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가족은 강정에서 행복하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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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가족은 강정에서 행복하게 살아갈까?
  • 김성환 (예수회 신부)
  • 승인 2014.11.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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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반대

2007년 4월, 해군은 일부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원한다”고 선포하게 만들었다. 해군기지 유치과정에서의 이러한 비민주적 행동은 강정주민들을 분노하게 하였고, 이후 건설준비과정과 건설과정에서 해군의 불법, 탈법, 편법 행위들은 더욱더 강정주민들을 분노케 하였다.

이러한 분노는 강정주민들의 해군기지반대운동의 원동력이 되었고, 이어지는 몇 년 동안 주민들의 싸움은 해군기지건설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국가를 상대로 한 싸움은 만만치 않았고, 주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게 되었다.

2011년 9월 2일! 해군기지건설지역 둘레에 펜스가 쳐짐으로써, 450여 년 동안 강정주민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원천이었던 구럼비 바위에 주민들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주민들은 구럼비가 발파되기 시작한 2012년 3월 7일부터 한 달 동안 격렬하게 싸웠지만 결국 구럼비 발파를 막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직접행동에 참여 하는 주민들의 숫자는 급격히 떨어졌다.

해군은 2012년 5월 29일, 강정마을에 지어지는 군관사 사업 설명회를 하겠다고 했다. 해군에게 당할만큼 당한 강정주민들에게는 군관사 사업 설명회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것이 되었다. 그 날 80-1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서 설명회를 무산시켰다.

2012년 6월 10일에 열린 군관사 유치 여부에 대한 강정마을 총회 결과 주민 98%가 반대하였. 이후 해군은 두 차례나 더 설명회를 했지만, 주민들에 의해 무산되었다. 구럼비와, 구럼비가 있는 중덕 바닷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오랜 자책감 속에서 군관사 사업 설명회 저지는 주민들에게 조그마한 승리로 각인 되었던 것 같다.

주민들에 의해 패배를 맛본 해군은 겉으로는 조용하게 행동했다.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마을 주민동의 없이는 강정마을에 군관사를 짓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물밑에서는 군관사 건립을 위한 작업을 하나씩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2014년 10월 7일 해군은 서귀포 시청으로부터 강정마을 안 2,800여 평의 땅위에 72세대(5개동) 건립 허가를 받았다.

허가를 받자마자 해군은 군관사 공사장에 컨테이너 2개를 옮겨 놓고, 펜스를 치고, 공사장 정문 위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해군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3,000여 평(10,000 제곱미터) 미만의 땅에 우선 군관사를 짓고, 이런 편법으로 계속 강정마을 안에 군관사를 확대해가며 지을 가능성이 크다.

 

해군 72‘세대’만 마을로 이사를 와도,

마을총회의 결정은 해군과 그 가족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게 된다

 

강정마을 총회에는 많아야 15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다. 의결정족수는 참석자의 2/3 이상이다. 해군과 해군가족들 72세대만 강정마을에 이사를 와도, 마을 총회의 모든 결정은 해군과 그 가족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450여 년 동안 이어온 마을공동체 정신은 2007년 해군기지 유치 때에 금이 갔고, 앞으로 군관사를 막지 못하면 강정마을 공동체는 더욱 더 파국의 상태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주민들, 활동가들, 이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디에 근거지로 두고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해나갈 것인가? 그래서 군관사 문제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의 방향, 그리고 강정마을의 미래와도 직결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긴급한 상황 속에서 지난 10월 24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주민들은 다시 한번 군관사 건설 저지를 위해 뜻을 모았다.

다음 날인 25일 아침, 일부 주민들이 군관사 건설 현장으로 가는 마을안길 입구에서 공사차량 트럭을 막아섰고, 이어서 경찰이 출동했다. 강정활동가 한 명, 예수회 박도현 수사와 필자는 경찰에 의해 연행 직전에 풀려났다. 같은 시간에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마을안길 입구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군관사 정문을 자신의 차로 막아 놓고, 마을 주민들, 활동가들과 함께 군관사 정문을 맨몸으로 막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 조경철 회장의 차는 마을버스로 대치되었다.

