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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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4.05.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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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 초혼 (招魂)

 

 

매일 밤, 진도 팽목항에서는 자정 무렵이 되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된 가족의 이름을 목놓아 부릅니다. 주말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3백 명에 가까운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는 대신 이렇게 외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의 책임을 이야기했지만 그 담화에 세월호 실종자를 비롯한 희생자들에 대한 말은 없었습니다. 가신 이들에 대한 언급이 없었음에도 눈물을 보이던 모습은 사뭇 기이해보이기도 했습니다. 더 기이한 모습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 5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만 22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경찰이 유가족을 미행하는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에 안치될 대상을 단원고 학생과 교사로 한정하고, 희생된 일반인과 승무원들은 배제하려고 했습니다. 일반인 희생자들은 학생들과 달리 생계나 여가 목적의 탑승이었다며 정부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애도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은 정부는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유언비어’라며 단속합니다. 해경을 해체하면서 꼬리를 자르고 안전은 또 다시 외주화하며 공공부문들을 민영화하려는 정부에 우리는 휘둘리지 말고 끝까지 충분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배제되는 희생자가 없도록 충분히 애도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신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