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사] 아! 총장님, 총장님, 우리들의 총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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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아! 총장님, 총장님, 우리들의 총장님!!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1.01.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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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당신께서 세상과 이별을 하시다니....
밤새 소담스런 눈 내린 아침, 당신의 별세소식을 듣고 부끄러움과 막막한 마음에 정신을 추스르기가 힘들었습니다.

지난 1988년, 조선대학교 총장으로 오신 당신.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 총장자리가 가문의 영광일지라도 조선대학교 총장자리만큼은 고난과 형극의 길이 예약되어 있었지만 당신이 짐을 지겠노라 하셨지요.

113일간의 농성투쟁과 1.8항쟁을 통해 마침내 이뤄낸 학원민주화.
조선대학교는 이제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어떻게 저희들이 주장하고 요구했던 것들을 제도화하고 체제화시켜 지속적인 민족민주대학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길고 긴 학원민주화투쟁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사상초유의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1988년 9월 조선대의 넓은 대운동장에 학생, 지역주민과 시민까지 1만여명 이상이 모여 당신의 취임을 축하하던 날이 엊그제 같기만 합니다. 유례가 없는 환영속에서 조선대에 오신 당신은 학생들과 지역의 요구를 충실히 받아안아 박현채 교수님 등 진보적이고 실력있는 교원확충, 교과과정의 전면적인 개편, 교직원과 학생들의 복지 등 조선대의 전반을 저희들과 함께 뜯어 고쳤습니다.





오욕의 과거를 청산하고 민족민주교육, 인간중심의 교육으로 빛나는 조선대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으셨습니다. 지금의 조선대에 영광이 있다면 그것은 오롯하게 당신의 몫임을 저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체제전복세력들이 조선대를 해방구로 만든다’며 권력이 당신과 저희 앞에 들이댄 시련은 얼마나 가혹했던가요?

이철규열사는 4수원지 물위에 참혹한 시신이 되어 떠올라 시작된 시련과 고통을 말했습니다. 당신과 저희는 함께 ‘체제전복세력’이 되어 ‘간첩’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지요. 그러나 당신도, 저희도 한 치의 흔들림없는 결연한 투쟁으로 그 위기를 함께 극복했습니다.

이철규 열사의 시신앞에 눈물을 가누지 못하고 오열하던 당신!
권력의 힘이 아니고서는 이럴 수 없다 분노하던 당신...

‘제자의 죽음을 앞세운 스승이 갈 길은 한 길 뿐이다’며 반드시 그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절규하셨지요. 그리고 그 오랜 투쟁의 길에 언제나 함께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당신을 ‘총장님, 총장님, 우리들의 총장님’이라고 불렀지요.
‘인권운동의 대부’ 이돈명!
‘조선대학교 2만 학생의 스승’ 이돈명!!



그 이름앞에 당신은 조금도 부끄럽지 않으셨고, 실천으로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셨습니다.
피땀으로 쌓아올린 민주인권의 가치가 흔들리고, 조선대학교마져 새로운 위기앞에 선 지금, 세상과 이별하는 당신의 마음 어찌 편안하셨을까요!

그것이 못내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제 모든 짐 저희의 어깨에 올리시고 해와 달을 따라 영원토록 이 나라와 조선대의 앞길을 비추소서.

임종채



<광주인> 임종채 (도서출판 사람들 대표. 조선대 졸업생)
2011년 01월 12일 (수) 12:06:10
http://www.gwangj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5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