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님, 부끄럽고 비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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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님, 부끄럽고 비통합니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12.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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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원로 사제 25명, '4대강 찬성' 발언 관련 사퇴 촉구
▲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개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발언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원로사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정 추기경에 대해 책임을 물으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오른쪽부터 정규완, 안충석, 김택암, 김병상, 안승길, 곽동철, 권혁시 신부) ⓒ 유성호


정진석 추기경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천주교 원로사제 25명이 13일 정 추기경의 사과와 서울대교구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 신부들이 한국천주교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며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송기인, 문정현, 함세웅 신부 등 원로사제 25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정 추기경의 오류(발언)는 한국천주교회 전체의 실책이며, 함께 뉘우치며 회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정 추기경이 주교회의 합의를 존중하는 교회공동체의 전통을 어겼다면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킨 데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신자, 수도자, 사제 등 교회의 모든 지체를 향해 용서를 구하고 용퇴하라"고 요구했다.

정 추기경의 발언을 "매우 부끄럽고 비통하다"고 평가한 원로사제들은 "이 문제와 관련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성명서(10일)를 지지하고, 이 젊은 사제들의 충정과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과 이성에 비춰 보더라도 4대강 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도 명확하게 밝혔다.

지난 8일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친수구역개발 특별법'에 대해서도 원로사제들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악법"이라며 "한나라당이 수공 적자를 보전해 주기 위해 위락시설과 선착장을 개발하도록 특혜를 주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정의구현사제단에 이어 원로사제들까지 정 추기경 비판에 가세하면서 천주교회의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로사제들에 이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날 오후 경기도 팔당에서 4대강 반대 시국미사를 열고 정 추기경의 사과와 사퇴를 거듭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교구 "정 추기경, 4대강 사업 찬성하거나 정부 편든 게 아니다"

▲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집무실에서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가톨릭출판사) 출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대교구는 진화에 나섰다. 정 추기경의 입장은 지난 3월 주교회의가 발표한 성명서에 '4대강 반대'나 '중지' 같은 표현이 없었는데도, 4대강에 반대하는 것처럼 여겨져 이를 정리해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정 추기경이 4대강 사업에 노골적으로 찬성하거나 정부 편을 든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허 신부는 또 ""4대강 찬성이나 반대하는 측 모두 정 추기경이 4대강에 무조건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 추기경은 지난 3월 주교회의가 발표한 성명에 대해 자세하고 분명하게 해석해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 추기경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주교단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험이 보인다고 했으니 반대하는 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하라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오마이뉴스> 김영균, 최지용 기자
10.12.13 14:44 ㅣ최종 업데이트 10.12.13 14:4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9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