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일관해 온 해군과 한 마을에 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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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일관해 온 해군과 한 마을에 살 수 없습니다
  • 고권일(강정마을 부회장, 제주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 승인 2015.02.2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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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반대

 

ⓒ 임소희

 

 

1.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반대 상황설명

군관사 건립 문제는 강정마을의 오랜 이슈 중 하나입니다. 2009년 군관사 건립문제가 여론에 흘러나올 시기에는 강정마을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에 여념이 없었죠. 특히, 절대보전지역을 도의회가 날치기로 통과하자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김태환 도지사 소환운동으로 이어졌고, 군관사 문제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도에 우근민 도정이 강정마을 내에 군관사 설립 가능이라는 회신을 해군 측에 전달한 후에 상황은 급반전 됐어요. 도로확장과 인구유입으로 강정초등학교와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하는 것이 주요 이유였죠.

물론 2011년도에는 해군기지 막는 현장싸움이 치열했고, 군관사는 크게 여론화되지 못했지만 2012년도 들어서서 구럼비 발파를 막는 싸움이 크게 일고난 후, 5월 중순경 616세대 군인 아파트 주민공람이 개시되자 주민들이 또 한 번 크게 일렁거렸습니다. 해군이 본격적으로 해군기지를 기정사실화하고 군관사 유치 협조를 위해 마을주민들에게 두 차례나 서신을 각 가정마다 돌렸고, 찬성 측 추진위원회도 외부세력을 비방하는 전단지와 편지를 집집마다 돌렸습니다.

강정마을회는 운영위원회를 거쳐 2012년도 6월 10일 임시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뤘죠. 212명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군관사 유치반대를 결의했습니다. 경제활성화보다 주민들의 자치권이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군 시설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죠. 군관사 예정지역 토지주 24명 중 21명이 토지소유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서명에 동참 했어요. 물론 군관사 설명회도 두 차례나 주민들이 몰려가서 무산시키기도 했죠.

그런데 해군이 포기하지 않고 2013년에는 강정초등학교 아래쪽에 384세대 군인 아파트를 건설하겠다고 나온 것입니다. 이 시기는 70일간 공사중단과 검증 후 예산을 승인했던 국회를 무시하고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공권력으로 짓밟으며 외상공사를 하더니, 5월10일 강정천 불법공사 감시 천막이 행정대집행에서 네 명이 연행되고, 한 여성주민을 경찰이 밀어서 강정천에 추락하여 중상을 입었던 사건이 있기 바로 한 달 전 상황인데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마을주민들에게 해군이 각 가정에 편지를 회람시키기 시작하자 강정마을회는 또 다시 설명회를 무산시키고 임시총회를 열어서 군관사 문제를 다뤘어요. 동일 사안으로 자꾸 총회를 여니까 주민들이 피로감을 느껴서 그런지 147명이 참석했고, 하필 그 쪽 토지가 찬성 측 주민들 비율이 높아서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어 논의가 길어지자 원천반대에 대한 비밀투표로 표결을 했죠. 재석인원이 많이 줄어서 118명 투표에 114명의 유치반대 결과를 얻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를 해군에게 통보했지요.

여기서 해군이 더 악랄하게 나왔어요. 주민의사를 존중해서 384세대 건립 계획은 유보했다고 하면서 72세대와 312세대 건립 계획으로 나눈 후 주민동의가 필요 없는 규모인 72세대를 우선 추진하면서 나머지 312세대도 반드시 강정마을에 지을 계획이라고 나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주민동의 없으면 인근의 아파트를 매입하여 추진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협박조로 나왔어요. 강정마을회는 두 차례의 총회결과에 의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서귀포시에서 작년 10월 7일 건축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공사가 시작된 것이고, 결국 강정마을회는 또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군관사 건립 취소를 요구하는 결의를 모았고, 강정마을 내 군관사 건립 백지화를 조건으로 진상조사 수용 결의를 도지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올해 예산을 기재부 조건부 수시배정예산으로 통과시키며 해군에게 긴급출동을 위한 관사라면 기지 안에 건설토록 종용하는 한편, 부득이할 경우 강정마을 외곽에 대체부지까지 제안했지만, 해군은 결국 제주도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행정대집행을 강행했습니다. 24명이나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죠.