그 날부터 자발적으로 모인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군관사 현장으로 가는 마을안길 입구를 24시간 내내 돌아가며 지키기 시작했다. 이들은 군관사 건설현장으로 가는 공사차량 뿐만 아니라, 강정포구 크루즈항 건설현장으로 가는 공사차량도 막았다. 다른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인 강정 주민과 활동가들의 이런 행동에 지지를 표현했고, 자발적 행동의 참여자들은 고무되었다. 이런 행동은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가 군관사 앞에 천막을 칠 때 까지 14일간 지속되었다. 마을 평화센터 사거리와 강정포구까지의 마을안길은 14일 동안 평화의 거리가 되었다.

 

450여 년 동안 이어온 마을공동체 정신은 2007년 해군에 의한 제주해군기지 유치 과정에서 많이 훼손되었다. 군관사를 막지 못한다면 한 마을은 어떻게 될까

 

필자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0월까지는 간헐적으로 제주해군기지공사장 정문을 막고 미사에 참례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거의 매일, 강정마을 예수회 ‘디딤돌공동체’ 회원으로, 또 마을주민으로 상주하면서 공사장 정문을 막고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3년여 동안 미사를 참례하면서, 또 미사 이외의 시간에 공사장 정문에 연좌를 하면서 공사를 막고자 해보았지만, 한 번도 하루 종일 공사를 막아 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경찰이 수시로 필자를 포함한 사람들을 강제이동조치시켜 고착시키고 공사차량을 출입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모인 주민들, 활동가들의 14일 간의 공사차량 마을안길 진입저지 투쟁은 경찰에 의해서도 저지를 당하지 않은 성공적인 싸움이었다.(군관사 정문 앞 마을버스도 저지를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군관사 저지를 위해 싸워온 주민과 활동가들, 그리고 필자에게도 그 14일은 보람을 느끼면서 힘을 받는 시간이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대책위원회’가 11월 7일 군관사 앞에 천막을 쳤고, 그 날부터 낮에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천막을 지키고, 밤에는 주로 주민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천막 안에서 잠을 잔다.

 

강정주민은 예수님께서 루가복음에서 말씀하신 “강도들을 만난 어떤 사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준비과정과 건설과정에서 수많은 불법, 탈법, 편법을 자행해서 강정주민들을 괴롭혔다. 주민들은 예수님께서 루가 복음에서 말씀 하신 “강도들을 만난 어떤 사람”과 같다. 복음에서 “강도들을 만난 어떤 사람”이 옷이 벗기어지고, 폭력을 당해서 초주검 상태에 이른 것처럼, “해군들을 만난 강정주민들과 강정마을”도 옷이 벗기어지고, 폭력을 당해서 초주검 상태에 이른 것과도 같다.

구럼비와, 구럼비가 있는 중덕 바닷가는 강정마을의 노fms자 땅이다. 한 가정의 마당으로 치면, 마당의 정원이다. 해군은 강정마을의 정원을 이미 강탈해 갔다. 군관사가 건설될 땅은 강정마을 안에 있다. 한 가정으로 치면, 가정의 안방이다. 정원을 강탈한 강도가 이제 안방까지 강탈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국가 폭력과 탐욕은 끝이 없어 보인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그래서 그토록 ‘국가라는 나라’가 아닌 ‘하느님의 나라’를 자주 말씀하셨나 보다.

 

끝이 없는 국가 폭력과 탐욕. 그 가운데 있어야할 착한 사마리아인들

 

군관사 건설 저지 투쟁은 11월 23일에 30일째가 된다. 제주지역 시민단체에서 방문이 이어지고, 또 육지에서, 외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방문과 연대가 이어진다. 이들 모두는 “강도들을 만난 어떤 사람”을 도와준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강정주민들이 그렇게 군관사 건설을 싫어하는데, 해군과 그들의 가족들은 강정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리분별만 가능한 사람이라면, 강정마을에 해군과 해군의 가족으로 와서 행복하게 살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군은 이제라도 강정마을 안에 군관사 건설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 아니, 군관사는 강정 뿐만 아니라, 제주 어디에도 건설되어서는 안 된다. 해군기지도 제주 어디에도 건설되어서는 안 된다. 해군이 제주도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제주도와 한반도가 평화로워지는 길이다.

 

▲ 10월 30일 강정마을 평화센터 앞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공사 반대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