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무료법률상담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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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생 무료법률상담을 마치며
  • 윤소희 (44기 사법연수원생)
  • 승인 2013.12.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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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부터 20일까지 무료법률상담봉사에 참여한 44기 사법연수원생들. 천주교인권위 사무국 활동가들과 함께

안녕하세요. 12월 둘째 주에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일주일간 법률봉사를 하였던 사법연수원 제44기 윤소희 연수생입니다. 제가 법률봉사기관으로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선택하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사법연수원 천주교 교우회의 많은 동기들이 함께 간다는 것.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선택이 한주를 지나면서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줄은 처음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법률봉사기간 동안 오전에는 주로 인권과 관련한 교육을 받았는데 화요일 오전에 이루어졌던 강래혁 변호사님과의 만남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변호사님은 법조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전문성, 열정, 윤리의식- 이 세가지를 제시하셨습니다. 전문성 없이 열정으로만 일하는 법조인은 위험하고, 윤리의식이 없는 법조인은 언제고 추락할 수 있다는 말씀이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강래혁 변호사님이 변호사로서 처음으로 맡으셨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변호사님은 천주교인권위원회의 무료법률상담 시간에 살인죄의 유죄판결을 받은 의뢰인을 처음 만나게 됐다고 했습니다. 목격자 증언의 진위를 밝히기 위하여 사건 현장에 가서 직접 전봇대에까지 올라가 결국에는 증인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내는 등, 억울한 누명을 쓴 의뢰인을 돕기 위하여 열정으로 뛰어다니신 결과 의뢰인에 대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눈, 비가 오는 날에는 의뢰인으로부터 건강 유의하시라는 안부메일을 받으신다며, “누군가로부터 가족보다 더 큰 신뢰와 감사를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업인, 변호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라.”라는 말씀을 듣고 저 또한 예비 법조인으로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되새기게 되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전문성 없이 열정으로만 일하는 법조인은 위험하고, 윤리의식이 없는 법조인은 언제고 추락할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오후에는 무료법률상담 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상담받으러 오신 분들 중, 채권자로서 대여한 금전을 변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는 한분의 피상담자와 임대차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퇴거하지 아니하는 임차인으로부터 목적물을 반환받고자 하시는 임대인인 다른 한분께 해결책을 제시해드리기 위하여 동기들과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였습니다. 사법시험 준비를 하면서부터 수없이 접해왔던 사례와 유사하고 연수원에서도 대여금과 임대차 모의기록을 수차례 다루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사건과 맞닥뜨리니 그 해결 방법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교재에서 보는 갑, 을, 병, 정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에 직면해 전전긍긍하고 계신 OOO씨라는 생각에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답변을 해드렸습니다. 책과 판례, 기타 자료를 찾아 고군분투하면서 우리가 법조인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일임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재에서 보던 ‘갑, 을, 병, 정’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에 직면해 전전긍긍하고 계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오후에 법률상담의 피상담자가 오시지 않는 시간에는 감옥 수용자를 위한 판례집 발간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수용자들은 그 특성 상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비록 죄를 저지르고 수용되어 있는 그들이지만, 인간으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수용자들은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가지는 권리가 어떤 것이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판례의 입장을 정리해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는 수용자를 위한 판례집을 발간하기 위하여 준비 중이고, 그 작업에 저희 연수생들이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멀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우리 생활과 직결되어있는 ‘인권’

한주간의 법률봉사를 마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더 커진 느낌이 듭니다. 사법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그리고 합격 후에도 연수원에서 빡빡한 일정 속에 연수를 받는 사이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 무심하게 지나쳐왔다는 점에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듯 하지만 한편 너무나 우리와 직면해있는 ‘인권’이라는 단어의 묘한 무거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기회였습니다. 법률가로서 모든 사람이 모든 곳에서 자신이 누려야 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저희의 할 일이라는 점을 새삼 상기해봅니다.

▲천주교인권위원 홍성수 교수의 인권강의가 끝난 후

 

▲천주교인권위원 서선영 변호사와의 대화시간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