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인권] 강원도에 들리는 상처투성이의 “사장님 나이스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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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인권] 강원도에 들리는 상처투성이의 “사장님 나이스 샷!”
  • 이자희 (녹색연합 평화행동국 상임활동가)
  • 승인 2012.10.31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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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3일 ‘강원살림아우성 3,000대회’에서 주민들이 삭발식으로 결의를 표명하였다.

(사진_녹색사회연구소)

 

강원도의 힘

언제나 누구라도 강원도를 떠올릴 때 하늘이 내린 자연 환경을 떠올리게 됩니다. 가파르고 거칠지만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곳이죠. 특히 한국 3대 생태축 중 백두대간과 DMZ가 교차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강원도로 가는 길은 일단 멀고, 산이 많아 터널도 많고, 오르막길이 꾸불꾸불한데다 눈만 내리면 대관령, 미시령 도로가 통제되는 등 험난하기만 했었습니다. 최근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순차개통 되면서 강원도로 가는 길이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고속도로가 생겨 편해지긴 했지만, 도로가 생긴 후 항상 개발의 광풍이 불었듯, 강원도에 ‘골프장’이라는 이름의 개발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강원도에 적정한 골프장 개수는 90개?

서울-춘천, 서울-동홍천 고속도로가 순차개통하면서 춘천과 홍천 지역 톨게이트 주변에 서너 개의 골프장이 동시에 생기는 등 순식간에 강원도가 전국 골프장 개수 2위에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1위는 경기도) 현재 전국 골프장 개수는 416개(2011년 말, 문화체육관광부)로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 중 강원도에는 현재 49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에 있고, 약 40여개의 골프장이 건설 중이거나, 인허가 절차 과정에 있습니다. 49개도 어마어마한 수인데 이 와중에 강원개발연구원이 강원도에 적정한 골프장 개수는 90개라는 황당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골프장 18홀 기준 30만평의 산림이 사라집니다. 요새는 27홀도 운영이 잘 안된다고 하여 36홀로 확장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골프장으로 인해 강원도의 자연이 땅으로만 셈하자면 최소 1,470만평이 사라졌습니다.

저축은행 파동, 골프장도 단단히 한몫 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저축은행 파동에 골프장이 단단히 한 몫 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사업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주로 골프장 건설비를 조달하고 있습니다. 사업자가 갖고 있는 자본금이 적어도, 프로젝트가 담보가 되기 때문에 거액의 대출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자는 대출금에 회원권 판매를 통한 선수입으로 공사를 진행합니다.

경기침체로 골프장 회원권 값이 20%까지 떨어지면서 회원권 판매도 힘들어지고, 계속되는 이자상환과 토지 매입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비 등 각종 공사 비용이 지출되면서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유치권을 행사하며 흉물스럽게 공사현장을 몇 년 간 방치하는 일도 발생되고 있지요. PF대출을 남발했던 저축은행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어 저축은행 파동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이곳에 내가 사는데, 왜 살지 아니한다고 하시옵니까?

골프장 등 개발 사업을 하게 될 경우 환경영향평가라고 하는 절차를 거쳐야합니다. 사업이 진행될 경우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고,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그것의 저감방안을 세우게 하는 절차인데요, 골프장의 경우 특히나 환경영향평가서가 매우 부실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사업자들은 하늘다람쥐, 까막딱따구리, 삵, 담비, 수달 등 멸종위기종이 골프장 부지 안에 둥지를 틀고 잘 살고 있음에도 “골프장 부지 내에는 살지 않고 골프장 부지 바깥에서 배설물 몇 개를 봤다.”라고만 환경영향평가서에 작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희귀식물인 삼지구엽초, 산작약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산림조사도 엉터리로 하는 등 각종 현장 조사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입니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함께 조사하여 몇 시간 만에 수 십 곳의 멸종위기종의 흔적, 희귀식물을 발견하여, 자료를 제시해도 오리발 내밀기에 여념이 없고, 인허가 주체인 지자체, 광역단체에서도 별 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국가에서 지정해서 보호하는 멸종위기종, 희귀식물이 그곳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어느 누구 하나 골프장 사업을 취소하여 동식물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다하다, 조상의 묘지도 파헤쳐 사라져버렸습니다.

