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탄압은 참교육 말살이자 민주주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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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탄압은 참교육 말살이자 민주주의 훼손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3.10.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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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전교조 정책실장)

전교조의 노조설립취소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3일 전교조를 방문하여 10월 23일까지 해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고 9명의 해직교사를 조합에서 탈퇴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만약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의 해고자 배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전교조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사안의 성격은 단순하다. 노동조합법 2조에는 해고가 확정된 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교조는 해고조합원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전교조의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본래 노동법 2조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조합원의 자격을 일정하게 제한하는 조항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운동이 미성숙했던 시절에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노조를 장악하여 사용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외부 세력의 개입에 의해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조합원의 자격을 제한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노동조합운동은 많이 성숙하였으며, 기업별 노조를 넘어 산별노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당연히 조합원 자격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2004년 대법원 판례나 2010년 국가인권위 권고에서 해고자는 물론 실직자, 구직자까지 폭넓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도록 판결하거나 권고하였다. 실제로 한국사회의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해고자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명시적인 규약을 가지고 있으며, 해고자들이 노동조합의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해고자를 노동조합에 배제하도록 한 노동법 2조 4항은 사실상 사문화되었으며, 단지 입법부의 게으름 때문에 현실에 맞게 법 개정이 안 된 상태일 뿐이다.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법적 무기로 사문화된 노동법 2조 4항을 들이댄 정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자가 정부인 노조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다. 지난 이명박 정권시절부터 정부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강경탄압을 시도하였으며,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한 법적 무기로 이미 사문화된 노동법 2조 4항을 찾아낸 것이다. 우선 해고자가 전교조보다 많은 공무원노조를 지난 정권에 설립취소하였으며, 박근혜 정권에서는 전교조 탄압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에서 해고자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다. 해고자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을 위해 앞장서 활동하다가 해직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해고자는 노동조합이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할 대상이다. 만약 노동조합을 활동하다 해고되어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해고자들을 내친다면 그런 노조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해고자들을 내친다면 아이들 앞에서 참교육과 인권을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법리적 논쟁을 떠나, 노동조합에게 해고자를 내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 앞에 서야하는 교사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모두를 위해 헌신하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쫓아내고 아이들 앞에서 참교육과 인권과 정의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자주적 단체이다. 해고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는 노동조합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이미 ILO에서 13차례나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부여 여부는 노동조합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우리 정부에게 권고하였으며, 최근에는 OECD 노동자문위원회에서도 전교조 탄압을 중단할 것으로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은 아예 제한을 두지 않거나 해직자, 실직자, 구직자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9명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 하여 6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설립을 취소하는 한국의 현실을 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부여 여부는 노동조합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은 왜 몰상식하고 반인권적으로 전교조 탄압을 자행하는 것일까? 한국사회의 수구세력들은 오랫동안 끈질기게 전교조를 공격하였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교조의 참교육이다. 전교조의 참교육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결성 초기 민주, 민족, 인간화 교육에서 최근에는 생태, 인권, 평화, 민주주의 등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가치들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무모한 경쟁보다는 협력을 우선시하는 것이 참교육의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의 수구보수세력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하여 적대적이다. 그들 대부분이 친일과 독재정권의 특혜의 탯줄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의 화려한 복권을 위하여 역사에 칼질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박정희 미화의 열망과, 수구보수세력의 기득권 지키기의 욕망이 결합되어 탄생한 결정판이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이다. 전교조가 학교 현장에서 튼튼히 존재하는 한, 그들의 교육장악음모와 역사왜곡 시도는 쉽게 먹혀들기 힘들 수밖에 없다.

또한 전교조는 87년 민주화 대투쟁의 상징적 산물이다. 전교조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87년 이전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퇴행적인 조치이다. 국정원 사태로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부가 수구적인 공안세력을 앞세워 반격을 가하고 있으며 단순히 방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구어온 민주주의 체제를 역전시키려 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의 훼손을 위해 87년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산물인 전교조를 우선적으로 해체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87년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산물인 전교조를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전교조 탄압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부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교조 탄압에 성공하면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거나 해고자가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조합을 탄압할 것이다. 여전히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많은 노동조합들 역시 탄압받을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 전반에 대한 탄압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전교조 탄압은 노조 하나를 와해시키는 문제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전교조 탄압이 교사나 국민들의 큰 저항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훼손 행위는 더 큰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 부정과 노동운동 탄압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세대의 교육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매우 불안정한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생태 위기, 극단적인 불평등의 확대, 무모한 과잉경쟁의 지배 등 무수히 많은 위험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야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전교조의 와해는 미래 세대의 건강한 성장에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전교조는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그 싸움에 좀 더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참교육 지키기에 함께 나설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