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방부는 강정마을에 사죄하고 해군관사 건설 철회하라.
상태바
[성명] 국방부는 강정마을에 사죄하고 해군관사 건설 철회하라.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5.02.02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성명서

[성 명]
국방부는 강정마을에 사죄하고 해군관사 건설 철회하라.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건설 반대천막 행정대집행이 있었던 1월 31일, 작은 마을 강정은 해군, 경찰, 용역 등 국방부 가 동원한 1000여 명의 병력에 맞서 15시간 동안 버티고 싸웠습니다. 이는 참된 평화를 사랑하고 실현하려는 강정주민과 선의의 시민이 보여준 비폭력의 저항이었습니다.

올해는 제주 평화의 섬 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라는 수사가 무색하게도 동북아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무력증강과 긴장의 현장, 곧 군사기지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제주의 평화, 우리 삶의 평화를 위해 싸웠던 강정의 저항을 새기겠습니다.

강정주민들은 행정대집행 하루 전인 30일부터 군대와 경찰, 용역에 맞서 맨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을 준비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저항방법의 한 가지로 군관사 공사 예정지 앞에 망루를 짓고 31일 밤까지 버텼습니다. 망루를 짓고 벼랑에 오르는 저항의 방법에 대한 우려 보다, 왜 위험한 방식들을 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생각해야합니다. 작은 한 마을의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만큼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작은 마을에, 더군다나 군․경에 의한 4.3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제주에 국방부는 1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진압작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31일 오전 7시 30분경부터 해군과 용역, 경찰은 본격적인 행정대집행에 나섰습니다.

국방부와 해군이 동원한 용역은 흰색 해군 헬멧을 착용했는데 해군 글씨를 흰 테이프로 가린 헬멧이 다수였고, 특히 일몰 무렵 용역 중 일부는 해군이 용역 복장을 하고 대집행에 동원된 정황들이 현장에서의 경찰과 용역들과의 대화 중에 드러나 주민과 활동가들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육지에서 동원된 용역들은 노인층이 대부분인 강정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행으로 과잉진압을 하며 마을에 더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용역이 고령의 활동가의 멱살을 잡고 무리하게 끌어내는데도 많은 경찰들과 해군은 지켜보기만 했고, 국가인권위 직원도 바로 옆에 있었지만 적극적인 제지는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용역들은 저항하는 이들을 자극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과 활동가 다수가 부상을 입었고, 총 24명이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심지어 용역들은 경찰에게 연행을 지시하는 식의 모습까지 보이며 용역과 경찰의 협력이 공고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용역은 해군이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3일간 용역직원 100여 명에 대해 용역비 8900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군참모총장은 서한문을 통해 “강정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군관사를 마을 안에 짓지 않겠다”고 말했었지만 그 말과는 딴판으로 용역까지 고용해 강정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군관사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폭력으로 일관된 행정대집행을 보며 "이러면서 해군이 어떻게 강정주민들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군관사를 짓느냐"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2015년 해군 관사 건립예산은 국방부가 아닌 기재부 예산으로 편성되어 제주도의 동의를 얻어서 수시로 예산을 배정받도록 되어있음에도 해군이 강정마을과 제주도와의 협의 없이, 또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결정도 무시하며 공사를 강행하는 것입니다. 상생과 소통에는 무능하고, 오로지 물리력으로 진압만 하려는 국가는 불통과 무능의 집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해군기지만으로도 모자라, 군관사로 강정을 해군마을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강정주민들에게 군관사 문제 해결할테니 믿어달라고 거듭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행정대집행 날인 31일, 원희룡 도지사는 일본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도둑에게 집 열쇠를 쥐어주고 자리를 비켜준 것과 같습니다. 제주도 내에 건설되려고 하는 군관사 문제에 있어 제주도정은 당사자임을 잊지 말고 뒤늦게라도 군관사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제주도지사마저 자리를 비우고 제주를 떠나 강정에 나타나지 않았던 31일 저녁,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 강정을 찾아 망루 옆 버스 지붕에 직접 올라가 중재를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같은 날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님께서도 군관사 반대 천막을 방문해 농성자들을 격려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긴 시간 현장에서 싸우신 강정 주민들, 지킴이들과 활동가들, 모든 종교인들께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행정대집행의 형식을 빌은 폭력의 시간 속에서 다치고 지쳐있을 몸과 마음을 위해서 기도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살게하는 위정자, 주민을 지켜주는 군대가 필요합니다. 맨몸의 주민들을 벼랑에 오르게 하고, 무력으로 겁박하는 공권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국방부는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에 대하여 강정마을에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십시오.
1. 해군은 강정마을 내에 추진하고 있는 군관사 건설을 철회하고 주민들과 대화하십시오.
1. 경찰은 아직까지 석방되지 않은 4명을 즉각 석방하십시오.
1. 제주도는 군관사 문제 해결에 있어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십시오.

 


2015년 2월 2일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천주교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대구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수원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안동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전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제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 천주교춘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 한국천주교여자수도자장상연합회 /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 천주교인권위원회

 

 



 


 

 

 

(출처 따로 표기되지 않은 사진들은 강정마을 주민, 지킴이들이 전송한 사진입니다)


   
   

ⓒ 제주의 소리

   

ⓒ 연합뉴스

   
   
   
   
   
   
   
그림 ⓒ 임소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