골프장은 정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점들이 총체적으로 발생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 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골프장 사업부지 내 소송이 걸렸거나, 아직 사유지 안에 위치한 묘지를 훼손하는 반인륜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업자는 무연고 묘지를 발굴하여 유골을 화장한 후 아무 곳에나 뿌렸고, 묘지에 일부러 물이 차도록 하고, 묘지 주변을 발굴하면서 유골을 널브러뜨리는 등의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400년 동안 묘지를 관리해오던 문중은 발칵 뒤집혔고, 올해 추석에는 벌초도 하지 못한 채 홍천군청 앞에서 제사를 지냈습니다.

농약을 적게 치면 친환경 골프장일까요?

녹색성장, 친환경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시대입니다. 이산화탄소가 적게 발생한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핵발전)이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하고, 4대강을 개발하며 녹색성장이라고 말하는 시대입니다.

환경을 보존하고 최대한 오염 등의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환경부는 올해부터 ‘친환경 골프장’을 지정하여 운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세상 어느 골프장도 ‘친환경’이 될 수 없습니다. 이미 개발하는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하고, 동식물, 인간의 서식지까지 훼손하는 등 각종 훼손과 인위적인 개발행위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농약, 비료, 제초제로 인해 발생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조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건설 예정인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농약 등의 비산·확산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대책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농약 등이 비산·확산된다면 주변 거주 주민들의 기관지 및 피부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주변에 정수장이 있다면 농약 등의 성분이 들어가게 되어 음용수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외국에는 골프장에 다녀오면 아이를 만지지 말라고 하는 규칙도 있다고 합니다.

하늘다람쥐도, 할머니도 고향에서 살고 싶습니다.

마을이 골프장으로 둘러싸였습니다. 이미 골프장이 집 앞에 생긴 마을에는 시도 때도 없이 골프공이 펑! 펑! 날아온다고 합니다. 골프장에서 농약을 친 어느 날에는 과수나무가 전부 말라 죽었고, 동네 앞 흐르던 하천에는 20년 동안 미꾸라지 한 마리도 볼 수 없어, 아이들을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피해 주민들이 바라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소박하게 자연을 벗 삼아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바람이 이렇게까지 힘든 바람인지 몰랐습니다.

골프장 피해 주민들은 한창 모내기 할 시기에 마을에 골프장 못 들어 오게 하겠다며 도청과 군청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끌려가고, 소송으로 법원을 들락날락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김매기로 바쁜데 사업자가 공사하겠다고 들이닥쳐서 온몸으로 막아내느라 몸이 성한 데가 없습니다.

유난히 추운 강원도의 겨울 강원도청, 강릉시청 앞 노숙장을 지켜야 해서 살을 에는 추위에 비닐 한 장 의지하며 지냈습니다. 강릉시청 앞 노숙장은 벌써 1년이 지났고, 강원도청 앞 노숙장은 곧 1년이 되어갑니다. 길게는 8년,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막으며 지내왔습니다. 너무나 많은 문제가 불·탈법까지 엉켜있어 주민과 시민단체가 함께 힘을 합쳐 대응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지혜를 모아주시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강원도 골프장 문제에 대해 알려주시길 청합니다.

 

 

 *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에는 강원도 강릉, 원주, 홍천의 7개의 마을과 노동·종교·시민단체 등이 함께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 이 외 골프장 대응 진행 활동 글 보기 :

 http://www.greenkorea.org/

 http://i-greenkorea.tistory.com/

 ·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기도회 페이스북 페이지 :

 http://www.facebook.com/groups/nogolf/

 · 강원도 골프장 피해 주민 소송 후원 계좌 :

 예금주 조인자(홍천 월운리 주민 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계좌번호 농협 351-0475-79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