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의 숲 가리왕산 원시림과 2018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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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의 숲 가리왕산 원시림과 2018동계올림픽
  • 이병천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
  • 승인 2014.05.2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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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강경기장 안에 자리잡은 600년생 초대형 주목. 지난 여름에 촬영한 것으로 산림청은 현지에 보존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사할 우려가 높다고 본다. ⓒ우이령사람들

2014년 4월 16일, 우리나라 국민들이 세월호 침몰과 함께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한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절망이 계속되는 것은 나의 가족이나 친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로 갑자기 내 주변에서 없어졌을 때의 상실감과, 우리가 믿었던 국가가 우리의 수호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충격적이고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보다 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것은 그 희생 대상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99,600㎢이며 인구가 48백만 명으로 인구대비 세계에서 12번째 작은 나라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자원을 아끼고 또 아껴도 모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자연자원은 우리세대의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해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해야 하는 재산이다. 가리왕산도 우리 미래에 온전히 전해주어야 할 자연자원이다.

 

단 일주일의 올림픽 경기를 위해 원시림이 우리국토에서 사라지는 것을

미래세대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리왕산은 조선 세종 때부터 산삼봉산(山蔘封山)으로 정해 보호해온 산이다. 이렇게 국가가 보호해온 자연 자원을 일재시대에 일본인에 의해 금강소나무, 왕사스래나무, 음나무, 신갈나무, 들메나무, 많은 대경목의 벌채 등 크게 훼손이 일어났으나 그 후 우리나라가 잘 보전해 현재와 같은 숲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2014년 현재 가리왕산에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가리왕산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활강경기장으로 지정하여, 여기에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3km, 2km의 2개의 슬로프를 만들고 곤돌라, 리프트 등 20여개의 부가시설을 지으려고 하고있다. 이를 위하여 수백년의 주목 금강소나무와 가슴높이 지름 80-120cm의 음나무, 들메나무, 신갈나무, 가래나무 수백거루를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조사한 가리왕산 조사결과에 의하면 가슴높이 지름 20cm이상의 주요활엽수가 60,000그루가 잘려나가는 것으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단 일주일의 올림픽 활강경기를 위해 이 많은 나무와 야생화들이 우리국토에서 사라져 간다는 것을 후손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평창올림픽 조직위, 환경부, 산림청이 주장하는 ‘가리왕산 복원’이 가능한가?

 

2012년 6월 20일 산림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활강경기장으로 사용한 지역을 복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했다. 2014년 환경부도 ‘사후 활용 계획이 아닌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세우라’는 지시와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하였다.

환경부, 산림청이 복원을 전제로 스키장 건설을 승인했지만 그들 누구도 복원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또한 가리왕산 스키장이 온전히 복원될 것이라는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주목, 전나무, 금강소나무, 분비나무, 음나무, 황철나무, 개벚지나무 등 매우 소중한 우리나라 자원수목 10만 그루 이상을 자르면서, 고작 옮기기 쉬운 가슴높이지름 15cm이하 300여 그루를 옮겨 심는 것이 복원이라고 말하는 정부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2013년 8월에 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원주환경청에서 우이령사람들에 보내왔다. 이 보고서에서는 복원방법에 대해 자연천이를 통한 복원 방식을 제시하였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에서 제시한 자연천이를 통한 복원의 시초는 미국의 산불이 많이 난 지역에서 나온 방법으로 산불지역이 수만 에이커(acre)로 넓고 또한 수관화나 더글라스전나무, 방크스소나무와 같은 산불 후에도 생존이 가능한 수종이 많은 지역이나 딱다구리나 사슴등 야생동물의 보전을 위하여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특히 산불 후에도 토양의 이화학적 성질이나 물리학적 구조가 변하지 않고 토양미생물과 매립종자가 피해가 없는 지역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스키장과 같이 경사가 급해 토양이 흘러내리거나 산사태의 방지를 위하여 토양을 콘크리트처럼 다져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없는 토양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복원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번을 적용했는데 한번은 2000년 동해안 산불지역에 환경부와 산림청이 산불피해지 복구방법에 대하여 논쟁하다가 피해지의 절반 정도를 자연천이를 통한 복구를 채택하였다. 또 한번은 덕유산 동계 유니버시아드 경기 때 활강스키장으로 사용하고 자연천이를 통한 복원이라는 말로 방치해 놓아 망초나 달맞이꽃, 서양쑥부쟁이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어 덕유산 산림식물생태계의 곪은 상처로 아물지 못하고 있다.