 

2. 행정대집행 시 해군의 불법적 행태와 사례

우선 행정대집행이라는 것이 의무자가 스스로 해야 할 설치물의 철거와 이동에 한해 행정기관이 대신 집행하는 행위이기에 행정대집행 요원들이 사람을 고착시키거나 이동하게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인데 해군이 고용한 용역들은 군관사 농성천막에 모인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밀치고 당기고 때로는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사람들을 끌어냈습니다. 용역복장이었지만 해군장교처럼 보이는 10여명이 별도로 움직이며 직접 천막을 찢고 마을버스 유리창을 해머로 부수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위들은 명백한 불법으로 민변에 증거와 진술, 의견서를 넣어둔 상황입니다. 그리고 경찰들이 목전에서 불법이 행해지는데 전혀 제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역들과 함께 공조해서 주민과 활동가들을 잡아 가두었고, 국가인권위가 이런 현장에서 그 기능에 맞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도 대단히 유감입니다. 그리고 이번 행정대집행 관련해서 행정적으로 위법한 정황들도 민변 소속 변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3. 연행과 강제구인 때 심정

저는 그 때 천막에 올랐어요. 천막 앞에 버티던 분들이 다 꿀려나가고 천막 안에 계시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까지 끌려 나가는 과정에서 용역들이 천막을 하도 흔들며 찢어대니까 천막지붕 위가 너무 위험해서 최용범 강정마을 부회장과 함께 버스 위에 설치된 망루로 옮겼어요. 망루위에 올라보니 먼저 끌려 나간 지킴이들이 슬픈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몹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워낙 하룻밤 만에 급조된 망루라서 기울기도 안 맞고 성기게 만들어져 위태롭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진압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합니다.

다들 몇 시간 못 버틸 것이라는 생각이었는지, 미리 나눠준 기저귀를 하고 망루에 오른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만 얼떨결에 기저귀를 찼는데 막상 소변이 마려워도 기저귀에 소변을 본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방광이 터질 것 같은데도 소변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일몰 후 시야가 어두워진 위험한 상황에서도 해군은 포크레인을 앞세워 망루가 충격으로 쓰러지든 말든, 경찰이나 사람들이 위험하든 말든 밀어제끼면서 버스주변에 펜스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충격방지용 매트리스를 사람이 떨어져도 전혀 보호될 것 같지 않게 펜스에 반쯤 걸쳐지게 설치하고는 진압하는데에만 열중했어요.

 

그 때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이 오셔서 중재를 하셨고, 전원 석방이라는 약속 하에 우리들은 자발적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약속대로 전원 석방하지 않았고, 네 명을 장시간 조사하고 그 중 두 명만 석방하더니 나머지 두 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 마을회장님과 저에게 농성의 책임을 묻겠다며 사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습니다.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겠다 싶어 밤새도록 법정에서 해야 될 말과 만약을 위해 마을을 대신 이끌 사람들을 준비했어요. 남들은 십중팔구 구속될 것이라고 했지만, 왠지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구속될 거라는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지역 인터넷 언론에 이번 행정대집행이 국방부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을 보며, 정말 부당하고 동시에 위험했었던 상황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군관사 저지 투쟁의 의미

일부 보수 언론들은 제주해군기지 몸통은 허용하면서 잔가지인 군관사를 막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이유냐? 라는 논조의 기사들을 내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해군이 주민들을 대한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 일색이었고,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어요. 그런 해군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한들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군관사 문제는 명백히 제주해군기지 확장사업의 일환입니다. 마을을 발전시키는 사업이 아니고 마을을 잠식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우리가 힘이 모자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내지 못해서 준공이 올해 11월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을 그냥 내줄 수는 없잖아요.

강정마을을 생명평화의 마을로 후손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들에게 군관사 저지 싸움은 당연한 것입니다.

제주해군기지는 준공 후에도 이 기지가 제대로 전략기지로 운용되려면 많은 추가 사업이 필요합니다. 육상과 바다에서 또 다른 많은 개발 사업이나 통제를 시도해 올 것입니다. 이러한 확장에 맞서는 것은 주민의 삶을 지켜내는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한반도를 전쟁의 도가니로 밀어넣고 평화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제주해군기지 운용에 맞서는 평화운동은 앞으로 이러한 작은 싸움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5. 향후 계획과 각오

지금 당장은 일인시위 정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관사 맞은편에 감시천막도 세우고요. 그리고 해군이 보내왔던 서신들을 취합하여 해군의 거짓말을 밝히고 주민들의 진정한 뜻을 물어보는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제주도정에 요구하는 방법을 고려중입니다. 제주도정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해서 제주도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해군의 태도를 드러내 보이고자 합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제주도민의 마음들이 모아져 무르익고, 해군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공사장 정문을 틀어막는 싸움도 할 수 있겠습니다. 결코 끝나지 않은, 끝날 수 없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함께 해주시길 청합니다. 

 

 

ⓒ 한진오