하기에 겸손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모르는 것이었다"며 "모르는 게 죄가 될 수는 없지만, 모르는 걸 배우려 하지 않고 무지가 나쁜 일을 일으킬 때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영미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인권위가 식물기구가 되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라며 "위원장은 국민이 위원장을 계속 봐줄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국민이 끌어내리기 전에 물러가라"고 일침을 놨다.

이처럼 인권위 안팎에서 한목소리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 위원장은 "사퇴할 의사 없음"을 강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 인권위 파행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 이주연 기자
10.11.10 17:39 ㅣ최종 업데이트 10.11.10 17:39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76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