이 방법을 가리왕산에 다시 사용하겠다고 하여 시민단체들이 자연천이를 통한 복원방식에 대한 부당성과 이 방식이 가리왕산 산림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고 주장하여 현재까지도 논쟁 중에 있다.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예정지역은 전석(애추)지역이 많은 곳으로 흙과 돌이나 바위가 서로 연결되어 식물의 뿌리를 지키고 있으며 바위가 서로 엉켜있어 공기의 차단으로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 여름에는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풍혈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추운지방에 사는 주목, 만년석송, 가래고사리, 눈측백나무 등 아한대성 식물종이 자라고 있다.

 

가리왕산의 숲은 생태적으로 다양한 서식형태를 가지고 있어 하나의 복원방식으로 복원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가리왕산의 숲은 아바타라는 영화에서 보면 Pandora 행성의에이와 숲’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가리왕산 숲의 모든 나무가 서로 삶을 의지하며 그 중 한 나무라도 인공적으로 베어지면 서로 생명이 이어져 있는 모든 나무들이 영향을 받는 곳이다. 나무가 모인 숲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한지역이 파괴되면 다른 지역에 영양을 미치는 곳이다.

 

국제올림픽조직위와 협상을 통해 경기방식과 경기장 건설방법을 바꿀 수 있다

 

IOC(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가 주장하는 환경올림픽이란 “자연환경 및 문화 사회적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올림픽대회를 계획하고 건설하여 개최하며, 대회가 끝난 후 환경에 긍정적 유산을 남기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평창대회도 환경올림픽을 주장하고 있어 자연환경의 파괴를 최소화 하겠다는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하고 있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20세기 최후의 동계올림픽인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에서 심각한 자연파괴라는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러 올림픽슬로건을 ‘자연과의 공생으로’를 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올림픽 시설로 인한 자연파괴에 대하여 엄격한 감시의 눈길을 모았다. 또한 나가노올림픽조직위도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 경기장을 기존에 있는 것을 사용하고 시설을 만들 때에는 벌채를 최소한으로 하도록 했고, 눈을 다지는 화학물질을 최소화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였다. 알파인코스를 만드는데 벌채 등 환경훼손이 가장 심한 활강경기장은 Hakuba Happoone Winter Resort(1958년에 건설)의 시설을 이용하기로 하고 국제스키연맹(FIS)과 협의하는 중에 1996년 test event 후 FIS가 동계올림픽의 꽃인 활강경기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출발지점을 Hakuba 국립공원 고산지역으로 120m 연장을 주장하자 나가노조직위에서 국립공원 내 고산식물파괴 등 식물서식지파괴로 거절하였다. 경기가 열리기 2개월 전까지 계속 국제스키연맹과 논쟁을 한 끝에 국제스키연맹과 올림픽조직위는 국립공원을 훼손하지 않는 85m연장에 합의하고 downhill, super giant slalom, and combined slalom 등 나머지 알파인 스키도 이곳을 주경기장으로 이용하였다. 또 하나의 쟁점인 바이애슬론 경기장이 만들어지는 장소에 참매의 서식지가 있어 올림픽조직위와 시민단체가 건설을 반대하여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동계 올림픽은 대부분 항상 숲과 생물서식지 파괴라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개최국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환경파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스키연맹에서 채택한 ICR(The International Ski Competition Rules) 규정을 보면 그 나라의 사정에 따라 고도차 800m를 반드시 지키지 않고도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가 자연을 파괴해가며 멋진 경기장을 만드는 것보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자연을 보존하겠다는 굳은 결심과 표현을 보일 때 세계인은 우리국민을 존경할 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여 저비용 환경올림픽이 되었으면 한다.

 

스키 경기장 건설 예정지에 있는 초대형 들메나무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