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의 호소
상태바
[호소문]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의 호소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2.07.27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_가톨릭뉴스 지금여기

7월 23일 국회에서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초선의원 민생현장을 달려가다'의 약칭),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는 '밀양 765kv 송전탑 피해자 국회증언대회'가 열렸습니다. 증언대회 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밀양 주민들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전기, 그리고 핵발전, 아울러 국책사업의 폭압적인 집행의 문제점은 함께 고민해야할 것들입니다.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의 호소

양심적인 시민들에게 밀양 송전탑 주민들이 드립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희들은 밀양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입니다.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세금내고 열심히 흙 파서 먹고 살면서 자식 키우며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저희들은 공사를 방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70대 8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저희 주민들이 무엇을 바라기에 젊은 인부들과 매일처럼 맞서며 10억씩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고, 매일 100만원씩 물어내라는 가처분신청을 당하면서 생업을 아예 포기하고 2년째 이렇게 공사를 막아서고 있겠습니까.

우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살던 곳에서 지금 모습대로 살다가 그렇게 죽고 싶습니다. 우리 자손들에게 아름다운 밀양의 땅, 농토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전원개발촉진법이라는 법이 있다고 합니다.

토지 소유자가 원하지 않아도 전원개발사업으로 지정되면 우리의 토지가 강제수용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땅을 빼앗긴 우리가 채무자가 되어 법원으로 나가 재판을 받아야 하고, 공사방해로 국가재산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당해야 합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있습니까.

우리는 퇴직금이 없습니다.

오직 농토와 집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민들은 자식의 결혼을 시키려고 농협에 대출을 받으려 해도, 이제 대출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이미 대출된 돈을 빨리 상환하라고 압박도 받습니다. 계약 직전까지 갔던 토지거래가 파기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산은 송전선로 아래서 모두 반토막, 반의 반토막이 났고, 아예 제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전자파가 두렵습니다.

한전은 아무 걱정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두렵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수많은 765kv 송전선로 경과지를 둘러보면서 얻은 확신입니다. 그들 주민들은 한결같이 송전탑 전자파 때문에 사람이든 짐승이든 살 수가 없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76만5천볼트 초고압 전류가 어떻게 건강에 아무런 해가 없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그렇게 안전하면, 한전 사장님, 지경부 장관님, 공무원님들 사시는 집으로 송전탑을 세우면 되지 않습니까. 왜 자꾸 우리 힘없는 밀양 사람들이 국책사업이라고 일방적으로 희생하기를 강요한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청와대, 지식경제부, 한전의 고위 정책결정자님들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1. 지금 밀양 지역에서 강행되고 있는 공사를 중단해 주십시오.

2. 밀양으로 직접 와서 피해 지역을 둘러 봐 주십시오.

청와대와 지경부, 한전의 고위 관계자들께서 협의체를 구성하시어, 밀양지역을 방문하시고, 송전탑 경과지를 둘러보고, 왜 주민들이 이렇게 7년간을 싸워왔는지, 품에 유서를 넣고 다니며 목숨을 걸고 막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 주십시오.

3. 우리가 요구하는 대안을 검토해 주십시오.

①송전탑 백지화, ②대안노선 검토, ③기존 송전선로 사용, ④초전도체 지중화 밀양시범구간 설정에 대하여, 제발 ‘안 된다’고만 하시지 말고, 이 절박한 대안들을 실질적으로, 투명하게, 검토해 주십시오.

우리는 여·야 대선주자님들과 19대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1. 개발독재시대의 유물,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해 주십시오.

2. 신고리핵발전소 5호기와 6호기의 증설 계획을 취소해 주십시오.

3.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과의 대화에 임하도록 중재해 주십시오.

이대로 공사가 강행되게 된다면, 주민들은 다시 좌절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다시 무슨 사고가 일어날까 모두 두렵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눈물로 호소합니다. 제발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2012년 7월 23일

765kv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시 4개면 경과지 주민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